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을 만끽하는 좋은 여행법

                                        
           
 
5월은 걷기 좋은 계절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이달의 걷기여행길 10곳을 추려 소개했다. 사진은 내장산을 바라보며 걷는 정읍사오솔길.

5월은 걷기 좋은 계절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이달의 걷기여행길 10곳을 추려 소개했다. 사진은 내장산을 바라보며 걷는 정읍사오솔길.

계절을 만끽하는 가장 좋은 여행법은 걷기다. 짙어지는 녹음을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고 때로는 선조의 삶이 어린 길을 따라 걸으며 봄날의 추억을 만들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5월에 걷기 좋은 걷기여행길 10곳을 발표했다. 
서울 시내에서 걷기좋은길로 선정된 곳은 서울 송파구 한성백제왕도길이다. 백제 역사 700여 년 중에 500여 년의 수도였던 송파의 역사와 문화를 한꺼번에 체험할 수 있는 도보관광코스다. 천호역에서 시작해 풍납토성·몽촌토성·방이동고분군·석촌동고분군을 차례로 지나는 코스 길이는 11.4㎞에 이른다. 관람시간까지 포함해 5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하이라이트만 보고 싶다면 몽촌토성으로 곧장 가는 게 낫다. 몽촌토성 주변에 절정을 이루는 신록을 즐기기 그만이다.

5월, 걷고 싶다면 이곳을 기억하자
서울 몽촌토성·제주 절물자연휴양림 등 10곳 추천

신록을 즐기며 걷는 서울 한성백제왕도길

신록을 즐기며 걷는 서울 한성백제왕도길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에서는 파주의 심학산둘레길이 꼽혔다. 삼학산은 해발 200m가 채 되지 않는 낮은 산이지만 한강 하구지역에 있어 사방을 아우르는 전망을 즐길 수 있다. 특히 한강을 넘어 서해로 떨어지는 일몰 풍경이 빼어나다. 심학산둘레길은 길쭉한 능선이 동서로 뻗은 심학산 자락의 숲길을 이은 길로 가족이 함께 산책을 나서기 알맞다. 교하배수지에서 출발해 약천사·낙조전망대를 거치는 코스로 2시간30분이면 완주할 수 있다.
강원 홍천의 수타사산소길은 미세먼지에 지친 심신을 정화할 수 있는 길이다. 맑고 깊은 용담과 넓게 펼쳐진 귕소 등을 곁에 두고 걸을 수 있다. 여기에 천년 고찰 수타사 관광까지 곁들일 수 있다. 몇 년 전에 새롭게 놓인 출렁다리와 목교 등을 통해 더 풍성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길이다. 수타사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계곡길을 따라 용담·귕소·수타사생태숲을 차례로 들르고 다시 수타사로 되돌아오면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사시사철 걷기여행길로 사랑받는 대전 계족산 황톳길은 5월에도 추천길로 선정됐다. 계족산 일부 구간에 황토를 깔아 놓아 맨발로 흙의 촉감을 느끼며 걷기여행에 나설 수 있다. 놀이터까지 마련돼서 아이와 함께 온 가족들에게 제격인 길이다. 장동휴양림 관리사무소에서 출발하면 다목적광장·숲속음악회장·임도삼거리·계족산성 등을 따라 걸을 수 있다.  
맨발로 걷기 좋은 계족산황톳길.

맨발로 걷기 좋은 계족산황톳길.

충북 보은 오리숲길ㆍ세조길은 울창한 숲속을 거니는 길로 가족여행객에게 추천하는 길이다. 특히 세조길은 속리산 등산로이기는 하지만 오르막이 거의 없이 평탄하게 이어어진다. 오리숲길입구에서 법주사까지 닿을 수 있으며 오리숲을 빠져나오면 세조길 입구가 보인다. 편도 1시간 40분 만에 걸을 수 있다.
전라도에도 걷기 좋은 길이 있다. 전북 정읍의 내장산의 백제가요 정읍사오솔길 2코스다. 내장산을 등산하는 길이 아니라 내장호수를 따라 걸으며 내장산 풍경을 감상하면 된다. 1시간30분이면 충분하다. 대나무 테마공원으로 만들어진 죽녹원을 시작으로 영산강 제방 따라 긴 세월 자리한 관방제림, 그리고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까지 전남 담양의 3색 숲을 만나는 길 담양오방길 1코스 수목길도 여행객에게 인기많은 길이다. 담양의 대표 관광지를 걸어서 만날 수 있는 게 매력적이다.  
경북 경주 보문관광단지는 봄이 가장 아름다운 여행지다. 벚꽃이 물러가고 신록의 계절이 찾아왔다. 보문호를 따라 호젓하게 단장된 산책로가 이어져 어린자녀와 걷기에 그만이다. 호수 주변에 산책로 7㎞가 이어져 있는데 2시간 동안 풍경을 즐기면서 느리게 걷기 좋다.  
지리산을 끼고 있는 경남 함양에는 발길로 닿을 수 있는 절경이 곳곳에 숨어 있다. 농월정, 동호정, 군자정 외에도 수많은 정자가 자리하고 있는 화림동계곡은 함양에서도 백미로 꼽히는 길이다. 화림동 계곡은 조선시대에 과거보러 떠나는 영남 유생들이 덕유산 60령을 넘기 전 지나야 했던 길목으로 아름다운 정자와 시원한 너럭바위가 많아 예부터 팔담팔정이 있는 곳이다. 계곡 따라 이어진 길은 잘 정비되어 있어 어린아이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삼나무숲을 곁에 두고 걷는 제주 장생의숲길.

