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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09 일본에서 잘나가는 신한은행
  2. 2010.03.09 멋있는 한국여자
  3. 2010.03.09 뜨거운 침묵 1
  4. 2010.03.09 성공한 탈북여성

`2%의 마력` 신한뱅크재팬, 일본 `장롱예금`을 끌어내다 [중앙일보]

2010.03.09 18:56 입력 / 2010.03.09 18:58 수정

일본 은행들보다 3배 금리
정기예금 3조원 예치 대박

신한은행이 지난해 9월 일본에서 문을 연 현지은행 SBJ의 요코하마 지점. 8일 일본인 고객들이 지점으로 찾아와 연 1.4%의 예금에 가입하고 있다. [도쿄=김동호 기자]
8일 오전 10시 일본 요코하마(橫濱)시의 번화가 간나이(關內) 대로에 자리 잡은 신한뱅크재팬(SBJ) 요코하마 지점. 60대 후반의 일본인 부부가 들고 온 가방에서 현금 다발을 꺼내 상담 창구 위에 차례로 늘어놓았다. 이 지점에서 연 1.4%의 금리로 3년 만기 정기예금을 판매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목돈을 맡기러 온 것이다.

이들은 낯선 한국계 은행을 찾은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일본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고금리 때문에 왔다”며 “일부는 기존 (일본 시중은행의) 예금에서 찾고, 집에서 보관하던 현금을 몽땅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가 다녀간 이후 한 시간 동안 고객들은 꼬리를 물고 들어왔다. 문진규 지점장은 “하루 50~60명씩 몰려드는 고객의 대다수는 500만에서 1000만 엔의 뭉칫돈을 맡긴다”고 말했다. 일본 최초의 한국계 은행인 SBJ가 일본인에게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금리 2%의 힘=SBJ는 지난해 9월 14일 은행 설립 기념으로 도쿄·오사카(大阪)·후쿠오카(福岡) 3개 지점에서 연 2%짜리 5년 만기 정기예금을 내놓았다. 이들 점포에 연일 고객들이 장사진을 이뤄 파견사원 60명을 긴급 채용, 업무를 처리했다. 또 인터넷으로 예약을 받아 예금을 받기도 했다.

당초 1만7000계좌만 들어와도 성공이라고 봤지만, 연말까지 100여 일 만에 2만8000여 명이 몰려들었다. 수탁액은 2256억 엔(약 3조원)에 달했다.

SBJ는 “고객의 95%가량은 60세 전후의 일본인들”이라며 “마땅히 돈 굴릴 곳을 찾지 못해 집에서 보관 중이던 장롱 예금도 많이 들어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개인 금융자산이 1400조 엔에 이르는 일본에서는 초저금리 때문에 현금의 상당액을 집 안에 보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본에선 이를 ‘단스(<7BAA><7B25>) 예금’이라 한다. 사실상 ‘제로 금리’ 상태인 일본에서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0.6~0.8% 수준이다. 2%는 이에 비해 3배에 달한다.

◆채용도 100대 1 경쟁=SBJ에 고객이 몰려드는 데는 일본의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1000만 엔(약 1억2500만원)까지 보장되는 예금보호 제도의 힘이 컸다. 이는 SBJ가 일본에서 아시아계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은행 면허를 받은 덕분이다. 지점 형태로 진출했을 때와 달리 은행으로 진출하면 일본의 시중은행과 같은 수준의 대접을 받는다.

그만큼 SBJ는 은행 운영을 최대한 현지화하고 있다. 이미 3개월간 요코하마 등에 지점 3개를 신설한 데 이어 올해 중 3개를 더 열 계획이다. 133명에 이르는 직원도 옛 대장성 관료 출신의 사장(행장)을 포함해 일본인 직원이 70여 명에 달한다. SBJ 이윤용 부부장은 “1~3명씩 뽑는 채용 공고를 내면 한국어를 꽤 잘하는 사람들이 100명씩 지원한다”고 말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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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됐더니 일 싸들고 퇴근하는 횟수 더 늘었어요”

