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불바다 될 것”..23년 전 북한·미국 핵 전쟁 경고한 랍비

                                        
           
 
한반도서 벌어질 핵 참사를 예언한 이스라엘 랍비 레비 사디아 나흐마니. [중앙포토]

한반도서 벌어질 핵 참사를 예언한 이스라엘 랍비 레비 사디아 나흐마니. [중앙포토]

 
23년 전인 1994년 12월. 이스라엘 랍비인 레비 사디아 나흐마니는 ‘충격적인 사건’을 예언했다. 북한과 미국 간에 벌어질 ‘핵 참사’(Nuclear apocalypse)였다. 당시는 사담 후세인·카다피 등 중동권 독재자의 만행이 이스라엘 언론에 주목되던 때였다. 나흐마니가 지목한 나라 ‘코리아’는 이스라엘 현지서 낯설고, 멀게 느껴졌었다.

레비 나흐마니 94년 12월 北·美간 핵전쟁 예견
“시리아도, 이란도, 이라크도 아닌 코리아”
3일 북한 핵 실험 단행..국제 여론 얼어붙어

 
그의 충격적인 예언은 3~4분짜리 비디오 테이프 영상에 담겨 공개됐다. 예언 한달 뒤 숨진 나흐마니는 영상에서 ‘코리아’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유대(이스라엘)를 파괴할 핵 전쟁은 ‘코리아’에서 시작될 것이다.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말해둔다. 시리아도, 페르시아(이란)도, 바빌론(이라크)도, 카다피도 아니다. 바로 코리아다.”
 
같은 시기 북한에선 김정일(42~2011년) 국방위원장이 다섯 달 전 사망한 아버지 김일성(12~94년)의 통치권을 이어받고 있었다. 85년 핵 확산 방지 조약(NPT)에 서명했던 북한은 단 한 차례의 핵 실험도 하지 않아 중동권에선 ‘관심 밖의 나라’였다.
 
도심에서 핵 미사일이 터졌을 때 피어오르는 검붉은 버섯구름. [중앙포토]

도심에서 핵 미사일이 터졌을 때 피어오르는 검붉은 버섯구름. [중앙포토]

 
그럼에도 나흐마니는 ‘한반도 위기설’에 불을 지폈다. 한국의 수도인 ‘서울’을 지칭하며 그는 “서울이 ‘종말(아마겟돈)의 근원지’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서울은 히브리어로 ‘어둠’을 뜻하는 단어인 ‘셜’(sheol)과 발음이 비슷하다고 한다. 그는 성경 구절을 인용하면서 “코에 불이 붙어 최후의 심판의 구덩이에서 불 탈 것”이라며 서울에서 벌어질 참사를 생생히 표현했다.
 
“코리아가 온다. 핵이 터진다. 우린 회개해야 한다. 분명히 알아둬라. 홀로코스트보다 더욱 참혹할 것이다! 코리아에서 핵무기(nuke)가 올 것이다.”
 
그러면서 나흐마니는 영상에서 이스라엘인들에게 “토라(유대교 율법)를 신봉하고 토라를 위해 평화적으로 싸우라”고 권고했다.
 
그의 예언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북한이 첫 핵 실험을 단행한 2006년쯤부터다. 이후 2차(2009년), 3차 핵 실험(2013년)을 벌인 북한은 지난해는 핵 실험을 두 차례나 단행하면서 “첫 수소탄 실험을 성공했다”고 공식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올해 들어 미국 정부도 미국 본토를 타격할 만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인정하게 됐고, 북한은 미국령인 ‘괌 포위 사격’을 운운하고 있었다.
 
3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성공했다고 발표한 북한 관련 속보를 시청하는 시민들. 장진영 기자

3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성공했다고 발표한 북한 관련 속보를 시청하는 시민들. 장진영 기자

 
이런 가운데 지난 3일 북한의 제6차 핵 실험 단행은 나흐마니 예언의 신빙성(?)을 더욱 높이게 됐다. 이번 핵 실험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이다. 최근 ICBM급 ‘화성-14’형 시험 발사에 두 차례나 성공한 북한은 이날 제6차 핵 실험에 대해 ‘대륙간탄도로케트 장착용 수소탄 시험’이라고 못박았다. 수소탄을 장착한 ICBM을 미국 본토까지 날려보낼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는 목적에서다.
 
여론도 급속히 얼어붙었다. 지난달 “미군은 전쟁 준비가 돼 있다(locked and loaded)”며 북한에 강도 높은 경고를 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북한이 중요한 핵 실험을 했다. 그들의 말과 행동은 여전히 미국에 적대적이고 위험하다”는 글을 올렸다.
 
