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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0.03.10 저가항공시대
  3. 2010.03.09 용감한 승무원
  4. 2010.03.09 격 높아진 한국기업

언제 어디서나 강의실이 내 손 안에 [중앙일보]

IT 교육혁명 실험장 … 울산과학기술대 ‘스마트폰 캠퍼스’ 가보니

8일 오전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의 ‘실무전산(Practical IT)’ 강의실. 나노생명화학공학부의 남덕우(37) 교수는 새 학기 첫 강의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무용 프로그램 ‘엑셀’ 소개로 시작했다. 70여 분의 강의를 마치면서 그는 이색적인 숙제를 냈다. 다음주 월요일 두 번째 수업부터 온라인으로 예습해 오라는 주문. 온라인 학습 프로그램인 ‘마이 IT 랩(My IT Lab)’에 들어가 배울 내용을 미리 공부해 연습문제까지 풀어오라는 것이었다. 강의실을 나온 학생들은 실습실로 이동했다. 여기선 ‘에이아이(AI)’라고 불리는 서윤영(28) 조교가 ‘마이 IT 랩’ 활용법을 상세히 알려줬다.

국내 첫 법인대학으로 지난해 출범한 울산과기대의 ‘정보기술(IT) 교육혁명’ 실험 현장이다. 1500명 가까운 교직원과 학생 전원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하는 국내 첫 ‘스마트폰 캠퍼스’ 사업도 연내 시작한다 .

울산과학기술대학교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아이폰으로 동영상 강의를 시청하고 있다(사진 위). 울산과기대의 학습관리시스템 ‘블랙보드’. 학생들은 블랙보드를 통해 강의 일정과 관련 자료를 조회하고, 과제 제출, 시험 응시도 가능하다.
◆인터넷 예습=‘실무전산’은 이 대학이 지난 학기부터 시작한 시범 ‘리디자인(redesign,재설계)’ 첫 과목이다. 이어 지난달에는 수학·화학·물리 등 12개 기초과목을, 이달부터는 7개 인문학 과목을 재설계하고 있다.

재설계는 정보기술(IT)을 교육에 적용하는 작업이다. 수업의 일부를 인터넷 강의 등으로 대체하는 것뿐 아니라 가르치고 배우는 방식을 확 뜯어고친 것이다. 가령 학생들의 기초적인 질문은 교수나 석·박사급 조교가 아니라 학생지도를 전담하는 AI라는 조교가 대답해 준다.

우선 학생은 강의실에 들어오기 전에 인터넷으로 관련 교재를 읽고 그와 관련한 문제를 풀어야 한다. 교수는 학생 개개인이 그 교재를 언제, 얼마나 읽고 문제를 풀었는지, 몇 개나 틀렸는지를 수업 전에 온라인상에서 점검한다. 실제 강의실에선 단순 사실 전달을 넘어선 심화학습을 한다. ‘교수는 말하고, 학생은 듣는’ 전통적 수업 방식과 다르다. 미리 공부를 많이 하고 가서 이해가 빠르기 때문에 수업의 절대시간이 줄어든다.

‘실무전산’의 경우 일주일에 두 번이던 강의시간을 한 번으로 줄일 수 있었다. 100명 넘게 듣는 대형 강의지만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 재수강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수강생 정용진(19·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씨는 “전산실무에 문외한이었지만 예습과 강의·실습을 반복하면서 한 학기 만에 자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강의 품질 높아져=울산과기대는 이런 수업 방식을 내년 말까지 대부분 교과목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교수는 강의 부담이 줄고 ▶학생은 질 높은 강의를 듣고 ▶학교는 학사비용을 줄이는 1석3조의 효과를 기대한다.

임진혁(58· 경영정보학) 학술정보처장은 “기존 틀로는 늘어나는 인건비 등으로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을 피할 도리가 없다. IT를 활용해 강의 등 대학 운영을 효율적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과 교수·직원 전원에게 애플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나눠주기로 한 것이 혁신의 큰 축이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해 동영상 강의나 관련 교재를 공부할 수 있게 한다는 것. 교수·교직원·학생 간의 소통도 편해진다. 아이폰에서 구동되는 학습관리시스템(LMS) ‘블랙보드’를 통하면 된다. 미국 대학의 60% 이상이 쓴다는 블랙보드는 학생들의 예습 여부를 교수가 이동 중에도 체크할 수 있다. 또 강의 자료를 수시로 올려놓거나 내려받기에 편하다. 예일·MIT·스탠퍼드 등 유명 대학의 강의를 무료로 보는 애플 ‘아이튠즈U’ 콘텐트도 활용할 수 있다.

