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농촌현장> `생명농업' 이끈 이학렬 군수
생명환경농업 이끄는 경남 고성군의 이학렬 군수
(고성=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경남 고성군 이학렬 군수는 2008년 부터 지역에서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미생물을 사용하는 '생명환경농업'을 펼치고 있다. 이 군수는 생명환경농업이 `고비용 저수확'이라는 기존 친환경농법의 한계를 넘어 한국 농업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0.1.31. <<지방기사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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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에 돌파구..제2의 새마을운동 펼쳐야"

(고성=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1970년대 새마을 운동처럼 중앙정부 차원에서 생명환경농업 보급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군 전역에서 생명환경농업을 도입하고 있는 이학렬 경남 고성군수는 31일 "생명환경농업이 비용 대비 수확량에서 `관행농업'을 앞선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이는 현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녹색성장에도 딱 들어맞는 농법"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고성군은 생명환경농업을 도입한 지 3년째인 올해를 `생명환경농업 확산의 해'로 정했다.

이 군수는 "복잡한 계산을 하지 않더라도 비료나 농약을 사지 않고 농사를 지으면 당연히 비용은 줄어든다. 이제껏 비료회사에 수동적으로 끌려갔던 농민들이 이 농법에서는 주체가 돼 땅을 일굴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 군수가 생명환경농업을 도입하기로 결심한 것은 2007년말께.

그는 "고성군이 공룡세계엑스포를 개최하고 조선산업 특구로 지정되는 등 많은 발전을 보였지만 정작 주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농민들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았다"며 "농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생명환경농업에 뛰어들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전부터 농업은 `친환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왔지만 막상 기존의 친환경 농업을 도입하려다 보니 `고비용 저수확'이라는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고민에 빠진 이 군수는 충북 괴산의 지구촌 자연농업연구원에서 `미생물을 이용한 환경농법'을 개발했다는 얘기를 듣고 그 길로 달려가 직원들과 5박6일간 연구원에서 교육받았다.

이 군수는 "솔직히 자료를 자세히 검토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교육을 받는 순간 `바로 이게 우리 농업이 살 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라고 회고했다.

막상 배워 온 농법을 농민들에게 보급하는 일도 쉽지만은 않았다.

"미생물을 이용한다는 것에 대해 농민들이 많이 낯설어했어요. 아무래도 평생 해오던 농법을 갑자기 바꾸자니 힘이 들었겠죠"
그는 이 과정에서 농민들은 물론이고 농업 관련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널리 퍼져 있는 `고정관념'의 벽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이 군수는 "친환경 농업은 비용이 많이 든다는 고정관념, 싸고 질 좋은 농산물을 만들기는 불가능하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제는 지역내 많은 농민이 생명환경농법에 익숙해졌지만 거북해하는 농민들도 제법 남아있다는 것이 그의 고민이다.

아직 완전히 농법이 대중화되지 않아 전용 농기계를 일본에서 수입해야 하는 등 초기 투자비용이 다소 비싸다는 점도 농법 확산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그러나 이 군수는 생명환경농업이 위기에 처한 한국 농업에 돌파구를 만들어줄 것이라는 믿음에는 흔들림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말 미국으로 건너간 쌀 20t이 벌써 다 팔렸다는 소식을 듣고 해외 시장에서도 이 농법이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이 농법을 대중화하면서 계속 연구, 보완하면 우리 쌀을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만들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 군수는 "1970년대 새마을 운동으로 많은 사람들이 빈곤에서 벗어났듯이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 생명환경농법을 교육하고 보급하는 한편 원활한 유통체계도 갖추는 등 `제2의 새마을 운동'을 펼쳐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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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농촌현장>100억 매출 '상추 CEO' 류근모씨 오디오듣기
'상추 CEO' 류근모씨
(충주=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7일 충북 충주시 신니면 용원리 장안농장 대표 류근모(50)씨가 자신의 일터인 상추 하우스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20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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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부도뒤 귀농..300만원 융자로 유기농 도전
농법서 포장재까지 직접 개발..국제유기인증 획득
"스테이크도 쌈 싸먹자"..쌈채소 수출 준비

(충주=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사업체가 부도나며 10억원의 빚을 지고 쫓겨 다니던 불운한 시절을 꿋꿋이 이겨내고 귀농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안겨 준 인물이 있다.