생전 나흐마니는 유대교 교리인 ‘종말론’과 관련된 예언을 여럿 내놨다. 또 제3차 중동전쟁(67년), 제4차 중동전쟁(73년), 그리고 걸프전(90~91년) 발발 등을 정확히 맞춰 화제가 됐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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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질방서 스트레스 풀고 발효식품 많고 … 한국 5대 장수 국가

                
           
                   
 
영국 BBC방송이 한국을 세계 5대 장수 국가 가운데 하나로 소개하며 한국인들의 기대수명이 긴 이유를 정리했다. 나머지 4개 장수 국가로는 일본, 싱가포르, 스위스, 스페인이 선정됐다.
 

BBC, 장수 비결 소개
일본은 소식, 노인들 오락 문화 덕
싱가포르·스위스는 사회보장 때문

지난 9일 BBC는 “올해 초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게재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기대수명이 90세를 넘어서는 세계 첫 국가가 될 전망”이라며 “이는 높은 경제 수준과 건강보험, 서구인들에 비해 낮은 혈압 등의 요인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BBC는 이어 “한국 식단에선 발효음식이 발달했다”며 발효음식은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면역을 강화하며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도했다. 카밀 호헵 세계건강여행재단 설립자는 BBC 인터뷰에서 “한식은 전반적으로 섬유질을 많고 영양이 풍부하다”며 한식이 한국인들의 장수 비결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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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질방 등 한국식 문화도 삶의 질을 높이는 요소로 꼽혔다. 호헵은 “찜질방은 한국인들이 체력을 회복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공간”이라며 “한국인들은 개인주의보다 서로 돕는 공동체문화에 익숙하다”고 말했다.
 
BBC는 “장수로 유명한 일본 오키나와는 두부, 고구마 등의 음식과 노인들의 커뮤니티를 통한 스트레스 해소가 이 지역 주민들의 수명 연장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페인에선 올리브 등 채소 위주의 식단과 시에스타(낮잠) 문화가, 스위스에선 치즈 및 유제품의 높은 섭취율과 건강보험 제도가 장수 원인으로 꼽혔다.
 
싱가포르에선 뛰어난 ‘기적’이라 불릴 정도로 질 높은 건강보험 제도가 장수의 주요 원동력이었다. BBC는 “싱가포르의 산모·영아 사망률은 세계 최저 수준”이라며 “이는 싱가포르 건강보험의 뛰어난 예방치료 덕분”이라고 밝혔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찜질방서 스트레스 풀고 발효식품 많고 … 한국 5대 장수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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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양숙의 Q] 프랑스 외인부대서 5년, 군가 부르다 목소리 얻었지요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보이스 코치 이진선(37)씨. 신체 여러 부위 훈련을 통해 자신 속에 숨겨진 목소리를 찾아주는 조련사다. 지금은 배우로도 활동하고 있지만 그의 삶은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았다. 3살에 부모와 헤어졌고 15살엔 수녀원에서마저 도망쳤다. 갈 곳 없는 소년을 받아준 중화요리집, 더 큰 세상으로 가기 위해 선택한 프랑스 외인부대, 그토록 꿈꿨던 배우 데뷔, 그리고 우연히 만난 보이스 코치라는 직업. 배우와 보이스 코치로 1인2역을 하고 있는 이진선을 '배양숙의 Q'가 만났다.

세 살 때 파고다 공원서 미아
수녀원에서 지내다 15세 때 도망
중국집 일하며 대입 검정고시 합격

피터팬 뮤지컬 보고 배우 꿈
많은 사람들에게 계속 보여지면
부모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