2010.03.09 14:08 입력 / 2010.03.09 14:08 수정

35세에 세계 2위 가전회사 한국법인 대표 된 정현주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어깨 넘은 긴 머리는 가지런히 묶었다. 단정한 차림새는 흡사 면접 보러 온 대학생 같다. 지난 2일 만난 일렉트로룩스코리아 정현주(35사진) 신임 대표다. 스웨덴에 본사를 둔 일렉트로룩스는 유럽 최대의 생활가전회사다. 미국 월풀에 이어 세계 2위다. 2008년 매출액은 159억 달러(약 18조원). 국내에서는 청소기와 커피메이커·토스터·블렌더·무선주전자 같은 소형 가전제품만 판매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냉장고와 세탁기가 주력 상품이다. 정 대표는 지난달 초 마케팅팀장에서 법인 대표로 승진했다. 2002년 법인이 출범할 때 합류한 지 8년 만이다. 외국계 기업은 승진이 빠른 편이지만 서른 다섯에 사장에 오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일렉트로룩스그룹 내에서도 파격적인 인사였다. 정 대표는 세계 70여 개 현지법인 대표 가운데 최연소 여성이다. 해외 유학파도 아닌, 순수 토종이라는 사실이 더욱 흥미롭다.

-서른 다섯에 이 자리를 예상했나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이때쯤은 다른 나라에서 일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글로벌 기업이다 보니 해외에서 근무할 기회가 종종 있는데, 그걸 희망했어요.”

-선임 배경은요.
“일렉트로룩스그룹은 공석이 생기면 인트라넷을 통해 공지하고 사내 지원자들의 신청을 받아요. 직원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든 공개인력시장(open labor market)이에요. 한국 대표 자리에 저, 그리고 미국에서 한 분이 지원했다고 해요. 본사 사장, 아시아·태평양 사장, 인사담당 사장 앞에서 면접을 봤어요.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장기적인 가능성을 가진 제가 회사 비전에 더 알맞다고 본 것
같습니다.”

-사장이 되고 연봉이 많이 뛰었나요.
“…(웃음). 성과에 따른 보너스 비중이 커졌어요. 일을 잘하면 보너스를 많이 받을 수 있는 거죠. 운전기사는 없지만 자동차는 나왔어요. e-메일과 전화량은 30~40% 늘었고, 일을 싸들고 퇴근하는 횟수는 더 많아졌습니다.”

-나이 많은 직원과 일하는 게 버겁지 않나요.
“처음에는 일하며 부딪히는 경우도 많았지만 차츰 상대방의 속도를 이해하고 맞춰주는 걸 배우게 됐어요. 젊은 직장 여성들이 흔히 저지르는 오류가 지나치게 결과 지향적이 되는 거예요. 남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강하게 밀어붙이면 상대방이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부드럽지만 무르지 않은 리더십을 가지려고 해요.”

-성공 비결이 뭐라고 생각해요.
“묵묵히 열심히 일한 거요. 야심이 없진 않지만 그걸 드러내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봐준 것 같아요.”
일렉트로룩스코리아는 주력 제품인 청소기를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8년 만에 시장점유율을 12%로 끌어올렸다. 외국 브랜드 중에서는 1위, 통틀어서는 삼성·LG에 이은 3위다. 지난해 한국법인 매출액은 300억원으로 청소기가 80%를 차지한다. 스웨덴 본사는 “삼성과 LG 같은 글로벌 가전업체의 본고장에서 선전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본사에서 한국 시장을 어떻게 보나요.
“한국 시장은 매우 중요한 곳이에요. 삼성·LG 같은 경쟁사의 홈그라운드이기도 하고, 소비자 수준이 높은 곳이어서 여기서 잘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어요. 더구나 단기간에 빠른 속도로 성장해 더욱 주목했어요. 전년 대비 성장률이 40~50%씩 나와 2005~2007년 3년간 본사에서 상도 받았어요.”

-청소기가 성공한 요인은 뭔가요.
“국내 브랜드들이 성능, 흡입력을 앞세울 때 글로벌 브랜드들은 여과 능력을 중시했어요. 여과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광고와 기사를 결합한 ‘애드버토리얼’을 통해 스토리로 풀어냈죠. 제품을 써 본 고객들의 체험담도 실었어요. 체험 후기는 화장품에서는 쓰였지만 생활가전 분야에서는 시도하지 않았던 마케팅 기법이었어요. 고급스러운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을 강조해 주부들이 갖고 싶어하는 ‘욕망 리스트’에 청소기를 올려놨죠.”

-좋은 상품이 주어진 거라면 수월했겠네요.
“외국에서 잘 팔린다고 한국에서도 무조건 잘되는 건 아니에요. 한국 시장의 특성을 파악해 들여올 종류와 사양을 결정합니다. 본사에는 없지만 한국 시장에 필요한 상품을 제안해 개발하기도 하고요. 소형 블렌더, 소형 주전자, 가습기는 한국의 요청으로 만들어졌어요. 한국 소비자들의 욕구를 신제품 개발에 반영하기도 해요.”