충북 충주시 신니면 용원리에서 쌈채소를 재배하는 류근모(50)씨가 주인공. 주변 사람들은 그를 '쌈 아저씨'라고 부른다.

서울에서 섣부른 사업 확장에 나섰다가 한순간에 인생이 망가졌던 그는 '쌈' 덕분에 다시 일어섰고 지금은 연간 100억원대의 매출을 자랑하는 장안농장 대표다.


◇부도뒤 귀농..쌈 채소와 만나
외국인들이 '원더풀'을 외치며 상추와 깻잎으로 스테이크를 싸먹는 모습을 상상한다는 그는 15년 전만 해도 인생 패배자에 불과했다.

1987년 대구에서 대학을 졸업한 그는 농사의 '농'자도 몰랐던 기계공학도였으나 서울 양재동에서 화훼업을 시작했다.

서울올림픽을 전후한 때라 짭짤한 수입을 올리며 큰돈을 버는 듯했으나 경험도 없는 조경사업에 손을 대면서 10년 만인 1996년 10억원의 빚만 진 채 쫓기듯 서울을 등졌다.

부인의 권유로 처가가 있는 충주에 보금자리를 틀었지만 그 직후 장인.장모가 잇따라 돌아가시면서 그에게는 하루하루가 고통뿐이었다.

입에 풀칠이나 하자며 남의 땅을 빌려 감자와 땅콩 농사도 지어봤지만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없었던 그에게는 모두가 버거운 일이었다.

거듭된 실패로 인생 패배자의 길로 들어설 무렵 "300만원을 융자받아 좋은 작물을 재배해 보자"는 부인의 조언은 현재의 그를 있게 한 밑거름이 됐다.

전국 곳곳의 '채소 고수'들을 찾아다니며 배움을 청했으나 비법을 공개하지 않는 탓에 수없이 낙담도 했다.

그러나 전국 농산물이 집결되는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을 1년간 오간 끝에 유기농 쌈채소를 재배하기로 결정했고 길고 긴 여정을 거쳐 성공으로 이어졌다.

당시 대형 할인점과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던 채소에서 다량의 농약이 검출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전국이 떠들썩했지만 오히려 그에게는 '약'이 됐다.

고품질의 안전한 먹을거리만 생산한다면 쌈 채소에 돼지 삼겹살을 즐기는 우리 국민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던 것이다.


◇안전한 먹을거리가 살 길
그러던 중 고향 선배이자 큰 형의 후배로 유기농 분야의 권위자인 이해극씨를 만난 것은 그에게 천우신조였다.

이씨의 도움으로 화학비료 대신 조개껍데기나 뼛조각을 퇴비로 사용하는 친환경 쌈채소 재배법을 익혔고 이를 토대로 신문과 책을 섭렵하며 키토산이나 옥돌, 맥반석, 목초액, 숯 등을 활용하는 유기농법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웰빙 분위기를 타고 유기농 채소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1.5㎏당 1만∼2만원에 팔리는 일반 상추와 달리 10만원에도 판매가 됐다.

이 덕분에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도 무난히 버틸 수 있었다.

2001년에는 장안농장이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우수농장으로 선정됐고 2004년에는 국내 최초로 유기농 ISO 9001 인증을 받았다.

또 2007년에는 쌈채소 농산물 우수관리제(GAP) 물류센터를 개점했고 2008년엔 다시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쌈채소 부문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을 받았다.

지난해 국제(IFOAM) 유기인증과 유기농 채소로는 국내 최초로 미국 농무부(USDA)인증도 획득하는 등 장안농장이 받으면 줄줄이 국내 최초가 되는 진기록들을 잇따라 세웠다.