18세 때 60만원 들고 프랑스로
뭔가 변화 절박해 외인부대 지원
전투는 안 했지만 세네갈 내전 파병

보이스 코칭이란
속에 숨어 있는 본인만의 목소리
신체 여러 부위 훈련 통해 찾아줘



'배양숙의 Q'가 서울 삼성생명 서초타운에서 배우 겸 보이스 코치 이진선을 만났다. 최정동 기자

'배양숙의 Q'가 서울 삼성생명 서초타운에서 배우 겸 보이스 코치 이진선을 만났다. 최정동 기자

 
질의 :보이스 코치란 직업이 우리에겐 아직 생소한데요.
응답 :“목소리엔 그 사람의 건강 상태는 물론이고 지적 수준, 직업, 신체골격, 자라온 환경 등 200여 가지의 정보가 담겨 있어요. 보이스 코치란 각자에게 숨겨져 있지만 정작 자신은 깨닫지 못하고 있는 본인만의 목소리를 찾아주는 조련사입니다. 올바른 호흡법과 발음, 발성법을 알려주죠. 전략적으로 목소리를 사용한다면 어떤 상황에서든 돋보일 수 있고 성공할 수 있습니다.”
질의 :영화 촬영 때문에 매우 바쁘다고 들었어요.
응답 :“네, 영화 ‘공작’과 ‘안시성’ 두 작품에 출연하게 됐습니다. 윤종빈 감독님이 메가폰을 잡은 ‘공작’은 내년 추석 전 개봉 예정인데, 북한의 핵 개발 실체를 밝히기 위한 남북의 첩보전을 다룬 영화에요. 전 기자 역으로 출연합니다. 2018년 개봉 예정인 ‘안시성’은 김광식 감독님 작품으로 15일 첫 촬영에 들어가요. 고구려 장수 양만춘이 88일간 당태종의 공격을 막아낸 '안시성 전투'를 그린 초대형 사극이에요. 제 배역은 당나라 총사령관 입니다. 아직 비중이 큰 배역은 아니지만 이제 시작이에요. 영화 촬영과 더불어 보이스 코칭 강연도 틈틈이 다니느라 여름을 바삐 보내고 있습니다.” 
질의 :부모님과는 어떻게 헤어졌나요?
응답 :“부모님과 헤어진 이유는 저도 잘 모릅니다. 너무 어렸을 때라 기억도 안 나고요. 1983년 서울 종로3가 파고다 공원에서 제가 발견됐고 마리아 수녀회에 보내졌다고 하더라고요. 16살에 어쩌다 나는 고아가 됐을까 생각해보며 종로3가를 한없이 걸었어요. ‘내가 이쯤에서 혼자 울고 있지 않았을까’, ‘나라면 여기서 아이를 잃어버렸을 때 어떻게 했을까’. 만약 부모님이 저를 잃어버린 거라면, 그리고 저를 찾기 위해 애타게 노력했다면 충분히 찾을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속상했지만 이제는 많이 괜찮아졌습니다.”
질의 :15살에 어린 나이에 수녀원을 탈출한 이유는 뭔가요?
응답 :“서울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다 중학생 때 부산에 있는 수녀원으로 가게 됐습니다.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평생 초등학생일 줄 알았던 제가 중학생이 된다는 것이 충격이었어요. 그곳에 있는 선배들을 보니 기술을 배워 정해진 공장에서 평생 기계를 만지며 살더라고요. 저는 그렇게 정해진 삶을 살기 싫었습니다. 제 안에는 항상 무언가를 도전하고 성취하려는 욕구가 강하게 있었던 것 같아요.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했고, 수녀님들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도망치기로 결심했죠.” 
 
수녀원 아이들과 젬마 엄마 수녀님. 뒷줄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이진선. [사진 이진선]

수녀원 아이들과 젬마 엄마 수녀님. 뒷줄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이진선. [사진 이진선]

 
질의 :어린 나이에 처음 마주한 세상은 어땠나요?
응답 :“도망친 날 밤 무작정 걷다 부산 국제시장에 도착했습니다. 배가 고파서 일단 중화요리집으로 들어가 짜장면을 시켜 먹었어요. 직원이 배달 나가면 도망칠 생각이었는데 마감 시간이라 안 나가더라고요. 결국 사장님이 눈치를 채시고 제게 돈은 있는지, 잘 곳은 있는지, 이것저것 물어보셨어요. 그리고 그 중화요리집에서 일하며 생활할 수 있게 도와주셨죠.”
질의 :정해진 삶이 싫어서 도망쳤으니 중화요리집에서 일만 하진 않았을 것 같아요.
응답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제가 ‘중국집 총각’으로 불리고 있더라고요. 저는 이런 삶을 원해서 수녀원을 나온 게 아니었고, 공부만이 이 상황의 돌파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검정고시를 준비했죠. 처음에는 주변에서 괜히 돈 낭비 하지 말라고 비아냥거렸어요.”
질의 :교재비를 감당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요.
응답 :“어느 날 아침 사장님이 공부하다 잠 든 제 모습을 보시고는 남은 교과서 할부금을 다 대주셨어요. 제 진심을 느끼신 거죠. 그렇게 대입 검정고시까지 합격했지만 한국에서 대학을 가기엔 장벽이 너무 높았습니다. 연극영화과는 다른 데보다 학비가 훨씬 비싸고, 독학으로는 유복한 가정에서 과외 받은 아이들을 따라가기 힘들었어요. 저 같은 사람은 대학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구조였어요.”
질의 :연극영화과를 고집한 이유가 있나요?
응답 :“10살 때 서울 세종문화회관 초대로 뮤지컬 ‘피터팬’을 봤어요. 어린 제 눈에는 얼마나 그 세상이 거대하고 황홀했는지요. 그게 뭔지도 정확히 모르면서 피터팬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저렇게 많은 사람들 눈에 지속적으로 노출 된다면 부모님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있었고요. 그때부터 막연히 배우가 제 꿈이 됐어요.”
 