삼나무숲을 곁에 두고 걷는 제주 장생의숲길.

걷기여행길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제주에서도 장생의숲길이 5월에 걷기 좋은 길로 추천됐다. 울창한 삼나무 숲으로 이루어진 절물자연휴양림 안에 형성된 자연 그대로의 흙길로 숲길 따라 쉬엄쉬엄 걷기 좋다. 총 길이는 11.1㎞에 이르는데 긴 거리가 부담스럽다면 절물휴양림에서 산책로 일부만 이용할 수 있다. 어린이나 노약자할 것 없이 모두 걷기 편하다.
추천길로 선정된 길은 ‘걷기여행길 종합안내포털(http://www.koreatrails.or.kr/)’에서 자세한 여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글=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사진=한국관광공사



[출처: 중앙일보] 계절을 만끽하는 좋은 여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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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자연 속 휴식 찾아 '담양'으로 떠나는 봄 여행

봄바람에 실려 오는 '죽향'에 상춘객들의 마음 설레

투어코리아 | 오재랑 기자 | 입력 2017.04.27 16:09




[투어코리아] 따스한 봄 햇살을 맞으며 '대나무의 고장' 전남 담양으로 떠나보자. 대나무 숲에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 사각사각 들리는 댓잎소리, 그리고 봄바람에 실려 오는 대숲향기까지.


담양은 상춘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맑은 공기와 대나무 향기가 그득한 '죽녹원', 명숲 숲길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가사문학의 채취를 느낄 수 있는 '한국가사문학관', 조선 정원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는 '소쇄원', 아름드리 거목들의 천연기념물 숲길인 '관방제림' 등 담양은 빼어난 자연 메타세쿼이아길 경관과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해 관광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은은한 죽향 가득 '죽녹원'

죽녹원은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되는 등 담양 뿐만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발길을 옮길 때마다 맑은 공기와 은은한 죽향(竹香)으로 인해 몸은 물론 마음까지 맑아지는 청량감과 편안함을 동시에 제공하는 휴식 공간이다.


죽녹원에서 마시는 죽로차(竹露茶: 대나무 잎에 맺힌 이슬을 먹고 자란 차)는 깊고 은은한 댓잎 향이 입 안 가득 퍼지면서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해 준다.

▲ 죽녹원

죽녹원은 가사문학의 산실인 담양의 정자문화를 재현한 시가문화촌, 한옥 체험장, 추성창의기념관, 이이남 아트센터, 봉황루 전망대, 추월당 한옥카페 등이 함께 조성돼 쉼터 기능과 문화 예술적인 기능이 복합된 공간이기도 하다.


또 남도를 대표하는 축제인 '담양대나무축제'가 열리는 무대이기도 하며 일대에 조성된 죽순푸드빌리지, 국수거리를 포함하는 '담양음식테마거리'는 지역의 음식관광명소로서 방문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소쇄원'

소쇄원은 자연과 인공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 조선시대 별서정원의 백미로 꼽힌다. '소쇄'는 '맑고 깨끗하게 마음을 씻는다'는 뜻으로 소쇄원은 조선중기 소쇄처사 양산보가 조성한 대표적인 별서정원으로 1519년 기묘사화로 인해 스승인 정암 조광조가 세상을 떠나자 정치의 뜻을 버리고 자연 속에 숨어살며 조성한 민간정원. 제월당과 광풍각, 대봉대, 오곡문 등 건물이 계곡을 사이에 두고 배치되어 있다.