그는 39만6천여㎡의 장안농장에서 직원 210명과 함께 쌈채소 외에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50여종의 나물과 허브나 쌈케일 등 100여종의 외국산 쌈채소도 재배하는 농장주로 성장했다.

장안농장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농장도 제주도와 강원도, 전라도 등 전국적으로 100곳이 넘는다.


◇'스테이크 싸먹는 채소' 수출 추진
일반 채소와 차별화된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 재래시장에는 상품을 공급하지 않는다는 것이 류 대표의 경영철학이다.

인터넷 주문판매도 대량 판매보다는 안전성과 신선도를 중시하는 상위 1%의 고소득층을 단골로 삼겠다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장안농장만의 농업시스템을 갖췄다"면서 "앞으로 10년간은 누구도 넘볼수 없는 최고의 유기농 단지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서양에서는 주로 채소를 슬라이스로 만들어 드레싱을 곁들여 먹지만 우리는 맵고 달고 쓴맛의 채소를 다양한 방법으로 먹는다"면서 "이런 섭취법이 세계에 알려지면 대단한 한류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재작년 식품가공전시회 참가차 일본 도쿄에 갔다가 전시장 앞의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를 보며 쌈채소를 이용한 세계적 체인점 사업 가능성을 떠올렸다.

그는 "한류 열풍을 잘 활용하면 쌈밥 체인점이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상추 CEO는 "3년 전부터 미국, 일본, 중국, 이탈리아, 프랑스를 다니며 시장 조사를 마쳤다"며 "이르면 이달 중순 첫 수출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곳곳에서 외국인들이 '원더풀'을 외치며 한국에서 재배한 유기농 상추와 깻잎으로 스테이크를 싸먹는 모습을 곧 볼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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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농촌현장> 류근모 장안농장 대표 인터뷰
'상추 CEO' 류근모씨
(충주=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7일 충북 충주시 신니면 용원리 장안농장 대표 류근모(50)씨가 쌈채소박물관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20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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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내가 볼 때는 '가장 안전하다고 소문난 외국산 농산물'이 '품질이 가장 나쁜 국산 유기농'보다 100배는 더 못합니다"
유기농 업계의 신화를 만들고 있는 충북 충주 장안농장의 류근모(50) 대표는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에서 유기농으로 생산되는 농산물은 채소가 아니라 약"이라면서 유기농 채소 예찬론을 폈다.

그는 귀농해서 성공하는 것이 신용불량자가 은행에서 대출받는 것보다 어렵다며 귀농할 때는 충분한 계획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류 대표와 일문일답.


--한국농업이 대외 개방에 맞서 살아남을 길은.

▲인터넷의 발달로 농산물 재배기술은 평준화가 됐다. 이제 우리 스스로 농업에 대한 자신감을 가져야 하며 스스로 체질을 강화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마케팅 교육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칩 기술이 세계가 인정하는 수준이듯 우리 농산물도 최고 수준이다. 다만 반도체 칩의 홍보와 마케팅 방법을 농업에 접목시키고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지면 우리 농업은 대외 개방에서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장안농장의 성공 비결은.

▲친환경적인 최고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나를 보태자면 매년 유기농 쌈채소 축제를 열어 소비자들이 최고의 품질과 안정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점도 성공의 비결로 꼽을 수 있다.

--유기농 분야에서 성공하는 데 가장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노력에 비해 이익이 적다는 점을 들 수 있고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는 것도 어려웠다.

더욱이 '유기농이라고 해서 모두 안전하지는 않을 거야'라는 인식을 불식시키는 것도 난제였다.

간혹 이름만 유기농이라고 붙여 판매되던 아채에서 농약이 검출됐다는 보도라도 나가면 '그것 봐 그럴 줄 알았어'라는 식의 '식품안정성 피해증후군'을 극복하는 과정도 힘들었다.

또 생산비는 낮추면서 한결같은 품질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데 이 역시 어려운 일이었다. 10년이 넘도록 휴일 한 번 편히 쉬지 못하고 늘 긴장하며 생활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은 없나.