배우 이진선은 영화 '검사외전(2015)'에 국회의원 보좌관 역으로 출연했다. [사진 이진선]

배우 이진선은 영화 '검사외전(2015)'에 국회의원 보좌관 역으로 출연했다. [사진 이진선]

 
질의 :배우라는 꿈과 프랑스 외인부대는 전혀 접점이 없어 보여요. 외인부대로 가게 된 계기가 뭔가요?
응답 :“꿈과 현실의 괴리에 대한 무력감에 너무 힘들어 혼자 술을 한잔 하다 잠든 어느 날이었습니다. 새벽에 열어둔 창문으로 제 얼굴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게 느껴져 깼는데, 어디선가 읽은 ‘외인부대’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어요. “내 스스로 내 자신을 변화 시킬 수 없다면 외부의 힘을 빌려 나를 변화시키자. 프랑스 외인부대로 가자.” 죽을 수도 있는 곳이지만 전 정말 절박했거든요. 제 젊음의 일부를 희생하면 기회가 주어질 것 같았어요. 그렇게 결심하고 나서 바로 여권을 만들고 프랑스 편도 항공권과 60만원, 바지 한 벌, 속옷 한 벌, 양말 한 켤레만 가지고 비행기에 올랐어요. 그때가 18살이었습니다.”
질의 :불어를 전혀 몰랐잖아요. 외인부대까지 혼자 가기조차 쉽지 않았을 텐데요.
응답 :“정말 궁하거나 간절히 원하면 눈앞에 작은 빛이 보이더라고요. 공항에 내렸는데 한국인처럼 보이는 가이드가 서 있는 거예요. 그분한테 도움을 청했죠. 우여곡절 끝에 모병소에 도착했지만 두려움과 긴장감으로 그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어요. 이를 악물고 지원했고, 각종 테스트를 통과해 외인부대원이 됐습니다.”
질의 :언어 장벽으로 힘들진 않았나요?
응답 :“힘들었죠. 그래서 정말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훈련이 끝나고 밤 10시에 소등된 후에도 저는 화장실에서 초를 켜고 공부했어요. 하루는 당직 사관이 순찰 돌다가 불빛을 발견하고 화장실 문을 두드리는 겁니다. 두려움에 떨며 문을 열었더니 덩치 큰 흑인 당직 사관이 눈을 부릅뜨고 서 있더라고요. 혼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잘 땐 자라!’라고 소리치고는 초코바를 하나 꺼내 주며 엄지 척 하는 거예요. 너무 고마웠어요.”
 
제 1외인기갑연대에서 기갑전술 훈련 중인 모습. [사진 이진선]

제 1외인기갑연대에서 기갑전술 훈련 중인 모습. [사진 이진선]

 
질의 :노력하는 모습이 기특했나 보네요. 5년 동안 복무하면서 많은 걸 얻었을 것 같아요.
응답 :“스키, 승마, 수영, 운전, 불어를 배웠고 가장 중요한 건 제 목소리를 얻었습니다. 그땐 몰랐지만 텍스트를 또박또박 소리 내 읽거나 노래를 나지막이 부르는 건 좋은 목소리를 얻기 위한 훈련이거든요. 프랑스 군가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음이 굉장히 낮아요. 저는 당시 목소리가 미성이었는데, 프랑스 군가를 5년 동안 부르니까 목소리에 힘이 생겼습니다.”
질의 :실제로 전투에 참여한 적도 있나요?
응답 :“2000년, 세네갈에서 정권이 교체되면서 정부군와 반정부군이 대치했습니다. 세네갈 정부는 프랑스 외인부대에 협조를 구했고, 저희 부대원 150명 정도가 갔어요. 외인부대가 있는 것 만으로도 전쟁이 억제되거든요. 다행히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안전을 위해 아이들한테도 총을 겨눌 수밖에 없었던 현실이 마음 아팠습니다.”
질의 :타지에서 홀로 지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응답 :“입대한 지 3년 정도 됐을 때 '외로워서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을 만큼 심적으로 힘들었어요. 하루는 같이 근무하던 형한테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소연 했는데, 그 형이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한국 가면 뭐 할 건데? 한국에서 네가 뭘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때로 돌아가고 싶으면 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어요. 그 말로 제가 여기 온 이유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죠. 전쟁에서 이기는 것 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먼저였던 거예요. 그렇게 5년 간의 복무를 마치고 에꼴 댄스 드 파리(Ecole dance de paris)에 입학해 그토록 하고 싶었던 연기 공부를 했어요.”
 
