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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것 참 얄궂게 생겼다. 바나나 꽃이다. 들여다 볼수록 참 별스럽다. 우선 꽃대 하나에 꽃이 두 가지다. 꽃대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것과 바나나 열매들 끝에 맺힌 꽃이다.
이 사진을 꽃과 식물에 대해 제법 식견을 갖춘 분들이 모인 앱에 올려 과연 어느 것이 꽃인가를 물었다. 그런데 거기서도 의견이 두 가지로 나뉘었다. "하나는 가짜 꽃이고 다른 하나는 진짜 꽃"이라는 의견과 "모두 그냥 꽃"이라는 견해다.
그래, 그냥 꽃이다. 그것도 매우 흥미를 끄는 꽃이다. 바로 끝에 달린 자주색 꽃이다. 인터넷의 많은 웹 문서들이 다 이것을 그냥 바나나 꽃이라 밝히고 있다. 만일 가짜라면 세상 제대로 속인 셈이다.
바나나 열매가 맺히기 전부터 불쑥 내밀고 나오는 이 꽃, 혹자들이 꽃이 아니라고 할 만도 하다. 꽃술도 없다. 색도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자줏빛이 늘 그렇듯 오묘하고 깊은 맛이 물씬하다. 모양을 보자. 꽃다운 구석이 없이 열매에 가깝다. 모양이 도전적이고 튼실하다. 그 느낌이 꽃색을 능가한다. 얄궂은 상상력마저 불러일으킨다.
반전은 이 꽃의 역할이다. 이 자주색 덩어리가 곧 바나나가 열매 맺기 위한 꽃몽오리 방이다. 자주색 꽃잎이 한 장씩 벌어지면서 계속 그 사이에서 바나나 송이가 달리는 것이다. 열 번 벌어지면 열 송이의 바나나가 달린다.
살펴본바 한 꽃대에서 열다섯 송이까지도 확인했으니, 자주색 꽃이 약 열다섯 번 자기 역할을 한 셈이다.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 집 텃밭에서 수확한 한 송이에 달린 바나나 개수가 23개였으니 바나나 꽃대 하나에 많게는 345개의 바나나가 달리는 셈이다.
참 많다. 이렇게 많은 열매를 맺도록 역할을 한 자주색 꽃의 마지막은 '순절'이다. 그 역할을 다 했다고 판단하는 순간 잘려나간다. 영양소를 열매로 돌리기 위해서란다. 물론 자주색 꽃의 역할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식용으로 쓰인다. 현지 시장엘 가면 그렇게 잘린 꽃을 수북이 쌓아놓고 판다. 날로 먹기도 하지만 살짝 데쳐서 먹기도 한다.
잘리는 것은 바나나 나무도 마찬가지다. 바나나 나무는 한 줄기에서 한 번만 열매를 맺으므로 뿌리에서 돋아나는 다른 새싹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 잘려나간 그 자리, 역할을 다하고 잘린 뒷자리에 아름다운 새싹이 돋는다.
세상이 희망인 이유가 바나나 나무와 꽃에 이리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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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나나 꽃 | |
ⓒ 손인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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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대 하나에 꽃이 두 가지 | |
ⓒ 손인식 |
고것 참 얄궂게 생겼다. 바나나 꽃이다. 들여다 볼수록 참 별스럽다. 우선 꽃대 하나에 꽃이 두 가지다. 꽃대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것과 바나나 열매들 끝에 맺힌 꽃이다.
이 사진을 꽃과 식물에 대해 제법 식견을 갖춘 분들이 모인 앱에 올려 과연 어느 것이 꽃인가를 물었다. 그런데 거기서도 의견이 두 가지로 나뉘었다. "하나는 가짜 꽃이고 다른 하나는 진짜 꽃"이라는 의견과 "모두 그냥 꽃"이라는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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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대 끝에 달린 자주색 꽃은 바나나의 튼튼한 열매와 빠른 성장을 위해 때가 되면 잘린다 | |
ⓒ 손인식 |
그래, 그냥 꽃이다. 그것도 매우 흥미를 끄는 꽃이다. 바로 끝에 달린 자주색 꽃이다. 인터넷의 많은 웹 문서들이 다 이것을 그냥 바나나 꽃이라 밝히고 있다. 만일 가짜라면 세상 제대로 속인 셈이다.
바나나 열매가 맺히기 전부터 불쑥 내밀고 나오는 이 꽃, 혹자들이 꽃이 아니라고 할 만도 하다. 꽃술도 없다. 색도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자줏빛이 늘 그렇듯 오묘하고 깊은 맛이 물씬하다. 모양을 보자. 꽃다운 구석이 없이 열매에 가깝다. 모양이 도전적이고 튼실하다. 그 느낌이 꽃색을 능가한다. 얄궂은 상상력마저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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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잎이 무성해지면 나무 상단에서 자주색 꽃봉오리가 터져 나온다. | |
ⓒ 손인식 |
반전은 이 꽃의 역할이다. 이 자주색 덩어리가 곧 바나나가 열매 맺기 위한 꽃몽오리 방이다. 자주색 꽃잎이 한 장씩 벌어지면서 계속 그 사이에서 바나나 송이가 달리는 것이다. 열 번 벌어지면 열 송이의 바나나가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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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튼튼한 꽃대에 듬뿍 달린 바나나 송이 | |
ⓒ 손인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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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대 하나에 십 수 송이 바나나가 달려있다. | |
ⓒ 손인식 |
살펴본바 한 꽃대에서 열다섯 송이까지도 확인했으니, 자주색 꽃이 약 열다섯 번 자기 역할을 한 셈이다.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 집 텃밭에서 수확한 한 송이에 달린 바나나 개수가 23개였으니 바나나 꽃대 하나에 많게는 345개의 바나나가 달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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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송이에 달린 바나나가 무려 23개 | |
ⓒ 손인식 |
참 많다. 이렇게 많은 열매를 맺도록 역할을 한 자주색 꽃의 마지막은 '순절'이다. 그 역할을 다 했다고 판단하는 순간 잘려나간다. 영양소를 열매로 돌리기 위해서란다. 물론 자주색 꽃의 역할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식용으로 쓰인다. 현지 시장엘 가면 그렇게 잘린 꽃을 수북이 쌓아놓고 판다. 날로 먹기도 하지만 살짝 데쳐서 먹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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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매를 맺고 잘려 나간 자리에서 움트는 새싹 | |
ⓒ 손인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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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려 나간 자리에서 자라나는 새싹들 | |
ⓒ 손인식 |
잘리는 것은 바나나 나무도 마찬가지다. 바나나 나무는 한 줄기에서 한 번만 열매를 맺으므로 뿌리에서 돋아나는 다른 새싹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 잘려나간 그 자리, 역할을 다하고 잘린 뒷자리에 아름다운 새싹이 돋는다.
세상이 희망인 이유가 바나나 나무와 꽃에 이리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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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글은 인도네시아 한인 경제신문 사이트 PAGI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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