정 대표는 한영외고 일본어과와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학력 인플레’ 현상이 두드러지는 요즘 보기 드문 ‘학사 출신’이다. 94학번인 그가 졸업한 1999년 2월은 외환위기로 취업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을 때다. 그 전해에 기업들이 채용을 안 해 누적된 취업 재수생까지 더해져 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런데 그는 덜컥 은행 공채에 합격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을 왜 나왔습니까.
“당시 사람을 뽑는 기업이 몇 없어서 그냥 은행에 지원했는데 운 좋게 붙었어요. 그런데 막상 일을 해보니 적성에 안 맞았어요. 활동적인 일을 하고 싶었는데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게 힘들었어요. 무엇보다 유니폼을 입는 게 싫었고요. 당시엔 드러나지 않는 남녀 차별이 꽤 있었어요. 6개월 만에 그만뒀죠. ‘나인 투 식스(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 이상은 죽어도 못하겠더라고요.”

-‘나인 투 식스’만 잘해도 훌륭하지 않나요.
“해야할 일만 하면 발전이 없잖아요. 시키지 않은 일까지 찾아서 할 만큼 일이 재미있지 않았어요.”

-그 다음 직장은 어디였습니까.
“몇 달 놀다가 홍보대행사에 들어갔어요. 활동적인 일을 하고 싶었거든요. 회사 두 곳에서 3년간 일했습니다. 2002년 일렉트로룩스코리아가 출범할 때 마케팅 담당으로 자리를 옮겼어요.”

-요즘 취업 시장이 바늘구멍입니다. 구직자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직장 구하는 것보다 내가 진정 좋아하는 일이 뭔지를 찾는 게 우선이라고 봐요.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게 성공의 열쇠예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설사 조금 늦더라도 반드시 성공해요. 남의 눈을 의식하지 마세요. 남들이 좋은 직장이라고 말하는 건 의미가 없어요. 일이 재미있으면 능동적으로, 맡겨진 것보다 훨씬 많이 하게 됩니다. 그러면 성공은 자연히 따라오죠. 잘 차려진 밥상만 기다릴 게 아니라 눈높이를 낮추더라도 경력을 쌓는 것도 중요해요. 시간을 좀 벌고 그 다음 단계를 생각해보세요.”

-영어는 어떻게 익혔나요.
“대학 4학년 때 8개월간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한 게 유일한 해외 경험이에요. 귀국 후 취업 준비를 하면서 영어 공부를 시작했어요. 교재를 통째로 외우고 아침저녁으로 영어 방송 듣고, 시간 날 때마다 중얼거렸어요. 회사에 다니면서는 업무상 영어를 쓰면서 저절로 공부가 됐죠.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회사이다 보니 경영학 교과서보다 생생한 마케팅 자료들을 접할 수 있었어요.”

-CEO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은.
“진정으로 열심을 다해 현재에 충실하세요. 시키는 일만 하지 않고 일을 찾아서 하는 게 열심이에요. 그러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고, 결과물은 나아지게 마련이죠. 해야 할 일을 하고 ‘열심히 했다’고 말하는 걸로는 부족해요.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는 노력을 하세요. 여성들은 디테일에 강하고 꼼꼼하지만 큰 그림을 그리고 사회 흐름을 보는 능력은 더 키워야 할 것 같아요.”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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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침묵

생활건강 2010. 3. 9. 14:21
“진정성 농익으면 저절로 말이 적어지죠”
이색 커뮤니케이션 책 『뜨거운 침묵』 낸 백지연씨
[중앙일보]2010.03.09 00:40 입력 / 2010.03.09 01:23 수정
백지연씨는 “누굴 만나도 그가 겪은 삶의 행간을 다 이해할 수 있게 빨리 늙고 싶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세상이 온통 소통이 안 된다고 난리인 이 시절에 말 잘하기로 이름난 그가 ‘침묵’을 들고 나왔다. 스물세 살에 TV 9시 뉴스 진행을 맡아 최연소·최장수 기록을 세우고는 1999년 국내 최초로 프리랜서 앵커로 나섰던 백지연(46·‘스피치코리아’ 대표)씨다.

