<아프리카의 꿈> ⑥케냐 빈민의 벗 `굿네이버스'
굿네이버스, 케냐 빈민촌 지원 (나이로비=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한국의 국제개발협력 비정부기구(NGO) 굿네이버스는 케냐 빈민촌인 단도라에 직업훈련센터, 보건소를 운영하며 빈민촌 아이들에게 기술을 가르치고 가난한 이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도 몇 년간 운영비를 지원했다. 사진은 보건소 앞에서 KOICA 김항주 소장과 박동원 굿네이버스 케냐 지부장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2010.3.27 kjw@yna.co.kr |
빈민촌 단도라에 학교 직업훈련소 보건소 운영
기술 배운 학생들을 위한 수익사업도 구상
(나이로비=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 처음 온 이들은 아프리카에도 이런 곳이 있나 하며 신기해한다. 비교적 서늘한 공기,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길에 펼쳐지는 녹색 초원과 숲은 흡사 뉴욕 맨해튼의 센트럴파크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나이로비 도심의 높은 건물과 녹색 공간은 지극히 일부일 뿐, 케냐에서 사람이 사는 땅의 대부분은 비포장 도로에서 이는 흙먼지와 매연, 쓰레기 태우는 냄새가 뒤섞여 얼굴을 찌푸리게 만드는 판자촌이다.
15일 오전 방문한 단도라 빈민가. 케냐 빈민촌을 상징하는 키베라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빈민촌이다. 키베라에는 약 30만 명, 단도라에는 약 10만 명이 살고 있다. 단도라에는 소말리아 내전을 피해 온 이들까지 섞여 있다.
단도라는 나이로비에서 동쪽으로 8km 떨어져 있지만 차로 가면 약 40여분을 가야 닿는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김항주 소장은 "포장도로가 끊기는 곳부터 빈민촌"이라며 "절대로 자동차 문을 열지 말라"고 당부했다.
중심가로 들어갈수록 매캐한 냄새가 강해진다. 이곳에는 국제개발협력 비정부기구(NGO) 굿네이버스가 직업훈련센터와 보건소를 짓고 빈민촌 아이들에게 기술을 가르치고 가난한 이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는 아니지만 한국국제협력단도 몇 년 간 운영비를 지원했다.
박동원 굿네이버스 케냐 지부장은 "먼저 1∼8학년 초등학교를 지었는데 졸업한 아이들이 상급학교로 진학할 형편이 못돼 방황하는 것을 보고 직업훈련소를 지어 기술을 가르치게 됐다"고 말했다.
단도라직업훈련소는 `한화 사회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최근 2층을 올려 연면적이 약 300평 가량으로 늘었다. 뒷켠에서는 식당 공사가 진행 중이고 아직 빗물받이 공사가 남았다. 수도가 있지만 물은 이틀에 한 번 또는 일주일에 한 번 나와 비가 올 때 물을 받아놨다 쓰기 위해 지붕을 함석으로 얹고 대형 물통 4개를 스탠드에 올렸다. 홈통을 연결하면 된다.
직업훈련 분야는 미용과 목공, 컴퓨터, 봉제, 용접 등 분야별로 2-3개 학급을 운영, 약 130명이 기술을 배우고 있다.
취업률이 가장 높은 컴퓨터 분야 학생 수는 30명이, 나머지는 약 20명 안팎이다. 컴퓨터 교실에 들어서니 5대의 모니터 앞에 10여명이 모여 워드를 비롯한 초급 기능을 익히고 있다.
비예트 무티오(18) 양은 "3개월 가량 배우면 자격증을 딸 수 있고 그러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며 "컴퓨터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워드 프로세스 기능만 익혀도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고 박 지부장은 설명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새뮤엘 키하라(26) 씨는 "자격증을 따고 취직한 뒤에도 다시 이곳에서 1년을 배우면 디플로마를 받을 수 있다"면서 "컴퓨터는 가장 유망한 분야"라고 말했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컴퓨터반을 수료한 이는 약 270명으로 이들 대부분이 직장을 구했다.