▲ 소쇄원

봄에는 소쇄원 내 산수유 꽃이 활짝 펴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이처럼 소쇄원은 입구에 펼쳐진 대나무 숲과 물, 나무, 꽃 등 자연풍경과 제월당, 광풍각이 함께 어우러져 한국 전통의 정원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아름다운 숲, '관방제림'

천연기념물 제366호인 관방제림은 300년 이상 된 느티나무, 푸조나무, 팽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약 2km에 걸쳐 거대한 풍치림을 이뤄 사계절 모든 계절의 변화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산책로와 휴식처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 관방제림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숲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며 가까운 죽녹원과 메타세쿼이아 길로 이어지는 환상의 워킹투어로, 근심과 걱정은 잠시 잊고 여유와 휴식 속에서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아름드리 큰 나무의 시원한 그늘 아래서 사랑하는 가족연인과 함께 거닐면 봄날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가사문학의 산실 한국가사문학관

담양은 한국 '가사문학의 산실'로도 불린다. 조선시대 가사문학이 크게 발전해 꽃을 피운 곳이 담양으로, 가사문학 관련 문화유산의 전승보전과 현대적 계승발전을 위해 담양군은 가사문학관을 지난 2000년 완공했다. 한국가사문학관은 전시실과 영상실을 갖춘 본관과 부속 건물인 자미정, 세심정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가사문학관은 송순의 면앙집과 정철의 송강집 등을 비롯해 영남의 규방가사, 기행가사, 유배가사 등의 원본 및 필사본이 전시돼 있어 학생들의 학습 장소로 제격이다.

▲ 한국가사문학관

담양의 대표 명소, 메타세쿼이아 길

죽녹원과 함께 담양의 대표 명소로, 한해 관광객 수십만 명이 다녀가는 산책길이다. '메타세쿼이아 길'은 담양군이 생태도시 정책을 추진하며 70년대 초반부터 조성한 산책로로, 기존 24번국도의 아스팔트 길을 걷어내고 순수한 흙길로 조성돼 자연속에서 여유로움와 휴식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메타세쿼이아 길'은 봄에는 연둣빛 새잎이 층층이 돋아난 옷으로 갈아입어, 산책하는 사람들에게 봄의 기운을 선사한다.


또 여름에는 짙은 초록색으로 싱그러움을 더하고, 가을에는 나무들이 붉게 물들어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겨울에는 화사한 눈꽃이 핀듯해 동화 속 나라에 온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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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식당' 그 섬..길리(Gili)에 없는 6가지

박재아의 섬타는 여자(2)한국일보     

| 한국일보 | 입력 2017.04.27 06:02 | 수정 2017.04.27 08:39       




먼저 tvN 프로그램 ‘윤식당'에 대한 돌직구 시청소감. 별 거 없는데 재미있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한다는 휴양지에서 유럽인을 상대로 한 식당이라니…. 거기에는 한국 직장인들의 로망이 담겨 있다.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하루를 열심히, 그러나 뻑뻑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 꾸는 일탈, 사치, 낭만으로 꾸린 식당이다. 거기에 자영업자의 고민과 희로애락까지 버무려 모든 세대의 공감을 얻고 있다.

길리 삼총사. 오른쪽 섬이 ‘윤식당’을 촬영한 길리 트라왕안이다.
길리 삼총사. 오른쪽 섬이 ‘윤식당’을 촬영한 길리 트라왕안이다.

촬영이 시작되기 딱 1주일 전 그곳에 다녀왔다. 롬복과 길리는 불과 한달 사이 한국인에게도 낯설지 않은 지명이다. 하지만 연예인 친인척이 '누구의 누나', '누구의 동생'으로 불리듯 롬복은 10년 이상 ‘발리 옆 섬’이었다. ‘윤식당’을 촬영한 길리 트리왕안(Gili Trawangan)은 바로 옆 길리 메노, 길리 아이르까지 묶어 ‘길리(Gili)’ 삼총사로 부른다. 트라왕안은 인도네시아어로 ‘터널’이라는 뜻이다. 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이 섬에 긴 터널을 뚫었기 때문이다. 3개 섬 중 가장 크고 인프라를 잘 갖췄지만 해발 30m, 길이 3㎞, 넓이 2㎞에 불과한 초미니 섬이다. 길리라는 이름도 롬복 사삭부족의 언어로 ‘작은 섬’이라는 뜻이다. 가장 최근(2012) 통계에 의하면 길리 아이르에 450가구, 메노에 172가구, 트라왕안에 361가구가 있고, 총 인구는 약 1,500명이다.

