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글]아이가 잘 살려면 주식을 사라 !




 


이제는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나오는 것이 부로 연결되는 시대가 아니다월급만 가지고는 평생 걸려도 집 한 채 장만하기 어려운 시대다그럼에도 대부분의 엄마가 여전히 열심히 공부해서 공무원이 되거나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편안한 삶을 사는 길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그냥저냥 밥은 먹고 사는 수준을 바란다면 모르겠지만자녀가 삶에서 더 많은 것을 누리길 바란다면 엄마부터 생각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자녀에게 취직만이 능사라고 가르쳐서는 안 되며부를 확장하기 위한 다양한 기회가 있음을 알려주는 교육을 시켜야 한다

최근 이러한 이야기로 여성 단체나 학교로부터의 강연회 요청이 줄을 잇고 있는 금융투자업계의 주역이 있다바로 메리츠자산운용의 존 리 대표다전설의 펀드 투자자’ ‘코리아펀드의 귀재’ 등으로 불리며 새로운 마켓 리더로 부상한 스타 CEO이자 왜 주식인가라는 스테디셀러로 다수의 독자와 팬을 확보하고 있는 그는이 책을 통해서 또 한 번 엄마들의 경제관념에 대한 획기적인 통찰과 조언을 던져준다

앞으로의 세상에서 아이의 금융지능이 얼마나 중요한지엄마들이 반드시 재고해야 할 교육관과 투자법은 무엇인지 그리고 주식투자가 왜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인지한국의 경제상황은 어떻게 바뀌어갈 것인지안정적인 미래를 위한 가장 좋은 돈 관리법은 어떤 것인지 등부자가 되고 싶고 자식이 잘살기를 바라는 엄마들이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혜안들로 가득하다

부자가 되려면자식이 잘살기를 바란다면 
엄마부터 생각을 바꿔라!
 

이 책을 통해 존 리 대표가 전하려는 관점은 두 가지다
우선 자녀를 월급쟁이가 아닌 자본가로 키우라는 것이다현재의 경제 환경에서는 월급을 통해 부자가 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며부를 축적하기 위해서는 자본에게도 일을 시키는 자본가의 마인드가 필수다그런데 이러한 마인드는 시험 공부를 한다고 길러지는 게 아니다어릴 때부터 돈에 대해 경험해보는 교육을 통해서 길러지며이때 배운 경제 해석 능력은 장차 아이가 부자로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그런 차원에서 저자는 가계 지출의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사교육비의 일부만이라도 떼어내 어린 자녀에게 주식을 사줄 것을 권한다장난감 대신 주식을 사주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주식 가격에는 그 나라의 정치경제문화 등의 제반 환경이 모두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주식투자를 해보는 것은 곧 세상에 대한 넓은 통찰을 얻을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아이는 저절로 자신이 투자한 기업에 대해 관심을 갖고스스로 부자로 성장할 DNA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그뿐만 아니라 어릴 때 시작한 주식투자는 아이가 성인이 될 즈음에는 그 효과가 나타나 큰돈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저자가 말하는 또 하나의 관점은주식투자에 대한 엄마들의 편견에 관한 것이다왜 다수의 사람이 주식투자를 도박으로 여기게 됐을까저자는 주식투자자가 투자가 아닌 투기를 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투자와 투기는 엄연히 다르며이 책을 통해 저자는 단기간에 수익을 내준다는 기법들의 오류에 대해 상세히 분석해준다

차트에 의존하는 주식 매매와 떠도는 소문을 듣고 사고팔길 반복하는 일이 왜 실패할 수밖에 없는지좋은 기업을 선택하여 시간의 힘을 믿고 기다리는 올바른 투자 철학이 왜 필요한지성공적인 주식투자 방법이 어떤 것인지 등 주식투자를 위한 가장 중요한 지식들을 하나하나 짚어준다처음 주식투자를 시작하는 엄마들이 이해하고 따라 하기에 결코 어렵지 않은단순하면서도 명쾌한 이야기들이다

엄마의 주식투자가 아이의 미래다
아이와 엄마의 미래를 동시에 준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저자가 그 누구도 아닌 엄마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도 중요하다오랜 미국생활을 마치고 우리나라로 돌아와서 저자가 놀랐던 것은한국 노인층의 빈곤화가 다른 나라보다 유달리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었다왜 많은 사람이 정년 이후에도 노동시장에 잔류하며 열악한 일자리로 내몰리는 것일까중대한 원인 중 하나는젊은 엄마들이 자신의 노후 생활비까지 자녀 양육비로 써버리면서정작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는 점이다