키하라는 케냐 크리스천 산업훈련센터(KCITI)에서 4년을 배웠고 2004년 졸업한 뒤 컴퓨터 강사로 일하고 있다.
미용반은 분위기가 좀 더 활발하고 학생들 표정도 더 밝았다. 이곳 여자들은 조금만 여유가 생기면 가발을 쓰는 것이 유행이라 미용실이 잘 되는 편이라고 김 소장은 설명했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80명이 미용반에서 기술을 익혔고 이들 가운데 약 20%가 취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목공반에서는 학생들이 익숙한 솜씨로 망치를 다루며 침대틀을 만들고 있었다. 니스칠만 하면 시장에 내다 팔아도 될 만했다.
여기서 만드는 가구는 주로 굿네이버스가 운용하는 학교 등에 공급한다. 목공반도 작년에 배운 학생들을 강사로 채용했다.
봉재반에서는 반도패션에서 디자인실장으로 일하다 지금은 선교사로 변신한 정재호(52) 씨가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직접 봉재 전문 기술학교를 세우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처음에는 손미싱 기술을 가르치다 전기재봉틀로 쓰고 있고 지금까지 약 80명 정도가 수료했다.
그는 "꾸준히 가르치면 따라오기는 하지만 가르쳐 주는 것을 빨리 습득하지 못해 안타까울 때가 많다"면서 "이곳 훈련생들은 어릴 적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탓에 고급 기술을 배우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케냐에서는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학교 교사로 일하는 이들이 많고 2003년 초등교육 의무화가 시행됐지만 교육 여건이 크게 미비한 실정이다.
굿네이버스 박 지부장은 "여기서 배운 학생들이 직접 수익사업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면서 "모기장 주문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교에서 주문을 받아 교복을 생산하거나 건설업체에 가구를 납품할 수도 있고 미용실을 차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갈 곳이 없어 직업훈련소를 만들었고 이곳에서 기술을 배운 이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마케팅을 접목해 수익사업을 하려는 것이다.
협력단의 김 소장은 "굿네이버스 시설이 호평을 받고 있고 한국 정부 차원에서도 케냐의 다른 빈민촌에 직업훈련소를 지을 것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젊은이들이 기술을 배워 꿈을 키울 수 있다면 이곳 빈민촌에도 삶의 희망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에는 직업훈련센터에서 조금 떨어진 굿네이버스 보건소를 찾았다. 문 밖에도 여러 명이 앉아 있고 네댓 평이 될까말까한 보건소 안에도 진료 순서를 기다리는 이들이 빼곡하다. 족히 30명은 될 듯했다. 등록된 환자 수는 무려 1만명에 이른다.
전문의 한 명 없이 간호사 자격증만 갖고 있는 `닥터' 혼자 이곳에서 포경수술과 분만, 진료를 맡고 있다. 연세대가 일부 검사장비를 보내줬다.
이곳에서 2년째 일하고 있다는 닥터 무타이 윌프레드(29)는 "일손이 너무 달린다"면서 "보조의사라도 채용해야 한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박 지부장은 이미 여러 번 요청했다면서 김 소장에게 거듭 `협력의사'를 보내달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협력의사가 안 되면 봉사단이라도 파견해야 하는데 정부는 케냐 치안을 우려해 현재 봉사단을 파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열악한 시설이지만 이곳 빈민촌 주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곳이다. 하루에 80∼100명이 이용하고 있고 진료비도 약값 정도만 받는다. 멀리 사는 이들을 위해 매월 한 차례 이동진료도 실시하고 있다.
밖에서는 다섯살배기 캘빈이 어머니에 몸을 기댄 채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어머니는 "아이가 구토와 설사, 두통을 호소해 데리고 왔다"면서 "여기오면 치료를 잘 받는다"고 말했다.
kj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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