울산과기대는 이를 위해 11일 KT와 FMC(유·무선통합 통신망) 구축에 관한 협정을 체결한다. 캠퍼스 안에서 무료로 인터넷 접속과 음성통화를 하는 ‘U(유비쿼터스) 캠퍼스’가 실현되는 것이다.

◆울산과기대의 실험=1학년 750명, 2학년 500명 등 학생은 1250명, 교수·교직원은 200여 명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울산시·울주군)가 재정을 지원하지만, 법인대학이라 학교 운영은 정부가 아닌 이사회가 하게 돼 있다. 강의는 영어로 진행된다. 학생 전원이 장학금을 받으며 기숙사에서 지낸다. 현재 1, 2학년은 전국 고교 성적 상위 3% 이내 학생들로 채워졌다. 전공 이외에 인문·경영학 과목이 필수로 돼 있다.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태봉산 자락에 있는 이 대학 캠퍼스는 울산 시내에서 20분 정도 차를 타고 들어가는 외딴 곳이다. 하지만 캠퍼스는 활기차 보였다. 신경진(19· 나노생명화학공학부)씨는 “아이폰이 있으면 PC 앞에 앉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강의를 들을 수 있어 매우 편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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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항공시대

생활건강 2010. 3. 10. 11:33

제주행 고객 절반이 저가항공 이용 [중앙일보]

운임 20% 싸고 안전 신뢰 쌓여
일본·동남아 국제선도 안착

국내 저가항공사(LCC)들의 비상(飛上)이 새해 들어 하늘을 찌를 듯하다. 기존 대형항공사에 비해 기내 서비스는 약하지만 낮은 가격으로 실속파 여행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국내선 중 대표적인 김포∼제주 노선에서 올 들어 저가항공사의 수송 점유율은 50%에 육박하고 있다. 국제선에서도 취항이 늘면서 지난해까지 1%에 불과했던 점유율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진에어 정홍근 상무는 “저가항공사의 서비스 및 안전에 대한 이해와 신뢰가 시장에 안착됐다고 본다”며 “국내선뿐만 아니라 국제선에서도 이런 추이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1~2월 김포∼제주 노선에서 저가항공사들의 수송 점유율은 46.9%를 기록해 ‘점유율 50%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김포∼제주 노선 점유율은 대한항공 31.8%, 아시아나항공 21.4%, 진에어 16.6%, 이스타항공 15.7%, 제주항공 14.6%로 나타났다. 저가항공사는 해당 노선에서 지난해 2분기 처음으로 점유율 30%를 돌파했고, 4분기에는 39.5%를 기록했다. 올 들어 다시 7%포인트 이상 점유율이 올라간 것이다.

좌석을 얼마나 채우느냐를 따지는 탑승률도 높다. 지난해 김포∼제주 노선의 경우 연평균 탑승률이 75.3%로 대형항공사의 탑승률 76.7%와 비슷한 수준이다. 제주항공 양성진 상무는 “제주항공이 2006년 6월 취항할 당시만 하더라도 저가항공이 과연 국내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으나 이제 이런 의구심은 사라졌다”며 “단거리 국제선의 경우도 성공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근거리 국제선 대거 취항=에어부산은 이달 29일 첫 국제선인 부산∼후쿠오카 노선에 취항하고, 다음 달 26일에는 부산∼오사카 노선도 운항한다. 지난해 3월 제주항공이 저가항공사로는 처음으로 국제선에 취항한 뒤 저가항공사들이 잇따라 국제선에 항공기를 띄우고 있다. 제주항공은 다섯 번째 국제선인 김포∼나고야 노선에 이달 29일 취항한다. 지난해 12월 인천∼방콕 노선에 취항한 진에어도 다음달 인천∼괌 노선을 준비 중이다. 정기편 이외에도 부산∼세부, 청주∼푸껫, 제주∼돗토리 등 지방공항을 이용한 다양한 부정기편도 운항했거나 운항을 계획하고 있다.

에어부산 조중석 상무는 “후쿠오카·오사카뿐만 아니라 일본 노선을 집중적으로 노리고 있다”며 “하반기 상황을 봐서 중국·동남아 노선 취항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싼 가격’이 바로 서비스=저가항공사의 운임은 대형항공사의 50~80% 수준에서 책정된다. 예를 들어 3월 이내에 출발하고, 체류기간 15일 이내로 인천∼방콕 비행기표를 산다고 가정하자. 대한항공을 탈 경우 68만9000원(부가가치세 및 유류할증료 불포함)을 내야 한다.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의 경우 37만원이다.