▲귀농 뒤 초기엔 농약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잡초를 하나하나 뽑고 벌레를 일일이 잡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상이변 등 환경 극복이 가장 어렵다.

예상치 못한 강추위나 폭염, 장마, 안개로 인한 기상불순 때 채소 품질을 유지하는 게 가장 어렵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키토산이나 옥돌, 맥반석, 목초액, 숯 등을 활용해 땅의 기초체질을 강화시키는 생태순환농법을 이용하고 있다.

--유기농 채소만의 마케팅 성공 비결은.

▲나만의 비법과 기술을 깊이 있게 연구하며 유기농 채소를 차별화해 나가야 한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차별화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시장조사를 하며 감각을 유지하는 게 필수다.

--일부 소비자들 가운데 국내 유기농산물보다는 값비싼 외국산을 선호하는 풍조도 있는데.

▲아주 어리석은 일이다. 내가 볼 때는 '가장 안전하다고 소문난 외국산 농산물'이 '품질이 가장 나쁜 국산 유기농'보다 100배는 더 못하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채소가 아니라 약이다.

조선시대에 편찬된 식이요법서인 식료찬요(食療纂要)에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말이 있다. 몸에 병이 나면 오채, 오곡으로 치료하고 그것마저 듣지 않으면 마지막으로 약으로 치료하는데 그 약의 재료는 채소에서 얻는 것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귀농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즉흥적인 기분으로 귀농을 결정하지 말고 최소 5년은 준비해 단계적으로 접근하고 가족과 충분히 상의해야 한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탱크처럼 저돌적으로 일하며 고생할 수 있는지, 판로를 직접 개척해 물건을 팔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또 도시에 살면서 익혔던 업무와 연계할 수 있는 부분 귀농을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도매업 경력이 있다면 그것을 잘살려 자신뿐만 아니라 이웃의 농산물까지 아울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각 시.군에서 마련한 귀농 프로그램이나 농업교육, 각 대학의 최고경영자 프로그램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귀농 뒤 돈을 버는 것은 신용불량자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보다 어렵다는 것을 각오하고 나서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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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농촌현장> 고성發 농업혁명 `생명환경농업'
농약과 화학비료 없이 자란 생명환경쌀
(고성=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화학비료와 농약 대신 토착 미생물을 활용해 기른 경남 고성군의 생명환경 쌀. 이 쌀은 '명품쌀'이라는 이미지에 힘입어 시중에서 인기품목이 된 것은 물론 미국 수출에도 성공했다. 2010.1.31 << 지방기사 참고, 사진 고성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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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한국 농업이 거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정부와 유관 기관.단체 등을 중심으로 전면적인 시장개방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여러가지 요인으로 속도는 더디다. 내놓는 대안도 제각각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일부 농민들은 새로운 농법과 첨단 기술을 도입하고 품질 고급화에 나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농업 선진국 못지않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경우도 있다.

연합뉴스는 위기 속에서 새로운 활로가 절실한 한국 농촌과 농민들의 실상을 들여다보고 앞으로 나가야할 길을 찾아보는 연중 기획을 마련했다. 우선 전국 각지에서 실패와 좌절을 겪으면서도 새로운 농사 모델을 만들고 있는 농민, 농촌마을 등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한다.


농약.화학비료 대신 미생물 투입..축산.수산으로 확산
국내외서 벤치마킹..'생명 쌀' 미국서도 호평

(고성=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생명환경농업은 한국 농업의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벼농사뿐만 아니라 축산.과수에다 수산업도 여기서 해법을 찾았습니다"
경남 고성군이 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고 토착 미생물을 배양해 땅심을 살리는 `생명환경농업'을 시작한 지 2년. 기존의 농업 관행을 완전히 벗어난 `모험'을 감행했던 고성군 농민들과 군 관계자들의 눈에는 이제 자신감이 넘치고 있다.