저자는 특히 가정의 경제 운영권을 가진 엄마들이 생각을 전환해야 이 심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을 자식을 통해 이루려는 마음에 자식 교육에 필사적으로 올인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엄마 자신의 노후 준비며노후를 위해 엄마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여유 자금으로 차근차근 주식을 사 모으는 것이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버리는 모래처럼 다달이 가계부에 적자만 남기고 사라지는 사교육비를 과감하게 줄이고 주식에 장기투자를 하는 것그것은 아이와 엄마의 미래를 동시에 준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며이는 굳이 엄마가 아니더라도 가정의 살림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반드시 귀 기울여 들어볼 만한 조언인 것이다

그 밖에도 이 책에는 저자가 연간 2만여 명의 청중들을 만나며 강연장에서 질의 응답한 내용들도 담겨 있다당장 아이를 미래를 위해서 그리고 자신의 노후를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다는 이들에게 저자는 변화와 행동을 요청했고이에 많은 이들이 공감을 표했던 이야기들이다.

 아이의 금융 교육을 어떻게 시작하는 게 좋을지주식투자는 위험한 게 아닌지장기투자란 무엇인지여유 자금이 없을 땐 어떻게 하는지기업을 선택할 때 중점적으로 봐야 할 것은 무엇인지퇴직연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등재테크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익숙할 수 있는 질문이지만오직 존 리 대표그만이 할 수 있는 교육과 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으로

변화가 이처럼 급격히 일어나고 있는데 자녀들에게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직장에 취직하라는 조언이 유효할까지금의 기성세대는 자녀들에게 어떤 직장에 취직하라거나 어떤 직업을 가지라거나 하는 조언을 해줄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첫걸음 아닐까그냥저냥 밥은 먹고 사는 수준을 바란다면 모르겠지만자녀가 삶에서 더 많은 것을 누리길 원한다면 말이다그 점을 인정하고 나면 무조건 공부에 목매는 것이 부질없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오로지 공부에서만 가능성을 찾았던공부만 잘하면 다른 것은 웬만큼 부족해도 아무 문제 없던 시절은 지나갔기 때문이다변화가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다양한 기회를 붙잡을 수 있어야 하며그러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우물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월급쟁이가 아니라 자본가로 키워라중에서 

내가 살던 동네에도 유대인 부자가 한 명 있었다나는 그 사람을 보면서 유대인들이 아이에게 물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라라는 잠언을 어떻게 실천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 부잣집에는 아주 어린 아들이 있었는데아이는 너무나 갖고 싶은 장난감이 있어서 어느 날부턴가 열심히 돈을 모았다용돈을 모으고 모아 원하던 장난감을 살 정도가 되었을 때 엄마와 함께 가게에 갔다그런데 아이는 물건을 사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서야 했다.

 이유가 뭐였을까바로 세금 때문이었다물건에 붙는 세금을 미처 계산하지 못했던 것이다엄마가 옆에 있기는 했지만세금을 대신 내주진 않았다아이는 결국 세금만큼의 돈을 더 모은 후에 다시 가서 장난감을 샀다.
 
그 아이는 이 경험을 통해 세금의 개념을 완벽히 체득했을 것이다장난감을 사겠다고 돈을 모으는 아이도 기특하지만그보다도 경제적 깨달음을 주기 위해 아이가 원하는 것을 대신 이뤄주지 않는 엄마는 또 얼마나 현명한가-<돈에 대해 가르쳐라중에서 

주식에 투자하면 내가 가진 지분만큼 해당 기업주와 동업자 입장에 서게 된다예를 들어 내가 삼성이나 애플의 주식을 샀다면 그 기업 임직원이 나를 위해서도 일을 하는 셈이 된다내가 실제로 그 기업에서 근무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이 거두는 성과를 나눠 가질 수 있다이제 월급쟁이라 해도 부자가 될 희망이 보이지 않는가회사를 굳이 그만두지 않아도 자본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지 않는가?
 
굳이 성년이 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주식투자는 어렸을 때부터 할수록 부자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더욱이 부동산과 달리 주식은 적은 금액으로도 투자를 시작할 수 있다부모님이 주신 용돈을 아껴 쓰는 정도로도 가능하다는 것이 주식투자의 장점이다자본주의 사회의 이 비밀과 같은 원리는 학교에서 하는 어떤 교육보다 중요하다
-<부자 DNA를 심어라중에서 

매달 100만 원200만 원을 사교육비로 지출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나는 많은 학부모를 만나서 제안을 했다자녀들의 사교육비를 아껴서 주식을 사라고대부분 무슨 뜬금없는 말이냐는 반응을 보였다혹자는 농담으로 지나치려고 하고한국의 실정을 모르는 한가한 생각으로 치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식을 부자로 만드는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사교육을 당장 끊고 그 돈으로 주식을 사주거나 펀드에 가입해주는 것이 백배 낫다아이의 성공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꼭 그렇게 해야 한다내가 이 책에서 한국의 부모님특히 어머님들께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밤늦게까지 입시 학원을 전전하게 하는 것보다는국내외의 주식을 사서 자녀와 함께 토론을 하는 것은 어떨까애플과 삼성의 주식을 각각 사서 그 회사들의 전략에 대해 이야길 나눌 수 있다면 어떤 사교육보다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노후를 위해 주식을 사라중에서 

