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유기농 실천으로 억대 富農 이뤄>
진도 강은수씨, 생산.가공.유통 `1인 3역'

(진도=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소규모 가족형 유기농 실천으로 생산에서 가공, 유통에 이르기까지 1인3역으로 억대 부농의 꿈을 이룬 농업인이 있어 화제다.

2일 전남도에 따르면 진도 임회면 용산리 강은수(62)씨는 고추, 배추, 마늘 등 1.8ha를 유기농으로 재배해 자체 소규모 가공시설을 이용, 상품화한 뒤 전자상거래 등을 통해 판매해 연간 1억2천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강씨는 유기농을 시작한 1996년부터 '땅이 살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화학비료와 축분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자연상태에서 자생하는 산야초와 농산물 부산물만을 이용해 퇴비를 생산하는 어려운 과정을 선택했다.

소규모 농경지이지만 6개월간은 고추 등 작물을 재배하고 6개월간은 녹비작물을 재배하는 형태로 농사 시스템을 과감히 바꿔 토양의 지력을 높이고 병해충 발생도 줄이는 성과를 올렸다.

병해충 방제는 직접 제조한 현미식초, 목초액과 진도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생선 부산물, 미생물제제를 혼합해 활용했다.

이를 통해 유기농 재배가 까다로운 고추생산에 성공해 2002년에 유기인증을 받아 지금까지 꾸준히 재배하고 있으며 특히 올해는 장마 등 열악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건고추의 경우 일반재배보다 무려 3배나 높은 1만5천원(600g)에 판매하고 있다.

또 유기농으로 생산한 농산물을 김치, 고추장, 고춧가루, 깐마늘 등으로 가공, '진도아리랑'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2006년에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유기가공식품 인증을 획득, 인터넷과 학교급식 등으로 전량 팔려나가고 있다.

강씨는 "규모가 작더라도 유기농으로 생산한 농산물을 전통방식으로 직접 가공하고 이를 직거래 형식으로 판매하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며 "앞으로 품질고급화로 더욱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강씨와 같은 가족농 중심의 소규모 유기농 성공사례를 발굴.지원해 친환경농업 실천농가가 유기된장, 유기고추장 등 전통방식의 가공식품을 생산, 경제적 이익으로 이어지도록 뒷받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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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농촌현장> 장수(長壽), 순창에 길을 묻다
소 여물 주는 102세 할머니
(전주=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장수(長壽) 마을인 전북 순창군 동계면 한옥금(102세) 할머니가 소 여물을 주고 있다. <<지방 기사 참고>> 2010.2.14
ichong@yna.co.kr

순창군, 초고령 장수인 전국 최다 '블루존'
102세 할머니 "맘 편하게 움직이고 잘 먹어라"

(순창=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진시황이 그랬던 것처럼 누구나 불로장생, 무병장수를 꿈꾼다.

전북 순창군은 장수 노인 비율이 다른 곳보다 월등히 높은 '블루존'으로 통한다. 인구 3만명인 이 지역의 100세 이상 노인은 11명이나 되고 최고령자는 107세다.

서울대 노화 고령사회연구소의 2002년 조사에 따르면 순창군은 전국 234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인구 10만명당 `백세인'(100세 이상) 비율이 29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85세 이상 비율도 마찬가지다.

순창군은 옛 지명인 옥천(玉川)이 말해주듯 섬진강의 맑은 물이 '생명수' 역할을 하고 있는 등 장수를 위한 최적 조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또 백세인 대부분은 논밭에서 평생 일을 하면서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데다 자기 땅에서 자라는 채소 위주로 담백하고 적게 먹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여기에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즐겁게 생활하는 공통점도 지녔다.

이곳에선 80대 며느리가 107세 할머니를 수발한다.

90대 할아버지는 너덧 마지기가 넘는 전답을 일구기도 한다.

웬만한 곳에선 노인 축에 드는 60∼70대는 그야말로 청년, '젊은이'에 불과하다.

세계적인 장수마을인 불가리아의 모길리차 마을 사람들이 어릴 적부터 우유와 요구르트를 꾸준히 먹듯 이곳 주민들은 고추장과 된장, 간장 등 발효 음식과 함께 하고 있다.