피레네 산맥을 오르내리며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사진 이진선]

피레네 산맥을 오르내리며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사진 이진선]

 
질의 :한국에 돌아와서 처음 한 일은 뭔가요?
응답 :“오디션을 찾아봤습니다. 맨 위에 있던 단원 모집 공고를 보고 바로 연락해 단원 생활을 하게 됐어요. 처음 맡은  배역은 ‘닭’이었습니다. (웃음) 김유정의 소설 '봄봄'에 나오는 닭이요. 저한테는 너무 소중한 첫 배역이었기 때문에, 닭 동영상을 보면서 열심히 공부했어요. 어떻게 걷는지, 목은 어떻게 돌리는지, 어떻게 우는지, 눈빛은 어떤지 까지요. 그렇게 꿈에 그리던 무대에 섰는데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힘든 때도 많았어요. 연극 만으로는 살기 힘들어서 막노동까지 했거든요.”
질의 :생애 첫 인터뷰 장소인 서울 삼성생명서초타운과도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요.
응답 :“사실 이 건물도 제가 일했던 현장이에요. 공사하느라 한참 드나들었던 건물이 완공되고 출입이 통제되니까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제가 언제 또 이곳에 올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신기하게도 오늘 이렇게 인터뷰하기 위해서 왔네요. 여기 들어오면서 건물과 인사를 나눴어요. 그동안 잘 지냈냐고. (웃음)”
질의 :‘코칭’은 어떻게 접하게 됐나요?
응답 :“제 아내는 대학병원에 근무하고 있어서 많은 강의를 들어요. 하루는 아내가 저한테 김상임 코치의 강의를 들어보라고 말하더군요. 그런데 강의료가 생각보다 비싼 거예요. 저는 ‘내년에 아기도 태어나고 쓸 돈이 얼마나 많은데!’하고 버럭 화를 냈죠. 그런데도 아내가 계속 권유하니까 속는 셈 치고 들어봤는데, 코칭이라는 게 알면 알수록 신기하더라고요. 저는 제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코칭을 받을 때마다 새로운 제 자신을 발견했고 잠재된 능력들을 온전히 제 것으로 만들 수 있게 됐죠. 물론 가장 큰 깨달음은 제 목소리를 발견한 겁니다. 코칭은 다른 주입식 일반 교육과는 달라요. 질문 하나하나가 그 사람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끌어내거든요.”
 
김상임코치는 두 자녀의 엄마로 삼성공채로 입사해 CJ임원에 오르기까지 다양한 업무경험을 했다. 2011년에 퇴임한 후 "코칭으로 대한민국 행복지수"를 높이겠다는 마음으로 기업임원에서 대학생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코칭과 강의로 변화시키고 있다. 현재 블루밍경영연구소의 대표코치다.


질의 :아내분이 코칭과의 인연을 만들어 준 거네요. 아내를 만나게 된 얘기가 궁금합니다.
응답 :“어느 날 집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세네갈 봉사단원 모집 공고가 나오더라고요. ‘코이카의 꿈’이라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외인부대 시절 세네갈 아이들한테 총을 겨눈 게 저한테는 항상 죄책감으로 남아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봉사하자는 생각으로 지원했죠. 저는 봉사단장으로 세네갈에 가게 됐고, 세브란스 병원에서 의료진들을 보내줬어요. 그 중에 제 아내가 있었고요. 그렇게 아내를 처음 만났습니다.”
 