지난해 고성군내 생명환경농업 논 388ha에서 수확한 쌀은 약 2천700여t, 투입된 경비는 약 13억원이다. 화학비료나 제초제, 살충제를 쓰지 않은 친환경 쌀인데도 오히려 관행 농업에 비해 경비는 25%나 줄고 농민들의 수익은 15%가량 늘었다고 고성군은 31일 밝혔다.

고성군은 생명환경농법이 일단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하면서 이제 이 농법을 전국으로 퍼뜨리는 데 주력하는 한편 벼농사 외 다른 부문에도 실험을 확대하고 있다.


◇과수.축산으로 번지는 생명환경농업 = 생명환경농업 바람은 벼농사를 넘어 축산과 과수에도 옮겨가고 있다.

최근 700여마리의 소를 기르는 고성군의 농가 4곳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무항생제 축산농가 인증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농장 2곳의 4천500여마리 돼지가 무항생제 인증을 받기도 했다.

일반 축산농들은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항생제를 먹이지만 이들 농가에서는 항생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토착 미생물 등을 통해 면역력을 키운다.

특히 고성군에서는 2012년부터 가축분뇨 해양투기가 금지되면서 분뇨 처리에 골머리를 앓는 전국 지자체들에 생명환경농법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과수업에도 생명환경농법이 적용돼 지난해 9월에는 단감을 재배하는 농가 6곳이 무농약 인증을 받았다.

단감을 재배하는 강성중씨는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지만 농약을 쓰지 않고 미생물을 길러 써보니 생산비를 많이 절약할 수 있었다. 땅속 영양분을 잘 빨아들여 그런지 다른 감보다 훨씬 당도가 높았다"며 만족해했다.

고성군은 단감 6곳, 참다래 22곳 등 28곳의 농가에서 이뤄지는 생명환경 과수업을 점차 확대시킬 방침이다.

올해 고성군은 생명환경농업에서 얻은 노하우를 `생명환경 수산업'에도 적용하고 있다.

생명환경 수산업이란 항생제를 사용하는 기존 양식법과는 달리 토착 미생물을 활용해 수질을 개선, 양식장의 질병 발생을 막겠다는 것이다.

고성군은 지난해 넙치 양식장 가운데 시범어가를 지정해 운영한 결과, 물고기 생존율이 기존 방식보다 30%가량 늘었다고 전했다.

고성군 해양수산과 어업생산담당 안명준 계장은 "이 원리를 이용하면 각종 물고기 질병은 물론이고 양식장 최대의 적인 적조현상도 예방할 수 있다"면서 "올해 이 양식을 좀 더 시험해보고 결과에 따라 본격적으로 양식장에 보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줄잇는 벤치마킹 = 지난해 1년 동안 전국 지자체 관계자 등 7천여명이 고성군 농업기술센터를 방문해 토착 미생물을 배양하는 방법과 이앙 방법, 쌀 저장 방법 등을 배우고 갔다.

지난해 7월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참다래 재배현장을 방문했으며 한달 뒤에는 한승수 당시 국무총리가 연구소를 방문하는 등 중앙정부 차원의 관심도 높다.

고성군은 다른 단체들의 이목이 쏠려 있는 지금이야말로 생명환경농업을 전국적으로 확대시킬 기회로 보고, 지난해 `생명환경농업 정착의 해'에 이어 올해를 `생명환경농업 확산의 해'로 정했다.

이미 경남도에서는 창녕군 우포늪 일대를 생명환경농업지역으로 지정하고 올해부터 시.군별 1곳씩 20ha 이상 농지에 생명환경농업을 적용시키기로 했다.

전남 곡성에서도 지난해 시범사업을 거쳐 본격적으로 생명환경농업을 시작했을 정도로 이 농법은 다른 시.도까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고성군은 지역내 생명환경농지를 30개 단지 388ha에서 올해 50개 단지 1천ha, 2012년에는 1만ha까지 늘리는 한편 1월말께 견학단 등을 대상으로 한 교육센터를 개소, 농법 확산에 주력할 예정이다.