순창군 최형구 장수연구담당은 "순창은 발효 식품인 장류와 들깨 소비량이 많은 편"이라며 "천혜의 자연환경과 함께 매일 섭취하는 이런 음식도 장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군이 지난해 서울대 연구소에 의뢰해 1년간 3개 면(面)에 사는 50세 이상 421명을 조사한 결과, 건강장수의 비결로 육체적인 활동과 채식 위주의 식생활, 꾸준한 공부 등이 꼽혔다.

순창군이 최근 한글과 컴퓨터 교육을 중장년층으로 확대하고 금연과 절주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한편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장수 요인은 또 있다.

이 분야 연구에 정통한 미국 노인의학연구소장 레오나드 푼 박사는 지난해 순창지역 백세인들을 면담한 뒤 "노인들이 나들이를 즐기고 건강상태도 좋은 비결이 모시고 사는 아들, 며느리 등 가족과의 따뜻한 가족애라는 것을 알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서양이나 도시의 핵가족과 달리 자녀가 부모를 모시는 부모부양 시스템과 한국 특유의 효(孝) 문화가 장수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초고령자가 늘어가자 순창군은 이들의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곳곳에 마을회관을 마련했다.

회관은 노인들에게 바깥출입과 함께 가벼운 운동을 유도하는 것은 물론 가정의 냉.난방비를 절약해주는 역할도 한다.

이제 마을회관은 하루 평균 20∼30명이 모여 점심을 먹는 화합과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군은 장수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지난해 전남 구례.곡성.담양군 등 섬진강 상류에 있는 3개 지역과 '양로연의'(養老宴儀.조선시대 임금이 노인들을 모셔놓고 열었던 공경의 잔치)를 열었다.

건강한 장수에 앞장선다는 뜻에서 이들 지역과 '장수공동체 순창선언'을 하기도 했다.

군은 또 백세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장수 수당'을 신설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함께 건강.장수연구소를 만들어 노화·생명연구를 비롯해 식생활, 문화, 산업, 정책 등 노인과 관련한 종합적인 연구를 하기로 했다.

특히 건강한 노인과 그렇지 않은 노인 간의 차이를 비교해 건강.장수를 위한 식생활 모델도 마련해 전국에 보급할 계획이다.

군 강성일 기획감사실장은 "이 연구소는 노화나 노인병 등을 체계적으로 연구, 미래의 고령사회를 선도할 다양한 장수시책과 상품을 개발해 실버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102세 한옥금 할머니의 하루
회문산 끝 자락인 순창군 동계면에 사는 102세 한옥금 할머니는 무릎이 시어 지팡이에 의지하는 것을 빼면 웬만한 일은 손수 척척 해낸다.

돌봐주는 맏아들 내외가 집을 비우면 누렁소 여물을 주고 손빨래도 한다. 기운이 나면 며느리 빨래도 대신해준다. 전화도 받고 자신의 방과 거실을 쓸고 걸레질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봄, 가을에는 호미나 낫을 들고 농사일을 거들기까지 한다.

특히 속옷 빨래와 요강 비우는 일 만큼은 반백 년을 함께 한 며느리에게도 맡기는 법이 없을 정도로 정갈하다. 작년에는 한 달이나 서울 나들이를 다녀오기도 했다.

16살에 시집온 할머니는 5남매를 낳았고 40여년 전 남편과 사별했지만 세상을 긍정적으로 살면서 증손자까지 4대에 걸쳐 70여명의 자손을 뒀다.

대개는 저녁 9시에 잠자리에 들어 다음날 아침 7시에 일어난다. 낮잠 1시간을 합하면 하루 11시간을 잔다. 혼자 세수하고 아침식사는 8시께 한다.

하루 세 끼는 빠뜨리지 않고 꼬박꼬박 먹는다. 음식도 보신탕만 빼고 고루 잘 먹는다. 적은 양의 공깃밥에 국과 대여섯 가지의 반찬을 먹는다. 결코 과식하지 않고 채식을 위주로 한다.