저가항공사들은 기내 서비스를 단순화해 가격을 낮췄다. 예를 들어 대형항공사의 국제선을 타고 갈 경우 밥과 육류가 포함된 기내식과 함께 와인·맥주 같은 주류와 다양한 음료수를 준다. 하지만 저가항공사의 기내식은 삼각김밥이나 빵뿐이다. 음료수도 커피나 주스 정도다. 개인용 오디오비디오시스템(AVOD)도 없다. 국토해양부 이윤상 항공산업과장은 “국내 저가항공사가 국내선과 국제선 노선에 취항해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며 “서비스에서도 앞으로 업체 간에 차별화 시도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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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승무원

생활건강 2010. 3. 9. 22:25

美여객기 테러범 제압에 한인 승무원 일조 [연합]

2010.03.09 15:02 입력 / 2010.03.09 16:12 수정

조승현씨 오바마 대통령 친서도 받아

지난해 성탄절, 미국 디트로이트 공항 상공에서 발생했던 여객기 폭탄테러기도 사건시 범인을 제압하고 기내 화제를 수습한 노스웨스턴항공 승무원이 시카고 출신 한인 조승현(40)씨로 밝혀져 화제가 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친서를 통해 "확고부동한 신념으로 승객의 고귀한 생명을 구하고 미국을 지킨 조씨의 헌신과 용기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고 전했다. 사진은 조승현 씨.(연합뉴스)
지난해 성탄절 아침 미국 디트로이트 공항 상공에서 발생한 노스웨스트항공 소속 여객기 폭탄테러기도 사건 당시 범인을 제압하고 기내 화재를 수습한 승무원이 시카고 출신 한인 리처드 조(40.한국명 조승현) 씨로 밝혀져 동포사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런 사실은 8일(현지시간) 조씨의 가족들에 의해 알려졌다.

부모를 따라 7세 때 미국에 이민 온 조씨는 시카고 북서부 교외의 샴버그 고교를 졸업했으며 아이오와주립대학에서 정치학과 사회학을 전공한 뒤 노스웨스턴항공 승무원으로 일해왔다.

조씨의 아버지 조희장(70)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조씨가 지난달 5일 그의 "영웅적 행동"에 감사의 뜻을 나타내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받았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친서에서 "대통령으로서 가장 중요한 책임은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라면서 "확고부동한 신념으로 승객의 고귀한 생명을 구하고 미국을 지킨 조씨의 영웅적인 행동을 미국은 영원히 기억할 것이며, 그 헌신과 용기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 편지는 노스웨스트 항공을 합병한 델타항공의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애틀랜타 본부로 조씨를 초청한 자리에서 전달됐다.

지난해 성탄절 아침 나이지리아를 출발해 디트로이트 공항에 착륙할 예정이던 노스웨스트항공 253편 여객기에서 알카에다 조직원 우마르 파루크 압둘무탈라브가 폭탄테러를 기도하다 미수에 그쳐 미국인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당시 네덜란드 출신 영화감독 오던 야스퍼 슈링거가 폭죽터지는 것 같은 소리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고 달려가 범인을 제압, 테러를 방지함으로써 화제의 인물이 된 바 있다.

승무원 조씨는 슈링거와 함께 범인을 제압한 뒤 폭발물을 감싸고 있던 담요에 옮겨붙은 불을 기내 소화기 4대를 이용해 신속하고 침착하게 수습함으로써 비행 중이던 여객기 안의 큰 화재로 번지는 것을 막고 승객 278명의 생명을 안전하게 지켜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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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재 몰려 삼성·SK·LG ‘행복한 고민’

2010.03.09 16:26 입력 / 2010.03.09 17:46 수정

격(格) 높아진 한국 기업, 세계 경영모델 새로 쓴다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미국은 물론 유럽 쪽에서도 워낙 좋은 인재들이 몰려 깜짝 놀랐다. 전기전자·전산·기계·재료·경영학 석사(MBA)를 망라해 각 분야 최고 엘리트들이 대거 지원했다.”(삼성전자 관계자)