2011년 세네갈 의료봉사 현장에서 아침 조회 중인 이진선(맨 오른쪽)과 그의 아내 박신영 간호사(맨 오른쪽에서 두번째). [사진 연세의료원]

2011년 세네갈 의료봉사 현장에서 아침 조회 중인 이진선(맨 오른쪽)과 그의 아내 박신영 간호사(맨 오른쪽에서 두번째). [사진 연세의료원]

 
질의 :외인부대를 가지 않았다면 아내도 만나지 못했겠네요.
응답 :“그렇죠. 근데 세네갈에 있을 때는 너무 바빠서 아내와 말 한마디 못해봤어요. 제대로 만난 건 한국 와서 였죠. 세네갈에 심장 수술을 받아야 하는 아이가 있었거든요. 세브란스 병원에서 그 아이를 돕기로 했고, 저는 그 아이의 보호자가 되어 같이 한국으로 왔습니다. 그때도 막노동을 하던 시절이었는데, 매일 저녁 집에서 깨끗하게 샤워하고, 제일 좋은 옷을 입고 그 아이를 만나러 병원으로 갔습니다. '보호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아이를 안심시켜주기 위해서요. 어느 날 병실을 나왔는데, 익숙한 얼굴의 여자가 서 있더라고요. 세네갈 봉사할 때 만났던 간호사, 제 아내였습니다. 그 넓은 병원에서 다시 만난 것도 보통 인연이 아니죠. 제가 먼저 차 한잔 하자고 말을 건넸고, 그렇게 결혼까지 하게 됐습니다.”
 
성장이 멈춰버린 아기 '아미나타' 와 박신영 간호사. 아미나타는 한국 세브란스 병원에서 대수술을 받고 살아날 수 있었다.[사진 연세의료원]

성장이 멈춰버린 아기 '아미나타' 와 박신영 간호사. 아미나타는 한국 세브란스 병원에서 대수술을 받고 살아날 수 있었다.[사진 연세의료원]

 
질의 :직접 코칭을 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응답 :“김상임 코치님이 저한테 처음 코칭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하셨어요. ‘제가 볼 때 이진선씨는 지금도 충분히 많은 재능이 있어요. 이제 달리기는 그만하시고 가지고 계신 재능을 깨워 보세요. 요즘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로 고민하고 있어요. 오랫동안 목소리 훈련을 하셨을 텐데 다음 코칭 모임 때 보이스 코칭을 한 번 해주시면 어떨까요?’ 그 날 밤 얼마나 설렜는지 몰라요. 달리기가 아닌 새로운 도전은 오랜만이었거든요.”
질의 :첫 보이스 코칭은 어땠나요?
응답 :“첫 번째 프로 데뷔 무대가 우리나라 최고의 회계사 그룹이었어요. 그런데 같은 날 아내가 출산을 위해 병원에 실려 간 거예요. 아내도 걱정되고 임원들 앞에서 강의하려니 무척 긴장되더라고요. 하지만 제 자신을 믿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지금은 '블루밍경영연구소' 소속 코치로 저만의 보이스 코칭 프로그램과 기업 리더들을 위한 보이스 코칭을 진행하고 있어요.”
질의 :기업 리더들이 돈을 주면서까지 보이스 코칭을 받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그 정도로 목소리가 중요한가요?
응답 :“첫 인상을 형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게 목소리에요. 겉모습은 몇 시간에서 며칠이면 없어지는데 목소리는 평생 가거든요. 그런데 목소리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게 직업입니다. 제가 강의 나가서 임원분들께 본인의 목소리가 무슨 색인 것 같으냐고 물으면 대부분 회색이라고 말씀하세요. 딱딱하고 무미건조하고 사무적인 직업의 영향이죠. 어느 분은 아들이랑 여행도 가고, 원하는 것도 다 사주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턴가 사이가 틀어졌다고 하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집에서도 항상 임원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는 거예요. 제 코칭대로 목소리에 활력을 넣어 가족들과 얘기했더니 한 달 만에 아들이 먼저 옆자리로 다가와 앉았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목소리 하나 때문에 가족과의 관계가 틀어질 수도 있고 소중한 고객을 놓칠 수도 있어요.”
 