우리 주식시장에서는 기업의 가치를 찾으려는 노력보다 주가만 보고 매매하는 행태가 훨씬 많다서점에 가면 단기간에 수익을 내준다는 기법서들이 차고 넘친다차트를 보여주고 쌍바닥이니 골든 크로스니 해가며 이런 패턴이 나오면 곧 상승할 것이니 매수하라는 식이다홈트레이딩시스템(HTS)만 봐도 앞으로의 주가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다는 툴들이 엄청나게 많다주가의 변동폭을 바탕으로 한 것도 있고 추세나 파동거래량심리를 분석하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그 툴들이 아무리 논리적이고 정교하다 해도 기본적인 오류를 안고 있다바로 과거의 모습을 미래에 반영하고자 한다는 것이다차트는 단지 주가가 그렇게 지나왔음을 보여주는 발자국에 지나지 않는다그것이 미래에도 재현될지 어떨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이런 기법들을 적용하면 단기 고수익이 가능하다는 환상에 빠져 있다-<왜 주식투자를 도박으로 여기게 됐을까중에서

좋은 기업들을 잘 선택하여여유자금으로 주식을 꾸준히 사 모아서기업에 이변이 발생하지 않는 한 오래도록 보유해야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철학이 중요하다-<오래 보유하라중에서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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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비건 치즈·그린 망고·로깐마…식료품점으로 떠나는 세계여행

 서울에 있는 특별한 마트 6곳
 
이태원 하이스트리트마켓. 근처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많이 찾는다.

이태원 하이스트리트마켓. 근처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많이 찾는다.


특별히 요리를 좋아하지 않아도 해외여행을 가면 그 지역 마트는 한번쯤 들른다는 사람이 많다. 매장을 빼곡 채운 상품을 구경하다 보면 그 나라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게 무엇인지 느낄 수 있어서일 것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꼭 외국일 필요도 없다. 외국 식재료가 가득한 주변 식료품점에만 들러도 마치 여행 하는 기분이 드니까. 그래서 서울 속 외국 식료품점 여섯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외국에 간 듯 낯선 향이 가득한 그곳의 풍경을 전한다.
 
이태원 우사단로의 포린 푸드 마트. 후무스 통조림 등 이국적 식료품이 매대를 가득 채우고 있다.

이태원 우사단로의 포린 푸드 마트. 후무스 통조림 등 이국적 식료품이 매대를 가득 채우고 있다.

 
 
하이스트리트 마켓 - 유럽 동네 마트

이태원 제일기획 맞은편 상가건물 2층 하이스트리트 마켓에 들어서면 이탈리아인 매니저 안드레아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265㎡(80평) 남짓한 공간은 유럽의 동네 슈퍼마켓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작은 통(130g 이하)에 담긴 파프리카 가루, 정향, 강황 등 향신료 50여 가지가 구비되어 있고, 다양한 파스타 면과 치즈·곡물·양고기소시지·햄·소스 등 취급 품목도 다양하다. 매장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는 데다 대용량이 아닌 소분 판매를 해 인기다. 인근에 사는 주부 권우은씨는 “해외 식료품을 파는 코스트코(창고형 할인 전문 업체)와 품목은 비슷해도 대량 묶음이 아닌 작은 단위로 구입할 수 있어 자주 들른다”고 말했다. 유기농 제품이나 채식주의자를 위한 제품이 다양한 것도 특징이다. 유지방이 함유되지 않은 치즈나 글루텐 프리 파스타, 채식 빵 등이 있다. 또 매장 한 켠에는 상주하는 이탈리아인 쉐프가 만드는 홈 메이드 스타일의 빵과 샌드위치·시리얼바·소스 등을 판매한다. 매니저 안드레아는 “외국인이 많이 사는 동네라 손님 비중은 외국인이 70%이고 나머지가 한국인”이라며 “글루텐 프리 쿠키와 비건 치즈 등 한국에서 구하기 쉽지 않은 식품들이 특히 인기”라고 했다.