미국의 HP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전자회사(매출 기준)로 등극한 삼성전자는 요즘 위상을 실감한다.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공채 결과가 좋은 예다. 소리·소문 없었지만 성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회사 관계자는 “인사전략상 비밀이어서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선발 인원은 세 자릿수”라고 말했다. 대략 200∼3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례가 없는 대규모다. 불과 3, 4년 전만 해도 해외에서 쓸 만한 재목을 찾는 데 적잖게 애를 먹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사실 삼성은 10년 전부터 글로벌 인재 영입에 목을 맸다. 이건희 전 회장이 천재급 인재 영입론을 꺼내든 이후부터다. 틈날 때마다 사장단이 직접 해외를 돌며 채용 로드쇼를 펼쳤다. 그때마다 데려온 입사자는 한국계 동포나 국내파 유학생 일색이었다. 외국에서 어렵사리 영입한 S(수퍼)급, A급, H(하이 포텐셜)급 인재가 있긴 했지만 제 발로 찾아왔다기보다는 파격적인 대우를 약속하고 모셔온 경우였다. 그러나 이젠 알아서 인재가 몰려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번을 시작으로 현재 800여 명인 국내 본사 근무 외국인 임직원 수를 20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에 발맞춰 ‘글로벌 헬프 센터’를 크게 키우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이 조직은 다국적 도우미들을 배치해 한국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임직원들의 국내 정착을 돕는 사내 지원 창구다.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 기업의 격(格)이 확 달라지고 있다. 각 나라 최고 인재들이 국내 기업에 몰려들고 있다. 경영학 부문의 세계적 석학들은 ‘Korea Co.’의 원형질 분석에 속속 나서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관심’의 단계를 넘어서 이제는 ‘선망’의 대상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되레 기회로 반전시켜 독보적인 경영 성과를 내는 덕분이다.

한국 기업들이 좀 더 분발하면 글로벌 경영의 길라잡이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1970∼80년대 세계 시장을 주름잡았던 ‘주식회사 일본’→ 90년대 정보기술(IT)·혁신(Innovation)을 주도한 미국 기업의 바통을 이어 벤치마킹 모델이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에 대한 바깥쪽 시각이 교정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2008년 말 지구촌을 덮친 금융위기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승현 연구원은 “97년 외환위기에 이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 속에서도 위험을 기회로 반전시켜 탁월한 성적을 거둔 국내 기업들이 불확실성이 커지는 요즘 더욱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국내 기업들은 어리둥절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전무는 “불과 2∼3년만 해도 글로벌 선두 기업 벤치마킹에 매달려온 우리 기업들로서는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구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에서 인생 승부 건다
2005년부터 해마다 중국에서 대졸 사원을 공채로 뽑는 SK그룹은 지난 연말에도 한바탕 몸살을 앓았다. 베이징대·칭화대 출신 등 중국 전역에서 엘리트들이 대거 몰려들어서다. 100여 명을 뽑는 중국 지역 공채는 평균 경쟁률만 300 대 1에 달한다. 2008년 SK텔레콤에 입사한 쉬옌슈(26·여·글로벌 사업팀)는 그래서 스스로를 ‘행운아’라고 말한다. 베이징대(국제정치학) 출신인 그는 “평소 SK가 후원하는 장웬방(중국판 장학퀴즈) 덕분에 현지에서도 SK는 선망의 직장”이라며 “중국 친구들도 나의 입사를 매우 부러워하고 있으며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LG전자도 상황은 비슷하다. 해외 법인 등을 통해 글로벌 인재들의 구직 문의가 밀려들고 있다.

특히 올해 1월 정례 인사에서 해외 주요 5개 판매법인장(북미·캐나다·프랑스·베네룩스·스웨덴) 자리에 해당 지역 출신 간부들을 대거 발탁했다는 소식이 현지 언론에 대서 특필되면서 지원 열풍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LG전자 해외 법인장들은 해당 권역의 판매·마케팅을 책임지는 ‘지역 사령관’들이다. 그간 LG전자는 이런 중책을 한국 본사 출신에게만 맡겼다. LG전자는 해외 10여 개 법인에서 현지인을 최고운용책임자(COO)로 뽑아 제2, 제3의 법인장 후보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LG전자 남용 부회장은 “각 지역의 인재들이 선망하는 회사가 되고, 영입한 이들이 큰 성과를 내면 자연스럽게 브랜드와 회사 가치가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번에 뽑힌 외국인 현지 법인장들은 해당 지역 법인에서 잔뼈가 굵은 조직 운용 전문가나 판매통이며 내부적으로는 ‘톱팀(Top Team)’으로 특별 관리한다”고 덧붙였다. 유럽지역본부 프랑스법인장으로 발탁된 에릭 서데즈(54) 상무의 경우 LG전자 현지 법인에 합류한 2003년 이래 프랑스 내 판매 거점 확충에 전력을 기울여온 점을 높이 샀다.