‘윤식당’ 시청자라면 짐작했겠지만, 에메랄드 빛깔 바다가 섬 전체를 둘러싸고 있고, 티셔츠 한 장만 걸쳐도 모델 같은 유럽 여행객들이 해변에 누워 선탠을 즐긴다. 작고 예쁜 카페, 바, 클럽, 레스토랑이 섬 주변을 따라 끝없이 이어져 있다. 윤식당도 그 중 하나였다. 굳이 비교를 해 보자면, 몰디브와 보라카이를 섞어놓은 듯한 분위기다. 낮에는 활기 넘치지만 시끄럽지 않은 서구식 휴양지, 밤에는 시쳇말로 지옥을 경험하게 되는 클럽과 바가 불야성을 이룬다.

길리 트라왕안의 다양한 모습.
길리 트라왕안의 다양한 모습.

갖출 것 다 갖춘 길리에도 없는 것이 있다. 물론 있다가 없어진 것도, 없다가 생긴 것도 있지만, 길리의 현재 6무(無)는 모터가 달린 차(오토바이), 개, 담수, 마약, 어부, 경찰이다.

1980년대부터 90년대까지 길리 트리왕안은 ‘파티 섬’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마약도 공공연히 허용되었다. 저렴한 마약 광고가 버젓이 걸려있기도 했다. 2000년에 길리 친환경 협동조합(Gili Eco Trust)이 생기면서 철저히 단속이 시작되었고, 대기와 해양환경을 저해하는 어떤 활동도 금지되었다. 특히 마약은 사형까지 언도할 수 있도록 강력하게 다스렸다.

협동조합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면서, 길리에는 공기를 오염시키는 자동차 대신 조랑말이 끄는 치모도가 운송수단이 되었다. 인구가 적고 형벌이 무거운데다, 협동조합이 워낙 감시를 철저히 한 덕에 마약사범이 사라지자 경찰도 더 이상 상근을 하지 않는 상태다.

‘물’이라는 뜻의 길리 아이르를 빼고는 담수가 없는 것도 특이하다. 담수를 따로 비치해 염분을 씻기도 하지만, 마시는 물 외에 기본적으로 길리에서는 해수를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개가 없는 것은 종교의 영향이다. 심지어 한 마리도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가 박해를 피해 동굴에 숨어 있을 때 개 한 마리가 짖어대 잡힐 뻔했다고 해서 이슬람권에서 개는 혐오의 대상으로 여긴다. 개가 집에 있으면 천사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믿으며, 그릇에 개의 침이 묻었을 경우 일곱 번 씻어내는 관습이 있을 정도다. 또 바닥에 코를 대며 돌아다닌다고 해서 무슬림은 개를 불결한 동물로 간주한다.

무함마드는 대신 고양이를 끔찍이 아꼈는데, 기도하던 중 그의 고양이였던 ‘무에자’가 옷자락 위에서 잠이 들자 깨우지 않고 옷자락을 잘라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개를 멀리하고 고양이를 신성시하는 관습은 브루나이를 비롯한 대부분의 무슬림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특징이기도 하다. 한때는 길리 섬에 고양이가 너무나 많아 ‘고양이 섬’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여담이지만, 인도네시아에서 인스턴트 메신저 카카오톡 (Kakao Talk)이 거의 참패한 반면, 라인(LINE)이 성공을 거둔 이유는 카카오톡의 이모티콘에 개(프로도)가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길리는 원래 울창한 삼림과 사슴만이 살던 곳이었는데 술라웨시(필리핀 아래에 위치한 섬으로 인도네시아 대(大)순다 열도의 4개 중 하나다)에 살던 어부와 농부들이 처음으로 정착했다고 한다. 물론 환경보호를 이유로 고기를 잡는 것이 금지돼 어부들도 점점 사라졌다.

여행 Tip : 현지에서 전통 술 구입 조심하세요

길리에서 마약은 금지되었지만, 술에 메탄올을 섞거나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물질을 넣기도 해 검증되지 않는 현지 술은 주의하는 것이 좋다. 인도네시아 맥주 ‘빈땅’이 워낙 저렴하고 맛도 좋아 현지 술을 굳이 마실 이유는 없겠지만, 도수 높은 술을 찾는다면 ‘아락 arak’이라는 술을 구할 수 있다. 아락은 쌀 또는 야자 수액으로 만드는 발리 전통주로, 인류 최초의 증류주라고 불리는 술이다.