그가 펴낸 네 번째 저서 『뜨거운 침묵』(중앙북스)은 여느 커뮤니케이션 책과 다르다. 말 잘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작게 제대로’ 말하는 힘을 이야기한다. 말하는 이가 진정성만 지니고 있다면 크게 소리치지 않아도 가장 큰 울림으로 사람들 가슴을 두드리게 되는 것, 그것이 ‘뜨거운 침묵’이다.

“동시대 역사를 함께 목격하면서 나처럼 지치고 피곤한 이들에게 동지애를 가지고 제가 깨달은 걸 전하고 싶었어요. 탁상 위에 올려놓고 같이 얘기하자는 마음이죠.”

앵커 시절부터 시작해 ‘백지연의 끝장토론’ ‘백지연의 피플 INSIDE’를 거치며 20년 넘게 그가 인터뷰한 한국 사회의 명사만 수천 명이다. 번지르르 혓바닥만 잘 굴리는 사람은 첫 마디에 그의 잣대에 걸렸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이, 속과 겉이 너무 다른 이가 많았다며 그는 웃었다.

“입으로는 소통과 대화를 말하면서 오히려 불통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저절로 침묵이란 단어를 떠올렸어요. 진실한 마음을 보여준 이만 만나도 기뻤지요, 드물었지만. 진정성이 농익으면 저절로 말이 적어지죠. 누군가 이런 얘기를 내게 미리 해준 사람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백씨는 ‘그렇다면 내가 쓰자’고 마음먹었다. 20대와 30대와 40대, 나이마다 그가 ‘최고의 커뮤니케이터’가 되기 위해 맨주먹 맨 무릎으로 치고받은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치열하게 앓았던 고통의 순간을 끄집어내며 많이 울었기에 이 책은 자서전의 그늘을 드리운 구석도 꽤 된다. 그 자신 ‘내가 나를 위해 뜨거운 침묵으로 찾아가는 여정의 기록’이라 표현했을 만큼.

“특히 마지막 장인 ‘뜨거운 나’의 한 대목 ‘내 안의 침묵’을 쓸 때는 몸의 진액을 짜내는 듯 힘겨워 남산을 한없이 바라보고, 커피를 몇 잔씩 거푸 마시며 한 단어 한 문장씩 가슴에 새기듯 썼어요. 고독의 시간, 침묵의 시간이 진정한 휴식과 성장의 시간이 되지 못하는 건 상처 탓이죠. 대부분 외로움이나 상처를 쪼개거나 깨뜨려버리는데 그럼 덧나기 십상이에요. 상처는 깨트리지 말고 녹여 버려야 합니다.”

그는 이 책이 나이·성별·직업에 상관없이 누구나 세상과, 또는 자기 삶과 대화하는데 지친 이들이 읽어서 숨통을 틀 수 있기를 진정으로 바라며 썼다고 했다. “많이 팔리기보다 많이 읽히기를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백씨는 2007년부터 ‘교육 기부’를 해왔다. 2009년 회사 수익금과 콘텐트 일체를 역시 나눔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기금으로 내놨다. 이 책의 저자 인세는 ‘그늘에 서 있는 아이들’을 위해 쓰인다. 그는 ‘아이들’을 강조했다. 어른은 굳이 지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늘에 서 있는’의 뜻을 물었더니 예를 들었다. “가뭄에 목마른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해 가능하면 많은 수의 우물 파주기.”

그는 출판사가 번역판권을 중국·일본·대만·태국 등지로 수출하는 계약을 추진하고 있어 지구촌 아이들을 더 널리 도울 수 있을 것이라며 기뻐했다. 영화 ‘위대한 침묵’에 사람들이 몰리는 걸 보면 그의 책『뜨거운 침묵』은 가히 ‘침묵의 시대’를 갈망하는 요즘 사람들의 희망을 읽은 듯싶다.

“인터뷰를 즐기고 앵커란 직업이 너무 좋다”는 그가 뜨거운 침묵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인터뷰어로 자주 우리 곁에 오기를. 