◇외국서도 관심, 미국서 '호평' = 지난해말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역으로 수출된 쌀 20t이 벌써 거의 다 판매돼 현지 유통업체에서 다음 물량을 빨리 보내달라는 독촉이 올 정도로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고 있다.

고성군은 내달초 추가 물량을 보내는 한편 다른 나라로의 수출도 타진하기로 했다.

외국 농민단체들도 큰 관심을 보이며 잇따라 방문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규슈(九州) '환경보전형 농업연구회' 회원과 미국 하와이주 방문단, 미국 퀸즈 YMCA 방문단 등 모두 110명가량의 외국 방문객이 농업연구소를 견학하고 돌아갔다.

이학렬 고성군수는 "몸에 좋은 친환경 쌀이라는 점에서 경쟁력이 생기는 것 같다. 아직은 개척 단계이지만 외국 수요도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형 농업혁명' 가능할까 = 2008년 고성군이 처음 생명환경농업에 뛰어든 이래 이 농법은 `농업 혁명'이라는 찬사를 받아왔다.

일반적으로 유기농이 안고 있던 `고비용 저생산'이라는 단점을 극복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면서 세계무대에서도 통할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벼농사와 애호박 농사를 짓는 김종배씨는 "2년 동안 생명환경농업을 하면서 미생물을 비료로 사용해 보니 정말 땅이 건강해지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며 "이제 다른 방식의 농사는 하라고 해도 못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검증을 더 거쳐야 하며 해결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환경농업단체연합회 최동근 사무총장은 "관행농업의 문제점을 극복한 것은 물론 그동안 고비용이란 문제를 안고 있던 친환경 농법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줬다고 본다"면서도 "그렇다고 다른 모든 친환경 농법을 대체할 수 있을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농촌진흥청이 고성 생명환경농법에 대해 '관행 농법보다 생산비가 더 많이 든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낸 것을 비롯해 경제성 부분에 더 검증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성군 농업기술센터 이수열 정책과장은 "기존 산파식 대신 포트식 이앙기를 일본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초기비용이 다소 비싼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기계 내구연한을 고려한다면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농법이 대중화돼 국내에서도 이앙기가 생산된다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관행농업에 익숙한 농민들이 하루아침에 농법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이학렬 군수는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농민들을 잘 교육하고 마케팅도 지원한다면 농민들도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세계적으로도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생명환경농업이야말로 한국 농업에 경쟁력을 불어 넣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 생명환경농업이란 =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는 관행농법 대신 농민들이 토착 미생물을 직접 배양해 농사를 짓는 방식이다.

벼를 심기 전 대나무숲과 활엽수림에서 채취한 토착 미생물을 배양소에서 기른 뒤 논에 살포해 땅에서 유기물 분해가 잘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벼가 한창 클 때에는 화학비료와 농약, 제초제 대신 쑥과 미나리로 만든 녹즙, 한방영양제, 꽁치, 고등어와 굴 껍데기 등으로 만든 비료를 공급한다.

이 방법을 통해 자연생태계를 복구하는 것은 물론 벼를 튼튼하게 해 수확까지 늘어나게 하는 등 1석2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고성군의 설명이다.

축산업에서도 미생물을 이용해 항생제를 쓰지 않고 건강한 소, 돼지를 사육하는 것은 물론 분뇨 처분 걱정도 없다는 장점이 있다.

생명환경 축산업에서는 소나 돼지에 항생제를 넣지 않은 사료에다 미생물을 섞어 먹여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높인다.

가축 체내에 항생제가 축적돼 소비자의 건강을 해치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게다가 축사 바닥에는 황토와 톱밥을 미생물과 섞어 깔아놓기 때문에 가축 분뇨가 미생물에 의해 손쉽게 분해된다.

고성군 농업기술센터 이수열 정책과장은 "미생물을 활용해 냄새도 없고 바닥도 푹신푹신한 위생적인 축사를 운영할 수 있다"며 "깨끗하게 자란 가축인 만큼 소비자들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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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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