대개 김치와 파래무침, 절인 깻잎, 상추 겉절이 등 평범한 채소류가 주로 밥상에 올라온다. 텃밭에서 햇빛과 바람, 이슬을 받고 자란 것들이다.

가끔은 돼지고기를 찾는다고 며느리 김정애(73)씨는 귀띔한다.

지금은 치아가 없어 씹는 맛을 느끼지 못하지만 잇몸으로 해결한다. 자식들이 틀니를 권했지만 관리가 귀찮고 힘들어서 사양했다.

2월의 차가운 날씨 탓에 마실갈 엄두는 내지 못한 채 거실에서 TV를 보는 할머니는 가끔 아들, 며느리와 얘기도 나눈다.

"요즘 TV엔 좋아하는 판소리나 농악 관련 프로그램이 없어 아쉽다"고 했다.

겨울이 아니면 마을회관에 가서 이웃집을 돌며 시간을 보낸다. 아직 고혈압과 당뇨 등 흔한 성인병도 앓지 않았고 신종플루나 독감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될 만큼 건강하다.

정오를 넘기자 며느리 김씨가 점심상을 차렸다. 아들 양창섭(77)씨는 건넌 방에서 오가피주를 내왔다.

"어머니, 한잔하실래요?"라며 공손한 자세로 잔에 술을 채웠다. 그러면 할머니는 "하믄 먹제(그럼 먹지)"라며 단번에 들이켰다. 그렇게 석 잔을 반주 삼아 마셨다. 안주는 김치와 나물이다.

평소 소주를 즐기는 할머니는 기자에게도 잔을 권했다. 몸집은 초등학생만하게 오므라들었지만 주름진 얼굴은 하회탈처럼 웃고 있었다. 술기운인지 낯익어서인지 갑자기 이야기보따리가 풀렸다.

"제일 이쁜 놈은 큰아들이지. 여태 살면서 맘을 상하게 하지 않으니께. 며느리도 이쁘지. 매일 수발하면서 한 번도 귀찮다고 불평한 적이 없어. 노망들지 않고 이렇게 살 다 가면 여한이 없을 텐데.."
사진첩을 꺼내 들곤 손자들 얼굴을 차례로 짚어가며 이름을 또박또박 일러준다. 총기가 충만했다.

아들 양씨는 "어머니가 작년부터 눈에 안개가 낀 것처럼 침침하고 귀도 잘 들리지 않는다고 호소하신다"며 "그렇다고 보청기를 낄 정도는 아니다"고 자신한다.

그는 "좋은 공기와 먹거리 속에서 자식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적게 먹고 부지런히 몸을 놀리는 것이 탈 없이 오래 사는 비결인가 싶다"고 말했다.

도시에서 장수하는 노인들도 있지만 한 할머니의 이야기는 대부분 농촌이기 때문에 가능한 장면들이다.

한 할머니보다 5살이 더 많은 순창지역 최고령 박복동(구림면 방화리) 할머니도 이날 오후 마을회관에서 80, 90대의 '젊은이'들과 막걸리를 주고받으며 겨울 오후 한때를 보냈다.

ic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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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농촌현장> 종자 지켜라..세계는 종자전쟁
종자전쟁 군수기지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
(수원=연합뉴스) 신영근 기자 = 종자전쟁의 군수기지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경기도 수원 농촌진흥청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 농업유전자원센터는 국내외 식물 유전자원 27만여점을 안전하게 보존하고 있다. 2010.2.21
<< 지방기사 참고 >>

종자 보존 외국 자원 도입 시급..로열티 유출 막아야
일제하.전쟁 전후 엄청난 종자 외국 유출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 27만여점 보존.."후손에 안전하게 전달"

(수원=연합뉴스) 신영근 기자 = 고려 공민왕 시절 문익점 선생이 원나라에서 가져왔던 목화씨 몇 개가 이 땅의 의류문화에 혁신을 가져왔고 민초들은 따뜻한 겨울을 보내게 됐다.