 
하이스트리트 마켓
유럽·미국·동남아 식료품 구비. 유기농 식재료가 특히 충실. 이탈리안 쉐프가 만드는 홈메이드 샌드위치와 소스는 덤.
위치: 용산구 이태원로 223 2층.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9시. 연중무휴


 
모노마트(동부이촌점) - 친근한 맛의 작은 일본

모노마트는 한국 거주 일본인이라면 모두 알만큼 유명한 일본 식자재 전문 마트 체인점이다. 서울에만 9개 매장이 있는데 그중 2001년 7월 문을 연 동부이촌점이 1호점이다. 동부이촌동은 서울 속 작은 일본이라고 불릴 정도로 일본인이 많이 산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일본대사관 직원 가족들이 이곳에 거주하기 시작한 게 계기가 됐다.

래미안아파트(구 렉스아파트) 상가에 있는 모노마트 동부이촌점에 들어서면 33㎡(10평) 남짓 작은 크기를 빼곡하게 매운 다양한 식료품 종류에 일단 압도된다. 어묵·낫토·사케 등 200여 종의 제품들이 선반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켜켜이 쌓인 제품들은 마치 일본 어느 시골 마을의 점방에 들어선 듯 정겹다. 한국어가 유창한 일본인 직원 하찌야씨는 “하루 100명 남짓 손님이 들르는데 낫토와 어묵이 가장 잘 팔린다”며 “한국 사람들은 특히 어묵을 많이 찾는다”고 했다. 주변이 주택가인지라 단골 손님 비중이 높다. 동부이촌동 상가 거리의 일본 식당에서도 거의 매일 들러 식재료를 구입해 간다. 대부분의 제품을 일본에서 직수입해 가격이 비교적 합리적이다. 매장 곳곳에는 판매하는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법이 적힌 종이가 붙어있다. 일본의 다양한 간장과 쯔유 등 소스를 활용한 간단한 요리법에 대해 물으면 하찌야씨의 친절한 답을 들을 수 있다.
 
모노마트
일본식 식재료 파는 동네 슈퍼.
낫토·어묵·과자 등 200여 종 구비.
위치: 용산구 이촌동 300-3 렉스상가 6-2호.
영업시간: 월~금요일 오전 10시~오후 8시 토요일 오전 11시~오후 7시, 일요일 휴무.


 
포린 푸드 마트 - 중동의 향기가 가득
 
 
터키 커피

터키 커피

이태원 우사단길의 포린 푸드 마트는 들어서는 순간 코끝을 자극하는 향신료 냄새가 진동한다. 330㎡(100평) 남짓으로 규모가 상당히 큰 편이며, 물건 수도 이번에 소개하는 6곳의 식료품 중 중 가장 많다. 너무 종류가 많아 원하는 물건을 쉽게 찾기 어려울 정도다. 미국·유럽은 기본이고, 필리핀·태국·베트남·인도 등 여러 지역의 식재료가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구하기 힘든 인도와 중동 지역의 식료품이 저렴한 가격에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가게 내부로 들어가면 한국말보다 영어, 인도네시아어 등이 더 잘 들릴 정도로 외국인 비율이 높다. 선반의 제품 설명 란에도 한글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곳 단골인 영화 컬럼니스트 강민영(31)씨는 “유럽이나 미국 제품은 다른 곳에서도 구할 수 있지만 질 좋은 병아리콩, 인도 향신료인 마살라 가루, 할랄 의식을 거친 고기와 같은 중동, 서남아시아 식재료는 여기 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곳의 이국적인 식재료가 낯선 초심자라면 인도식 밀크티와 쿠키, 베트남산 과일 칩 등을 시도해볼만 하다. 특히 태국 요리에 많이 쓰이는 코코넛 밀크의 질이 좋다. 하나 구입해 요리에 활용해 보는 건 어떨까.

 
포린 푸드 마트
인도와 중동 지역 식재료 구비.
할랄 고기 등도 판매.
위치: 용산구 우사단로 36.
영업시간: 오전 10시~ 다음날 오전 12시. 연중무휴


 
필리핀마켓-서울 한복판의 ‘리틀 마닐라’
 
샐러드에 넣는 필리핀 식초

샐러드에 넣는 필리핀 식초

필리핀마켓은 매주 일요일 혜화동성당 앞에서 열리는 야외 장터다. 필리핀 상인이 운영하는 노점 15개가 들어선다. 한국어보다 영어가 더 익숙하고, 떡볶이·튀김이 아니라 수만(바나나 잎을 싸서 찐 떡)·바나나큐(바나나 튀김) 등 필리핀 길거리 음식이 눈에 띄는 이국적인 저잣거리다. 장을 보려는 필리핀 사람과 호기심을 갖고 찾아오는 한국 사람이 한데 섞여 시장은 늘 문전성시다.