글=정재숙 선임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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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역경딛고 美국무부 상 받는 이애란박사 [연합]

`北주민도 나같은 행운 누릴 날 빨리 왔으면`

"북한을 탈출한 한 아기 엄마가 미국까지 와서 받게 된 이 상은 저 개인에게 주어진 상이 아니라 용기와 희망을 잃지 말고 살아가라고 북한 주민들에게 주어진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국무부가 수여하는 '용기있는 국제 여성상'(Award for International Women of Courage)을 받게 된 탈북여성 1호 박사인 이애란(46) 경인여대 식품영양조리학과 교수는 8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자신의 수상 소식을 무엇보다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97년 돌이 지나지 않은 갓난 아들, 부모와 함께 탈북, 국내에 정착해 갖은 역경을 이겨내고 박사학위를 받은데 이어 결국 국제적인 상을 받게 된 사실이 북한 주민들에게 전해지면 큰 희망과 용기를 불어 넣어줄 수 있다는 생각때문이다.

이 박사가 오는 10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으로부터 받게 되는 이 상은 국무부가 매년 세계 여성의 날(3월8일)를 전후해 여성 인권, 정의 실현에 공로가 큰 전세계 여성 지도자들을 뽑아 수상하는 상이다.

올해는 이 박사를 포함해 여성 인신매매, 여성 인권차별과 싸우거나 여성 지위향상을 위해 노력해온 아프가니스탄, 도미니카 공화국, 이란, 케냐, 스리랑카, 시리아, 짐바브웨 등의 여성 10명이 수상자로 결정됐다.

이 박사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세계가 앞으로 북한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북한의 인권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는데 보탬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이 상이 무척이나 영광스럽다"고 감회를 피력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도 10일 수상식에 참석해 이 박사를 만나 격려할 예정이다.

이 박사는 "오바마 여사나 클린턴 장관을 만나면 모두가 여성이고 자녀의 엄마들이기 때문에 북한의 아동문제, 탈북청소년 교육문제 등을 보다 진지하게 얘기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어려움을 딛고 식품영양학 박사학위를 취득, 북한 전통음식을 알리는데 힘쓰면서도 어려운 처지의 탈북여성의 자활을 돕고, 탈북 초.중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탈북자들의 사회정착에도 큰 역할을 해왔다.

이 같은 노력이 평가돼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의 추천으로 이번 수상자로 결정됐다.

그는 "탈북자 사회와 남쪽 사회를 연결시키는 일을 조금 했을 뿐인데, 여러분이 좋게 보신 것 같다"고 겸손해 하면서 "나 자신이 큰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나눠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한 아이의 엄마이자, 여성가장이고, 탈북자의 한 사람으로서 남쪽에서 자립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나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는 탈북자들이 많았다"며 "큰 뜻이라기보다는 주변의 동생, 친구, 이웃의 문제를 저 나름대로 해결하려고 노력했다"고 다른 탈북여성들을 돕게된 동기를 설명했다.

지난해 '1990년 전후 북한 주민의 식생활 양상 변화'를 주제로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 박사는 현재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원장으로 있으며 올해부터 경인여대에서 강의를 맡고 있다.

이화여대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할 기회를 갖는 등 탈북한 이후 행운만이 찾아온 것 같다는 이 박사는 앞으로도 해마다 늘고 있는 탈북자들의 사회정착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는 각오를 피력했다.

그는 "탈북자 출신 대학생들을 지원해 탈북자사회의 리더를 세우고, 탈북 여성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나의 전공을 살려서 북한 요리를 가르쳐 북한 요리 지도자로 양성해 일자리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남과 북이 오래 헤어져 살다보니 문화적 장벽이 너무 높기 때문에 남북의 문화적 차이를 좁히는 환경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며 '남과 북의 통일은 밥상에서부터'라는 생각으로 활동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식량난으로 남북 어린이들의 발육상태에 현저히 차이가 나고 있는 점을 안타까워하면서 이 박사는 "대북식량 지원은 어떤 상황에서라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다만 북한 주민들에게 가야 할 식량이 군사용으로 전용되지 못하도록 하는 대책도 세워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을 탈출한 이후 자신이 너무 많은 혜택을 누렸다며 "어려움을 겪는 북한 주민들에게 너무 미안하다"며 눈시울을 붉힌 이 박사는 "북한 주민들도 저와 같은 행운을 누릴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소원했다.

그는 탈북자들을 향해서도 "어렵더라도 북한을 떠날 때 그 마음을 잊지 말고 서로 포기하지 말고 도우면서 남한에 정착해야 한다"며 "안정적으로 정착해 살아가는게 결국 통일을 위한 위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용기를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 박사는 워싱턴 체류기간 의회를 방문, 몇몇 의원들과 만나 북한 인권, 탈북자 문제를 논의하고, 국제여성단체 주최 행사에 참석하고, 백악관에도 초청받아 참관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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