딸기의 경우도 일제 치하에 있던 1943년 경남 밀양 삼랑진 금융조합 이사였던 송준생 씨가 일본 금융조합이사회에 참석한 뒤 일본 딸기 모종 10포기를 가져와 삼랑진에 심은 것이 시초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꾸로 우리 토종이었던 털개회나무(정향나무)가 해방 직후 어수선하던 시절 미국 농무부 소속 미더교수에 의해 태평양을 건너가 미국서 개량된 후 '미스킴라일락'으로 바뀌었다.

미스킴라일락은 미국 라일락시장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최고 품종이 됐고 국내로 역수입되고 있다.

또 크리스마스 트리로 인기를 끄는 구상나무 역시 우리나라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종자개량 후 특허등록이 돼 재배용으로 수입하려면 거꾸로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모두 종자, 생물자원이 얼마나 중요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여기다 현재 우리 농가에서 재배하고 있는 고추와 딸기, 토마토, 파프리카 등은 물론 과일과 화훼 등 대부분이 로열티를 지불하고 종자를 들여오고 있으니 농업의 미래를 위해서도 종자 수집ㆍ보존과 개량은 필수적이다.


◇종자전쟁의 지휘본부..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
비타민A가 많이 함유된 황금쌀과, 속은 당근 특유의 주황색이지만 겉은 천연 색소 안토시아닌을 함유해 보라색을 띤 당근, 팥은 붉은 적색이라는 상식을 깬 녹색과 살구색 팥, 색깔이 너무 고와서 입이 아니라 눈으로 먹게 된다는 노랑과 핑크색 느타리버섯..

최근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신품종 작물들이다.

이들 작물은 전통적 교배의 산물이기도 하고 각 작물이 지닌 특이 유전자를 다른 작물에 이식해 만든 생명공학의 산물이기도 하다. 이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가 보유하고 있는 종자를 포함한 다양한 식물 유전자원이 있다.

경기도 수원시 서둔동에 있는 농촌진흥청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

이곳은 종자전쟁의 '군수기지', 미래 세대를 위한 '노아의 방주', 종자계의 '한국은행'이라고도 불린다.

식물종자 1천777종 15만9천여 점과 뿌리로 번식하는 식물 영양체 996종 2만7천100여 점, 미생물 5천243종 1만9천300여 점 등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다 동물의 생식세포 25종 6만5천여 점과 곤충 14종 361점 등 모두 8천 여종 27만2천100여 점의 유전자원이 언제가의 '발아'를 위해 기다리고 있다.

하나의 종자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종자전쟁의 시대, 이곳에서는 종자 확보와 분류, 증식, 분양이라는 소리 없는 전쟁이 매일 벌어지고 있다.

농업유전자원센터는 지난해 종자를 포함 1만2천257점의 유전자원을 농진청 산하 국립농업과학원이나 식량과학원, 원예특작과학원은 물론이고 전국 대학과 연구소에 분양했다.

이렇게 분양된 원종들이 새로운 품종으로 변신, 소비자를 찾고 있는 것이다.

농업유전자원센터 김정곤 소장은 "우리 민족에게 주곡 자급이라는 선물을 안겨준 '통일벼' 역시 다양한 벼 종자의 교배 끝에 탄생한 작품"이라며 "앞으로 통일벼에 맞먹을 정도로 세상을 변화시킬 또 하나의 획기적인 종자를 탄생시키기 위해 국내외에서 끊임없이 종자를 모으고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출된 종자를 회수하라!
일본 제국주의 치하 36년을 지나 미군 점령기, 한국전쟁 등 지난 100년간의 역사적 아픔을 겪는 동안 우리 산하에서 자라던 각종 식물과 곡류 종자는 어떤 신세였을까?
우리 땅이 유린당하면서 토종 종자들 역시 일본과 미국인 등의 손에 들려 한반도를 떠나 세계 곳곳으로 흩어졌다.

한국이 주곡 자급과 함께 산업화와 선진국 진입에 성공했다지만 농업분야에서 종자들을 챙기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었다.

미국 농무부 농업연구청이 보유하고 있던 한반도 원산의 농업 유전자원 6천여 점 중 우리가 확보하지 못한 콩과 마늘, 양파 등 34종 1천679점은 2007년에야 돌아왔다.