필리핀마켓이 혜화동성당 앞에 둥지를 튼 건 1998년부터다. 필리핀 신부가 혜화동성당에 부임하면서 필리핀 언어 타갈로그어로 미사를 집전하기 시작했고, 성당으로 모여드는 필리핀 사람을 대상으로 먹거리와 생필품을 판매하는 시장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불법 노점 단속으로 없어질 위기를 맞았지만 필리핀대사관 요청으로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필리핀마켓은 열대과일이 그리운 사람이라면 특히 반길 만한 시장이다. 두리안(1개 2만원)·파파야(1개 5000원)를 사시사철 판다. 필리핀 사람은 망고(3개 1만원)를 많이 집어 든다. 망고를 싹둑싹둑 잘라 새우페이스트와 곁들여먹는 음식은 필리핀 사람의 소울 푸드다. 맥주 안주로 먹는 찌짜룬(돼지 껍데기 튀김·2000원), 샐러드에 곁들이는 고추 식초(4000원) 등 이색적인 필리핀 식재료도 찾아볼 수 있다.

 
필리핀마켓
필리핀 먹거리와 생필품 판매하는 노점.
망고·두리안 등 열대과일을 사시사철 판매.
위치: 종로구 창경궁로 288.
영업시간: 일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


 
대화마트 - 대만 먹방 여행이 생각난다면

울 연남동은 ‘홍대 차이나타운’으로 불린다. 1948년 명동에 개교한 화교 학교인 한성화교중고등학교가 69년 연희동으로 이전하면서 연희동과 가까운 연남동에 화교 타운이 들어섰다. 화교가 운영하는 유명 중식당이 연남동에 밀집한 것도 이런 이유다. 대만식 돈까스·우육면을 맛보며 훌쩍 중국 맛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중국 식재료 전문 소매점 대화마트는 중국의 맛이 생각날 때 들러볼 만한 장소다. 2000년 연남동 동교로에 문을 연 대화마트는 지난해 12월 성미산로로 옮겼다. 가게는 커졌지만 동네 화교와 중국계 유학생이 찾는 소박한 슈퍼라는 점은 여전하다. 60㎡(20평) 정도 크기의 점포는 중국과 대만에서 건너온 식재료 200여 종으로 가득하다. 전세계적으로 하루 130만 개씩 팔린다는 중국식 고추장 로깐마(3000원), 대만 사람이 주식처럼 먹는 밀전병(3000원)이 인기다.

리유란(60) 사장은 “열에 하나 꼴로 한국 손님”이라며 “대만 여행 중 맛봤던 과자나 음료수를 사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대만 파인애플 케이크 펑리수(3000원), 망고 맥주(3000원) 등이 인기 상품이고, 요즘에는 집에서 훠궈(중국식 샤브샤브)를 만들 수 있는 훠궈 소스(1500~3000원)를 찾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대화마트
중국·대만 식재료 전문 마트. 훠궈 소스,
대만식 소시지(향장) 등 식재료 300여 가지 판매.
위치: 마포구 성미산로 154.
영업시간: 월~토요일 오전 10시~오후 9시 30분 일요일 오전 10시~오후 8시.


 
사러가 - 셰프의 슈퍼
 
빠에야에 넣는 오징어먹물

빠에야에 넣는 오징어먹물

전직 대통령(전두환·노태우)이 살고 있어 ‘대통령 마을’로 불리는 연희동. 마을 주민이 첫손에 꼽는 동네 랜드마크는 높은 빌딩이나 널따란 집이 아니라 1975년부터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슈퍼, 사러가다.

사러가는 법적으로는 ‘전통시장’이다. 사러가의 전신이 재래시장인 ‘연희시장’인 까닭이다. 하지만 세계 각국 식재료를 갖추고 있는 마트를 둘러보면 ‘다국적 마트’로 불리는 게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대형 식자재 마트는 보통 5000여 가지 품목을 다루는데 사러가의 판매 품목은 무려 2만8000여 개에 달한다. 중국·프랑스·일본에서 쓰는 허브와 향신료를 꼼꼼히 갖춰놨다. 중식당 목란의 이연복 오너셰프, 이촌동에서 쿠킹클래스를 여는 박진경씨 등 요리 전문가가 이곳에서 장을 보는 이유다.

사러가 팬을 자청하는 연희동 요리 선생 나카가와 히데코(50)는 “사러가는 사러만 가는 곳이 아니라 문화를 느끼러 가는 곳”이라고 말한다. 독일에서 ‘봄의 전령’으로 불리는 화이트 아스파라거스(8900원), 지중해 주변 국가에서 생선과 고기 요리의 향을 돋우는 데 쓰는 펜넬(1만5000원) 등 서양요리의 풍미를 높여주는 재료가 항시 구비돼 있다. 스페인 볶음밥 빠에야에 넣는 스페인산 오징어 먹물(6800원), 연어 요리에 곁들이는 허브 딜(1380원), 식용 꽃 보리지꽃 등 이색 식료품을 구경하는 일도 사러가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다.