이진선은 '블루밍경영연구소' 소속 보이스 코치로 한국코치협회 KAC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이진선은 '블루밍경영연구소' 소속 보이스 코치로 한국코치협회 KAC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질의 :37년 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는데, 힘든 상황을 잘 극복하는 방법이 따로 있나요?
응답 :“저는 프랑스에서 오랜 기간 혼자 지냈고, 가족도 없어서 힘들어도 말할 곳이 없었어요. 그럴 때마다 저는 많은 생각하지 말고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이거 하나만 넘자’라는 생각으로 버텼죠. 제가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환경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의 처지에 낙담하지 말고, 주어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작은 도전이라도 꾸준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도전을 성공시켜나가다 보면 반드시 자신의 꿈에 도달한 나를 발견할 수 있으니까요.”
질의 :앞으로 어떤 도전을 하고 싶나요?
응답 :“먼저, 저는 2023년까지 1000만 관객 영화의 주·조연이 되기 위해 달려갈 것입니다. 두 번째로 소년, 소녀 가장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기 위해 봉사와 기여를 할 것입니다. 저와 같은 처지의 아이들이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는 동료 배우들을 코칭하고 싶습니다. 배우들은 작은 배역 하나 따내기도 힘들지만 운좋게 배역을 맡더라도 이름을 알리거나 스타반열에 오를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이렇다보니 생계유지도 힘든 배우들이 대부분입니다. '배우'라는 꿈 하나만 바라보고 달려가는 동료들을 제 코칭으로 행복하게 만들고 싶어요.”
질의 :지금도 계속 봉사활동을 하고 계시지요.
응답 :“코치 선생님들 중 경기도 평택의 한 초등학교에 있는 다문화 학생들을 위해 봉사 활동을 다니는 분이 계세요. 그런데 학교에 불어밖에 할 줄 모르는 학생들이 있다고 저한테 도움을 요청하시더라고요. 그 아이들 중에 특히 의욕이 없는 남학생이 있는데, ‘공부하면 뭐해요, 어차피 공장에서 일할 텐데.’라고 말했다는 거예요. 그 얘기를 들으니 제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아 당장 아이들을 도와야겠다고 결심했죠. 일단 제가 불어로 말한다는 것에 아이들이 놀라워하고 신나 했어요. 또, 제가 프랑스에서 살던 얘기를 들려주니까 의욕 없던 아이들도 마음을 열고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하더라고요. 앞으로도 저는 이런 활동을 통해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돕고 싶어요. 저도 힘들 때 따뜻한 시선, 작은 손길,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됐으니까요.”
질의 :100세 시대에서 37세면 아직 절반도 안 왔잖아요. 앞으로 긴 여정을 가야 하는 동년배한테 조언 한마디 부탁드려요.
응답 :“우선,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믿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변 사람들의 부정적 시선에도 제가 순간순간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제 자신을 믿었기 때문이에요. 그 다음으로는 '진정한 나'를 알아야 합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하는가?', '무엇을 더 해볼 수 있지?',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뭐지?' 이렇게 자신에게 진실 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과정이 필요해요. 자기 안에 들어있는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기 바랍니다. 방법이 어렵다면 코칭 서적을 읽어보세요. 객관적으로 자기 자신을 알 수 있고, 또 다른 나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또 다른 나에게도 기회를 주세요.”

 기회 없는 능력은 쓸모가 없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질의 :1000만 배우가 되면 부모님을 찾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부모님께 드리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아요.
응답 :“엄. 마. 아. 빠.
35년 만에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불러봅니다.
부르기만 했는데 가슴 한편이 내려앉으며 숨이 조여옵니다.
나중에 엄마를 만났는데 내가 너무 커버려서 몰라보면 어떡하지...?
시간이 이만큼 지나면 잊혀 질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가 봐.
나 이제 엄마를 만나도 미워하지 않을 자신 있는데.
도대체 어느 지붕 아래에 살고 있어요?
당신 아들 얼마나 잘 컸는데...
하지만 엄마...
당신 가슴에 큰 짐 지고 사시지 않기를 가장 먼저 기도합니다.
막연하게..
보고 싶습니다.”
 
배우 이진선의 가족사진. 오른쪽부터 이진선, 아들 노엘, 아내 박신영 간호사. [사진 이진선]

배우 이진선의 가족사진. 오른쪽부터 이진선, 아들 노엘, 아내 박신영 간호사. [사진 이진선]

 
누구나 ‘환경’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주어진 환경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받아들이고 실행하느냐이다. 첫 인상이 너무 밝아 상상할 수 없었던 이진선씨의 인생 역정! 그는 자신에게 던져진 불행한 환경을 탓하며 자포자기하지 않았다. 스스로를 믿고 꿋꿋하게 세상의 비바람 속을 뚫고 앞으로 나아갔다. 이젠 10살 무렵 운명처럼 다가온 절실한 꿈이었던 ‘배우’의 길을 걷고 있고, 무엇보다 소중한 가족이 생겼다. 배우이자 코치 이진선, 37년의 고단했던 인생과 새로운 꿈에 기립박수와 함께 무한한 응원을 보낸다. 그의 삶이 이 시대의 또 다른 이진선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방향등이 되어 주리라 믿는다. 