일본과는 계속된 줄다리기 끝에 일본 농업생물자원연구소가 보유하고 있던 보리와 콩, 팥 등 32종 1천546점의 종자를 2008년에 돌려받았다.

국내에는 기록으로만 남아있던 섬유와 고급 식용유 생산이 가능한 '아마(亞麻)' 종자를 비롯해 조 품종인 '오십일조', 수수 품종인 '홍봉자', 식용 피 품종인 '수래첨' 등이 이때 고향 땅에 돌아왔다.

그리고 주로 북한지역에서 유출돼 독일 식물유전자원연구소가 보유하고 있던 배추와 보리, 밀, 콩 등 270여 종, 900점은 지난해 돌아왔다.

개풍보리와 개성배추 등 북한에서 재배됐지만 이름만 알려진 종자의 국내 복귀는 통일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로 유출된 우리 종자를 찾는 작업과 함께 국내 종자 수집도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현재 농업유전자원센터가 보유하고 있는 종자 중 벼와 보리 등 식량작물은 414종 12만2천여 점으로 전체 종자의 76%를 차지하고 있지만 특용작물과 원예작물은 각각 258종 1만8천500여 점, 462종 1만5천여 점으로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특히 각종 건강 기능성 물질의 보고인 특ㆍ약용 작물 종자 수집은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해 농업유전자원센터가 국내에서 확보한 종자는 4천900여 점으로 농가에서 재배중인 재래종을 농업인으로부터 기증받은 것에서부터 연구진이 직접 채취한 야생종까지 다양하다.

마지막으로 종자를 확보하는 방법은 우수한 해외 유전자원을 도입하는 것이다.

우수한 식물 자원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종자 보존이나 연구 능력이 부족한 국가와의 협력 사업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아열대나 열대작물과 함께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바이오 에너지 작물 등이 주요 수집 대상이다.

센터는 지난해 공동 연구작업을 통해 우즈베키스탄과 미얀마, 몽골 등지에서 3천700여 점의 우수 유전자원을 도입했다.

농업유전자원센터 기획협력팀 김창영 연구관은 "토종 종자 반환 작업은 아직도 진행 중이며 우리 유전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몇몇 동유럽 국가와도 접촉하고 있다"며 "한반도 환경에 가장 어울리는 우리 종자의 확보는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밝혔다.


◇종자, 후손에 안전하게 전달하라!
국내외에서 수집된 유전자원은 현 세대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먼 미래의 후손에게도 안전하게 전달해야 한다.

2006년 건립된 농업유전자원센터는 농업 유전자원 50만점을 잘 보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지하1층.지상3층, 연면적 9천507㎡ 규모로 리히터 규모 5의 지진에 견딜 수 있는 설계와 유전자원의 입ㆍ출고를 로봇이 담당하는 첨단 시설을 자랑한다.

새로 수집됐거나 증식된 종자는 몇 가지 단계를 거쳐 보존된다.

먼저 자원준비실을 통해 해당 종자의 정보가 전산화된다. 정보처리가 완료된 종자는 4∼6주 동안 건조실을 거치면서 중ㆍ장기 보존에 적합한 수분 함량을 유지한다. 일반 종자는 5∼7%, 기름기가 많은 유지종자는 3∼5% 정도의 수분을 지니게 된다.

활용 빈도가 많은 종자는 중기 저장고에 보존된다. 이곳은 종자의 유전적 변이를 막고 기본적인 활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영상 4도에 40%의 습도를 유지해, 30년 정도는 문제없이 종자를 보존한다.

영하 18도의 온도를 유지하는 장기 저장고에서는 100년간 보존이 가능하다.

중기 저장고와 똑같은 종자가 장기 보존되면서 각종 천재지변에 대비하고 있다.

이밖에 종자의 표본을 농업인이나 연구진이 쉽게 살펴볼 수 있는 표본실과 영하 196도로 운영되는 초저온 저장시설과 DNA 조직은행, 동결건조 보존시설도 종자의 안전한 보존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

일의 순서상 농업유전자원센터의 마지막 업무는 분양이다. 가깝거나 혹은 먼 미래에 종자를 원하는 농업인과 종묘업체, 대학, 연구소에 양질의 종자를 안전하게 전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종자 특성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전산화하면서 분석하는 것이다.