 
사러가
연희동의 터주대감. 동네 슈퍼지만 2만8000여
가지 품목 취급. 특히 향신료·허브를 잘 구비.
위치: 서대문구 연희맛로 23.
영업시간: 매일 오전 10시~오후 10시. 연중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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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세계의 맛 다 모였네…서울 속 작은 지구촌


글=유지연·양보라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Posted by 행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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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세계의 맛 다 모였네…서울 속 작은 지구촌

            

 | 외국 식료품 전문점
 


서울 이태원 우사단로의 이슬람 사원 언저리, 골목 한 곳을 쑥 밀고 들어가면 낯선 향신료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히잡 쓴 여인, 물건 배달하는 동남아 청년, 바삐 걷는 흑인 남성을 보면 여기가 서울인지 인도인지, 아니면 중국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풍경이 뒤섞인 재미있는 골목이다. 골목 끝에는 이런 분위기를 압축해 놓은 이국적인 식자재 마트 ‘포린 푸드 마트(foreign food mart)’가 있다. 낯선 아랍어로 쓰여 있는 각종 향신료부터 곡류, 통조림, 치즈, 라면, 커피, 차, 과자, 그리고 할랄(이슬람교도인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 표시가 된 고기와 냉동식품까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제품이 그득그득 쌓여 있다.

20대의 대부분을 인도와 중동, 아시아 여러 지역을 여행하며 보냈다는 강민영(31)씨는 한 달에 두 어 번은 이곳에 들른다. 국제도시 서울엔 유럽이나 미국 제품 파는 곳은 꽤 많아도 여전히 인도와 파키스탄, 중동 지역 식재료를 파는 곳은 이곳이 거의 유일하단다. 강씨는 “인도의 명절 디왈리(10월부터 11월까지 열리는 힌두교 빛의 축제)시즌이 되면 여행 중 먹었던 음식이 생각나 꼭 들른다”고 말했다.

유럽의 여느 동네 마트를 닮은 한남동 하이스트리트 마켓엔 요즘 외국인 손님만큼이나 한국인 손님이 많다. 정겨운 매장 분위기가 좋은 데다 상주하는 이탈리아인 셰프가 만드는 홈메이드 스타일 빵과 잼, 샌드위치 덕분에 제법 인기를 끈다. 멀리 인천에서 가족과 함께 찾았다는 강주현씨는 “블로그를 보고 일부러 찾아왔다”며 “색다른 포장의 외국 식자재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원래 주 고객은 고향의 맛을 찾는 외국인들이다. 요리 강사 나카가와 히데코(中川秀子·50)는 연희동 ‘사러가 마트’의 오랜 단골이다. 1994년 한국에 와 어학원에 다니던 시절부터 줄기차게 드나들었다. 그때만 해도 일반 마트에서 구하기 어려웠던 서양식, 일본식 식재료를 보며 향수를 달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연희동에 터를 잡고 요리 선생이 된 후에는 거의 매일 장을 보러 이곳에 들른다. 나카가와는 “마음이 푸근해지는 공간”이라며 “가지 않는 날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매일 가야하는, 그런 의미에서 화장실 같은 장소”라고 말했다.

필리핀관광청 한국지사 사무관인 릴리 리보사다(50)도 고향의 맛이 그리울 때면 매주 일요일 열리는 혜화동 성당 앞 필리핀 마켓을 찾는다. 한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새콤한 그린 망고를 소금에 찍어 먹으며 잠시나마 필리핀에 온 것 같은 안도감을 느낀다. 필리핀 마켓은 길거리의 작은 시장이지만 평범치 않은 풍경에 지나가는 한국인들도 이끌리듯 구경을 하고 지갑을 연다.

이렇게 외국 식료품점에는 특별한 공기가 흐른다. 한국에 거주하는 이방인들은 익숙한 공기를, 반대로 한국인들은 이방인이 된 것 같은 신선한 공기를 느낀다. 읽을 수 없는 낯선 문자가 찍힌 포장을 한 식재료를 보며 때론 지구 반대편의 낯선 곳을 떠올린다. 한 걸음 발을 들여 놓으면 작은 외국이 펼쳐지는 식료품점으로, 이번 주말에 짧은 여행을 다녀와 보는 것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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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유지연 양보라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Posted by 행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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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마우스 시장 40% 차지한 로지텍 회장 "비전? 비전은 잊어라"

  • 로잔(스위스)=박정현 기자

  • 입력 : 2017.04.08 08:00

    '세계 1위 마우스 기업' 이끄는 게리노 드 루카 회장
    크지 않은 시장에서도 혁신은 일어난다
    PC에 몰린 핵심 인재 마우스 개발에 끌어와 넘볼 수 없는 기술 쌓아