한국 주요 기업의 ‘어메이징 스토리’는 전 세계 언론의 단골 메뉴가 된 지 오래다. 요즘엔 한발 더 나아가 한국형 경영 모델이 학문적 연구 대상으로 본격 다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애리조나주의 유명 경영대학원(MBA)인 선더버드스쿨의 캐너 라마스와미 교수는 ‘SKMS(SK Management System)’를 분석한 뒤 극찬했다. SKMS는 SK그룹이 20여 년간 구축해온 경영전략이다.

SK 권오용 부사장은 “라마스와미 교수는 SKMS를 통해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열정과 에너지를 끌어내는 일이 기업의 지속 성장을 가능케 하는 최고 가치라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경영학계의 베스트셀러인 『Big Think』 저자인 번트 슈미트 컬럼비아대 교수는 3월 신학기부터 삼성전자를 강의한다. 액정화면을 앞뒤로 장착한 기발한 아이디어로 세계 시장에서 선풍을 일으킨 듀얼카메라 사례가 대상이다.

현대차는 좀 더 앞서 해외에서 경영학 교재로 채택된 케이스다. 2008년 10월 미국 스탠퍼드대 MBA는 필수 과목인 ‘국제경영’ 강좌에서 이 회사를 강의 주제로 채택했다. ‘현대차, 세계 자동차 시장 선도 기업 도약을 위한 품질 경영과 글로벌 경영 완성’이란 주제로 현대차의 글로벌 공략을 꼼꼼히 들여다봤다. 현대차 케이스를 과목으로 택한 이 대학 MBA 윌리엄 바넷 교수는 “현대차가 세계 어떤 카메이커들보다 글로벌 경영에 성공했다”며 “그 과정을 연구하고 현대차가 보완해야 할 전략이 뭔지를 살펴보자는 게 교과 채택의 주된 이유”라고 밝힌 바 있다. 남다른 위기 극복 능력과 막힘 없는 글로벌 경영. 최근 10년간 한국 대표 기업들을 단시일 내 글로벌 강자로 끌어올린 키워드다. 특히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볼륨존(신흥국·중간 소득층)’ 개척에 탁월하다는 평가다. 스피드 경영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식 오너 리더십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소유와 책임 경영을 하나로 묶은 경영 체제다. 10년 이상 아시아 지역 경제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약 중인 마이클 슈먼(TIME 아시아 특파원)기자는 이에 동조한다. 그는 최근 발간한 자신의 책 『기적(Miracles)』에서 “아시아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도약한 곳이 한국(기업)”이라며 이 중 현대차를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았다. 정주영-정몽구 회장으로 대를 이은, 뚝심의 오너십이 현대차를 변방의 삼류 양산차 업체에서 글로벌 카 메이저로 탈바꿈시켰다고 평가했다.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은 오너 책임 경영의 장점을 ‘비전 경영’이라고 압축했다. 조 회장은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한항공이 (글로벌 금융위기 등) 악조건에서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은 5∼10년 이상을 내다보는 장기 비전을 갖고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반면 외국계, 특히 미국 항공사들은 월스트리트(자본과 주주) 눈치를 보느라 단기 성과에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 기업의 ‘내공’은 아직 여기까지다.

진정한 글로벌 리딩 기업 반열에 오르기엔 여전히 뭔가 부족하다. 무엇보다 세상을 뒤집어놓을 만한, 획기적인 신제품·신기술·신사업을 내놔본 경험이 거의 없다. 멀게는 소니의 워크맨, 가깝게는 애플의 아이팟·아이폰 같은 이른바 와해성 기술이다. 국내 1등 기업인 삼성전자조차도 아직 추격자 본능을 떨쳐내지 못했다. LG경제연구원 김재문 연구위원은 “우리 기업이 자랑하는 스피드, 위기 관리는 솔직히 중국 등 후발주자들이 금세 베낄 수 있는 범용 경쟁력”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결국 시장 개척 능력에서 하루빨리 스스로 시장을 만들어내는 단계까지 오르는 게 한국 기업의 숙제”라고 덧붙였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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