현재 센터가 보유한 종자의 73% 정도는 사람의 주민등록과 비슷하게 종자의 형태와 색, 발아 후 모습 등 기본 형질 분석과 입력이 완료됐다.

하지만, 기본 형질 분석만으로는 농가의 창고에 보관된 종자와 다를 바 없다.

종자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용 형질 분석이 필요하다.

발아한 종자가 어떤 성장 과정을 통해 어떻게 수확되고 어떤 성분이 포함돼 있는가 하는 것이다.

농업유전자원센터의 이용 형질 분석률은 아직 15%에 그치고 있다. 농업유전자원센터는 국가 차원에서 종자를 관리 보존하는 다른 연구기관.대학과 공동으로 이용 형질 분석에 나서 2012년 35%, 2017년 80%의 분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센터의 안전한 보존 능력은 국제기구도 인정해, 2008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작물다양성재단'(Global Crop Diversity Trust)이 농업유전자원센터를 세계 각국의 주요 유전자원을 보존하는 '국제안전중복보존소'로 지정했다.

천재지변이나 전쟁에 대비해, 인류의 소중한 유산인 종자를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해 노르웨이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계 두 번째로 식물 '노아의 방주'가 된 것이다.

노아의 방주가 된 후 국제미작연구소(IRRI), 세계채소연구센터(AVRDC) 등 국제기구와 미얀마 등 개발도상국가들이 농업유전자원센터에 종자를 위탁 보존하고 있다.

김정곤 소장은 "100년을 안전하게 종자를 보존하는 동시에 잠들어 있는 씨앗의 증식과 분석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종자를 탄생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센터는 이를 위해 국내외 유전자원 수집과 보존, 증식 업무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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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농촌현장> "小農이 강하다"
"小農도 강합니다"
(진도=연합뉴스) 소규모 가족농으로 유기농을 실천하며 채소를 재배해 억대 부농을 이룬 전남 진도의 강은수(62)씨가 자신의 배추밭에서 친환경 농법과 소농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방기사 참고>> 201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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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강은수 씨 등 전국 억대 가족농 수두룩
유기농에 '셀프 마케팅'.."교육과 투자로 가능"
정부는 개방 대비 규모화 유도..민자유치도

(진도=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소규모 농업도 결코 불리하지 않다. 작물을 특화시키고 유기농으로 키운 농작물을 시장뿐만 아니라 전자상거래로 직접 판매하면 강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전남 진도에서 친환경 작물을 재배ㆍ판매해 연간 1억원 이상의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강은수(52) 씨는 '소규모 가족농'의 전도사로 불린다.

강 씨가 소규모 가족농을 강조하는 것은 수십년에 걸쳐 직접 유기농과 '셀프 마케팅'을 실천해온 경험 때문이다.

대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강 씨는 1973년에 고향인 진도로 내려가 벼와 고구마 등을 재배하는 농사에 뛰어들었다.

처음 10년은 그에게 말할 수 없이 힘든 세월이었다.

"밑천이 없어 농협 대출받아 농사짓고 부족하면 개인 빚을 내 대출을 막았다. 영농자금을 빌려 생활에 쓰면 재배한 작물을 팔아서 갚았고 나머지는 빚이 되는 생활이 반복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강 씨는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도저히 희망을 찾을 수 없어 1988년부터 채소로 작물을 특화시키고 고품질로 승부를 걸었다.

그리곤 시장과 공판장에 직접 나가 조금이라도 비싼 값에 팔고 남는 것만 도매상에 넘겼다.

그는 "채소를 밭떼기로 팔면 1년에 두세 차례 목돈을 쥐지만 대부분 빚을 갚는데 다 써버린다"며 "시장으로 공판장으로 판매처를 하나둘씩 넓혀가니 차츰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된 강 씨는 다시 한번 자신의 농사를 업그레이드 시킨다.