    게리노 드 루카 로지텍 회장은 지금도 매주 경영 회의를 한다.
    게리노 드 루카 로지텍 회장은 지금도 매주 경영 회의를 한다. 그는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는 영웅 같은 경영자는 없다”며 “리더들은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묻고 경청해야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 로지텍

    1981년. 미국 스탠퍼드대에 유학을 다녀온 스위스 청년 다니엘 보렐은 제록스(Xerox), 휼렛패커드(HP) 같은 기술 기업들을 보고 창업을 결심한다. 그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분야에 진출하려고 했지만 미국 기업들의 기술이 너무 쟁쟁했다. 대신 보렐은 아직 기술 개발이 덜 된 시장인 마우스에 집중했다. 당시 마우스 가격은 개당 200달러가 넘었고, 두꺼운 코드를 꽂아야 충전이 가능했다. 보렐의 회사는 사람이 쓰기 편하고 가격이 저렴한 마우스를 만드는 데 역량을 쏟았다. HP·컴팩 같은 PC 제조사에 마우스를 주문제작(OEM)해 납품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PC가 확산되면서 회사도 급성장했고 한때 OEM을 포함한 전 세계 마우스 80%를 생산하기도 했다. 오늘날까지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마우스 제조사 로지텍(Logitech)의 성장 스토리다.

    남들이 따라오지 못할 수준의 기술 쌓아라

    로지텍은 전 세계 컴퓨터 사용자 절반의 손을 거쳐간 마우스를 만든 스위스 회사다. 현재 게임용(게이밍) 마우스 시장에선 30%대 점유율, 일반 마우스 시장에선 40%대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게리노 드 루카(De Luca·64) 로지텍 회장을 스위스 로잔 본사에서 만났다. 이탈리아 출신인 드 루카 회장은 애플 자회사인 클라리스 사장, 애플 유럽 마케팅 부사장 등을 지내며 10년간 애플에 몸담았다가 1998년 로지텍 최고경영자(CEO)로 왔다. 드 루카 CEO 체제에서 로지텍 매출은 연 30%씩 늘었고 글로벌 마우스 시장점유율도 한때 55%까지 올랐다. 그는 한창 회사가 잘나가던 2007년 "한 명의 CEO가 10년 이상 운전대를 잡으면 안 된다"며 회장직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후임 CEO의 경영 실패로 회사 실적이 추락하자, 드 루카 회장이 임시 CEO(2011~2013년)로 복귀해 회사를 재건했다.

    ―마우스라는 제품이 처음 상용화된 3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줄곧 마우스 시장 1위를 한 비결은.

    "로지텍은 대형 PC 제조사의 OEM으로 시작했다. 1980년대 구매한 PC에 마우스가 덤으로 딸려왔다면, 로고는 달라도 아마 로지텍이 생산한 제품이었을 것이다. 당시 PC 업체들도 컴퓨터 판매 가격을 낮춰야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에, 로지텍도 가장 편리하고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만드는 데 투자했다.

    하지만 낮은 가격만으론 오래가지 못한다. 남들이 따라오지 못할 수준의 기술과 강력한 브랜드의 힘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로지텍은 초기부터 마우스 분야 기술 혁신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PC가 주력 사업인 업체들은 핵심 인재를 모두 PC에 쓰고 마우스엔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로지텍은 마우스에 핵심 인재를 다 끌어다 썼다. 1990년대 초엔 최초로 무선 마우스를 출시했는데 히트를 치면서 선두 주자로 자리를 굳혔다. 게이밍 마우스도 개발했다. 게이밍 마우스는 일반 제품보다 훨씬 예민하고 정교해 지금도 이 분야에서 기술 혁신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싸워서 이길 시장에서 경쟁하라

    로지텍 회사개요
    ―왜 PC 제조나 운영체제 개발이 아니라 마우스, 키보드와 같은 주변기기를 선택했나.

    "기업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시장을 골라야 한다. 로지텍은 큰 고래와 정면 승부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승산이 없기 때문이다. 로지텍은 삼성전자·애플·마이크로소프트처럼 컴퓨터 산업의 가장 중심이 되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와 비교하면 아주 작다. 하지만 로지텍은 항상 모든 곳에 존재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곳에 존재하기 위한 방법으로 마우스라는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을 선택했고 마우스라는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회사가 됐다. 로지텍은 지금까지 십억개가 넘는 마우스를 팔았다. 대기업이 돼야만 혁신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주 크지 않은, 그럭저럭한 사이즈의 시장에서도 분명히 혁신은 일어난다. '승산이 있는 싸움을 고르라'는 기업 철학은 로지텍이 내리는 거의 모든 의사결정에 적용된다."