  

  • 배양숙 (사)서울인문포럼 이사장 theore@joongang.co.kr
    정리 = 장하니 인턴기자 chang.hany@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배양숙의 Q] 프랑스 외인부대서 5년, 군가 부르다 목소리 얻었지요
Posted by 행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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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이죠"

유지한 기자 입력 2017.08.12. 03:05 

['빗물 박사' 서울대 한무영 교수]
840㎡ 규모 옥상에 정원 만들어 흙 아래를 '빗물 저장소'로 사용
"빗물, 가뭄·폭염 해결할 수 있어.. 식수도 가능해 쓰임새 무궁무진"

서울 낮 최고기온이 32도까지 오른 11일 오후 서울대 35동 옥상. 다른 건물의 시멘트 옥상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를 느끼기 어려웠다. 옥상에는 풀과 나무, 꽃이 어우러진 푸른 정원이 펼쳐졌다. 60㎡ 크기의 작은 연못에서는 금붕어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텃밭에는 방울토마토가 열려 있고 감자, 파 등 여러 작물이 자라고 있었다.

연못을 채우고 텃밭에 뿌리는 물은 모두 빗물이다. 약 840㎡ 규모의 옥상에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이 학교 건설환경공학부 한무영(61) 교수가 사비를 털어 만든 것이다. 옥상 위에 5㎝ 높이의 물 저장 공간을 만들고 부직포 위에 15㎝ 흙을 깔았다. 비가 오면 흙 아래부터 물이 저장된다. 비가 너무 많이 오면 파이프를 열어 물을 흘려보낸다.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가 지난 5월 ‘빗물 정원’에 핀 꽃 옆에 앉아 활짝 웃고 있다. 한 교수는 가뭄과 폭염 등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대 건물 옥상에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정원을 만들었다. /서울대

한 교수가 이 '빗물 정원'을 만든 것은 가뭄과 폭염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다. "가뭄은 비가 안 와서, 홍수는 비가 많이 와서, 폭염은 물을 안 뿌려서, 대부분의 물 문제는 빗물과 관련이 있습니다. 빗물만 잘 이용하면 가뭄과 폭염도 해소될 수 있습니다."

한 교수가 빗물 연구에 빠진 건 가뭄이 극심했던 2000년부터였다. 한 교수는 더러운 물을 먹는 물로 바꾸는 수(水)처리 전문가였다. 가뭄으로 물이 마르자 그의 기술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때 일본 도쿄의 한 구청 계장이 쓴 '빗물과 당신'이라는 책을 읽었다. 책에는 '빗물 탱크'가 설치된 스모 경기장이 물 자원을 모아 홍수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듬해 서울대 안에 빗물연구센터를 설립했다. 2004년부터는 국제물협회(IWA) 빗물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 교수는 빗물이 그냥 버려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물맹(盲)'입니다." 한 교수는 사람들이 빗물이 더럽고 맛이 없다는 오해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빗물은 맛이 좋고 깨끗하다"면서 "물의 맛을 평가하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는데 실험 참가자의 대부분이 수돗물, 생수가 아닌 빗물이 가장 맛있다고 답했다"고 했다. 또 "지하수는 땅에서 어느 곳으로 흘렀는지 알 수 없다. 수돗물도 더러워진 물을 화학적으로 처리한 것"이라며 "빗물은 정화된 수증기들이 모인 구름에서 땅으로 바로 내려와 깨끗하다"고 했다. 빗물도 침전으로 부유물을 제거하고 자외선이나 염소 등 살균 처리를 하면 마시는 데 문제가 전혀 없다고 한다.

한 교수는 빗물이 폭염과 가뭄 등 물과 관련된 자연재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올여름은 평년과 비교해 비의 양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특정지역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경향이 뚜렷했다. 이 때문에 비가 내린 곳은 피해가 컸고 다른 한편에는 극단적인 폭염과 가뭄을 몰고 왔다. 그는 지금의 도시를 물과 나무가 없는 사막에 비유했다. "물가나 숲에 가면 시원합니다. 메마른 사막에 물과 나무가 있으면 사막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한 교수는 지붕이 넓은 곳에서 빗물을 저장해 받아 쓰는 것을 떠올렸다. 그는 "비가 많이 올 때 지붕에 물을 받으면 홍수 피해를 막을 수 있고 이후 모은 빗물을 지붕에 뿌려주면 시원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 교수는 정년퇴직 전까지 서울대 건물 전체를 '옥상녹화'하는 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빗물은 누구에게나 공짜로 떨어지는 돈과 같습니다. 빗물이 돈이라면 버리겠어요? 한 달 전 가뭄 때는 돈보다 더 귀하고 애타게 기다리지 않았나요? 빗물을 모아 쓰면 에너지도 아낄 수 있지요. 빗물이 떨어진 자리에 빗물을 잘 모아야 합니다."

Posted by 행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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