1996년 친환경농법을 통해 품질을 차별화시킨 작물을 온ㆍ오프라인으로 판매하며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기 시작했다.

강 씨는 "10년전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채소를 팔고 있는 모습을 본 농협직원이 나를 참 한심한 사람으로 봤다"며 "그러나 지금은 그 선택이 옳았고 빨랐다는 것을 누구나 다 인정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철저한 유기농으로 재배한 고추와 배추를 자신이 운영하는 가공공장에서 제품화시켜 인터넷 판매까지 '1인 3역'을 하는 동안 그는 어느덧 억대 부농의 대열에 올랐다.

강 씨는 "소농은 작물종류나 재배면적을 크게 늘릴 수는 없지만 혼자 생산과 유통.판매를 모두 맞춤형으로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며 "소ㆍ도매상에게 갔던 중간마진도 모두 내 것이 되니 소득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령인구가 많기는 하지만 소규모 가족농 중심인 우리 농촌도 교육과 투자를 통해 조금만 더 지원을 하고 관심을 가져주면 빚을 털고 일어나 부농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 씨는 그래서 농업 규모화나 단지화 사업을 펴고 있는 정부의 정책에는 부정적이다.

그는 "우리 농가는 대부분 소농이어서 단지나 법인으로 묶을 경우 통솔하기가 쉽지 않다"며 "농가마다 농법도 제각각인데다 관행.친환경농법이 혼재할 경우 농산물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강 씨는 "농업이 대형화될 경우 비료.농약 사용이 불가피해지고 상품경쟁력도 낮아진다"며 "유기농을 실천할 수 있는 소규모 가족농이 우리 농촌에 적합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가족농이냐 기업농(농업경영체)이냐
강씨의 성공사례에서 보듯 가족단위의 소규모 농사를 통해서도 전국적으로 억대 농가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개방 시대를 맞아 우리 농촌을 규모화시키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있다.

국내 농가는 2009년말 기준으로 124만5천가구, 농업인구는 327만4천여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8%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농가 대부분은 소농과 가족농으로 소유농지 규모가 평균 1ha 안팎에 불과하다.

최근 친환경농법이 크게 보급되고 있지만, 이들은 여전히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는 관행농법에 의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산지가 많은 지리적 여건을 봐도 당분간 소규모 가족농 방식의 농업체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들 소농이나 가족농으로는 거대 농산물 수출국과 맞설 수 없다고 보고 '농업경영체' 등을 통해 덩치를 키우는 정책을 펴왔다.

김대중 정부 시절 소규모 가족농을 지원하는 정책을 일부 펴기도 했으나 주된 기조는 역시 농업의 규모화였다.

현 정부에서도 뉴질랜드나 네덜란드와 같은 규모화와 첨단화 등을 선호하고 있고 규모화를 위해 생산자 조직을 키우고 외국인 자본을 포함해 민간자본을 농업에 유치한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3ha이상 쌀농사를 짓는 농가비중이 1995년에는 전체 쌀농가의 2.8%에 그쳤으나 2008년에는 5.7%까지 늘어났다. 또한, 이들이 전체 쌀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8%에서 36%까지 커져 쌀농사의 규모화는 이미 진행 중인 셈이다.

조재호 농림수산식품부 농업정책과장은 "우리 농업은 90%가 관행농법을 하고 있으며 이들이 수입농산물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들을 농업경영체 등으로 조직.규모화를 하지 않으면 품질향상이나 가격경쟁력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들은 "아무리 규모화되더라도 거대 다국적 농업법인과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유기농 강국인 쿠바처럼 소농 중심의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체질을 탈바꿈시키는 것이 우리 현실에 훨씬 적절하고 경쟁력도 갖출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49%밖에 안되는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도 단위면적당 생산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농업 규모화보다는 소규모 가족농이 유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유원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 위원장은 "지리적 여건상 규모화할 수 있는 국내 농지는 평지 외에는 거의 없어 실제 규모화가 가능한 농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며 "소규모 가족농을 해체하려고만 하지 말고 이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주는 정부의 노력이 아쉽다"고 말했다.

betty@yna.co.kr
Posted by 행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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