    ―PC 산업 성장이란 시류를 잘 탄 것이 아닌가.

    "기업의 성패에는 운도 작용한다. 오늘날엔 마우스로 클릭하는 게 당연하지만, 과거엔 키보드로 직접 문자를 입력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는 사람이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식에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켰고, 로지텍은 그 변화의 큰 흐름에서 아주 작은 역할을 맡은 셈이다. 기업이 뛰어들 시장을 고를 때는 자신만의 니치마켓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거대한 바다에서는 고래조차도 작은 존재다. 눈에도 안 띈다. 그러나 작은 연못에 사는 고래는 영향력 있는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미래는 예측 못 해… 변화에 빨리 따라가라

    로지텍은 컴퓨터 산업 전체로 봤을 때, 시장 한가운데에 서 있는 주류 기업은 아니다. 보조 역할을 하는 '주변기기' 부문의 강자다. 컴퓨터 주변기기는 마우스, 키보드, 스피커, 메모리 저장장치 등을 포함한다. 이런 주변기기를 만드는 업체들의 PC·노트북 시장의 흥행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로지텍은 회사 초창기부터 PC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기술력으로 브랜드를 키웠고 게이밍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성장하는 거인의 어깨에 빠르게 올라타 끊임없이 변화하는 능력을 키워, 그 거인이 쓰러져도 영향받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게 로지텍만의 생존 경영을 해온 셈이다. 드 루카 회장은 이런 생존 경영의 원천은 "빨리 실패하라"는 철학에서 온다고 말했다.

    ―PC 산업이 저물고 모바일 시대가 오고 있다. 마우스·키보드만으로 먹고살 수는 없다. 로지텍은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소비자들이 쓰는 전자제품은 빠르게 변한다. 아무리 멋지고 획기적인 제품을 발명하더라도 영원히 승승장구할 수 없다. 경쟁사 제품보다 조금 더 오랫동안 인기를 끌 수는 있겠지만, 결국엔 또 새로운 게 나와야 한다. 따라서 소비재를 만드는 기업은 제품 포트폴리오를 유연하게 짜야 한다. 이번 시즌에 성장세를 견인할 선발 주자가 있다면, 그의 기력이 꺾일 때 선발 자리를 대체할 후보 선수를 항상 마련해야 한다. 다음 시즌엔 그 후보 선수가 선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이 총 10~15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면 그중 일부는 성숙도가 높고, 나머진 아직 키우는 수준이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주기의 제품군들이 다 같이 합쳐질 때 위험이 낮아지고 적당한 수준의 이익을 꾸준히 낼 수 있다."

    ―어느 제품이 앞으로 선발 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있나. 리더의 비전이 중요한가.

    "비전? 비전은 잊어라. 험난한 비즈니스 환경에선 그 어느 누구도 미래를 예측하지 못한다. 끊임없이 시도하고 빨리 실패하고 잘 안 되면 얼른 포기하는 것이 비결이다. 처음엔 잘 몰랐던 것을 새롭게 배우고 알아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기존에 하고 있던 걸 포기하고서라도 새로운 가능성이 보이면 민첩하게 적응하는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

    잘 안 되면 빨리 실패하고 넘어가라

    ―하지만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실적과 성과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패에 관대해져야 한다. 실패도 해본 기업이 할 줄 안다. 기업 리더들은 그동안 경험과 실패를 바탕으로 계속 새로운 것을 실험하고, 또 실패하면 된다. 모든 실험이 다 잘될 거라고 기대해선 안 된다. 되는 것보다 안 되는 게 더 많을 것이다. 로지텍도 '얼티밋이어(UE) 스피커'라는 새로운 제품군이 히트를 치기 전에, 몇 년간 음악 관련 제품을 몇 개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재빨리 털고 일어나서 다른 방법으로 다시 시도했고 지금의 UE가 나온 것이다."

    ―과거 실패작들에 대해 말해달라.

    "밤새 이야기해도 시간이 모자랄 거다. 소니 같은 카메라 업체보다 로지텍이 먼저 디지털 카메라를 만든 사실을 알고 있나. 로지텍은 1992년 '포토맨'이라는 카메라를 만든 적이 있다. 사진을 찍고 컴퓨터에 연결해서 볼 수 있는 최초의 카메라였는데, 정말 불편했다. 아무도 원치 않았다. 그냥 망했다. 하지만 로지텍은 꾸준히 실험했고, 오늘날 화상회의 카메라를 팔고 있다."
    컴퓨터와 마우스의 진화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31/2017033102132.html?right_key#csidx8a9266e2a8c0d028aa1bc83ea637d01

    Posted by 행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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