아랍인들이 앞선 화학적 지식에 힘입어 증류 기술을 가장 먼저 습득했고, 그들이 만든 새로운 술을 ‘농축’이라는 뜻의 아랍어 아락(Arak)이라 불렀다고 한다. 지난해 발리에서 아락을 마셔봤는데, 휘발유 같은 냄새가 나서 한 모금 마시다가 말았다. ‘짝퉁 술’ 이야기를 이미 알고 있었던 지라 더 조심스러웠다. 비전문가들이 제조하는 품질이 열악한 아락은 종종 독극물이 되기도 하니 반드시 정품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박재아 여행큐레이터 facebook.com/daisyparkkoreaㆍ사진제공 인도네시아 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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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염

2월 2일 아침 속이 안 좋다. 속이 더부룩하며 이상한 기운이 감지됐다. 뭔가 잘못돼 가고 있는 느낌이 점점 확실해질 때쯤 나는 친구와 택시를 타고 나야폴로 이동했다. 하루나 이틀 몸이 좋아지고 나서 출발했어야 했는데 미련하게 간 것이 화근이었다.

택시에선 좀처럼 식은땀이 줄어들지 않았고 나야폴엔 지친 상태로 도착했다. 나야폴에선 지프를 타고 힐레까지 가야 하는데 두려워진다. 속은 이제 메스꺼워지고 이전보다 식은 땀은 더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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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내려갈까, 며칠 있다가 다시 올까.' 

혼자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힐레까지 지프로 이동했다. 친구에게 나는 뒤따라 갈테니 먼저 올라가라고 했다.

힐레부터 울레리로 가는 구간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돌계단이다. 넉넉히 시간을 잡아도 4시간이면 닿을 이곳을 나는 6시간을 넘게 걸었다. 정말 기어 올라간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경사가 심한 곳이면 두 손 두발을 사용했으니까.

울레리에 도착했을 땐 온몸은 비를 맞은 듯 젖어 있었고 롯지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몇 번의 속을 비워냈다. 몸은 탈진해 있었고 움직일 힘조차 나지 않았다. 한국에서 챙겨온 장염 약을 먹고 침대에 쓰러졌다.

몇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대답할 힘도 없는데 롯지 주인이 문밖에서 말한다. 저녁 먹어야 한다고.

'수프.'

이 말 한 마디만 남겼다. 식당으로 내려갔을 땐 테이블엔 수프가 있었다. 한 입 먹었지만 그 이상 먹을 수가 없었고 주인에게 음식을 남겨 미안하다고 전했다. 새벽까지 수시로 화장실을 들낙거리며 잠도 잘 수 없었던 ABC 첫째날은 악몽의 날이었다.

잊을 수 없는 날이 된 셈이다. 이튿날이 됐을땐 내려갈까 또 다시 망설였다. 내려가기도 올라가기도 힘든 지금 상황이 힘겨웠다. 사실 하루 더 쉬고 결정했으면 될 것을 나는 오기를 부렸고 집착했다.

'고레파니까지만. 상황이 더 악화되면 하산 하기로.'

몸은 가벼웠지만 발이 무겁다. 정오가 될 무렵 고레파니에 도착했다.

 고레파니 마을 입구
 고레파니 마을 입구
ⓒ 정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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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인지 다행인지 상태는 나아졌다. 그럼에도 화장실은 수시로 이용했다. 롯지가 아닌 가정집에도 들어갈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첫날 함께 움직였던 친구는 울레리 윗 마을에서 잠시 만났는데 엄청 걱정했다고. 사고가 났는지 아니면 내려갔는지 연락도 되지 않아 늦은 밤까지 나를 기다렸다고 했다.

만나는 트레커들마다 한국인 남자를 보지 못했냐며 물어보며 걱정했던 지난밤을 얘기했고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친구를 먼저 보낸 그 이후로 다시 볼 수 없었다.

# 푼힐 전망대 3193M

고레파니에서도 식사는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몸은 좋아졌지만 먹지를 못했다. 하루 종일 침대에서 쉬고 또 쉬고 휴식을 반복했다. 약 효과가 있었는지 다음날 새벽엔 푼힐 전망대에 오를 수도 있었다.

푼힐전망대 푼힐전망대에서 바라본 안나푸르나 사우스
▲ 푼힐전망대 푼힐전망대에서 바라본 안나푸르나 사우스
ⓒ 정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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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힐전망대 푼힐전망대 새벽
▲ 푼힐전망대 푼힐전망대 새벽
ⓒ 정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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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에선 고산이 많다 보니 5000m가 넘지 않은 산들은 이름이 없다. 'Hill' 이 전부다. 그래도 여기서 바라보는 안나푸르나 사우스, 다울라기리는 아름다웠다. 해가 떠오르자 여기저기 환호성이 들리기 시작했으며 사람들은 들떠보였다. 달뜬 감정을 품은 사람들.

 가운데 우뚝 솟은 봉우리는 다울라기리
 가운데 우뚝 솟은 봉우리는 다울라기리
ⓒ 정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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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파니를 떠나기 전 아침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몸이 돌아오기 시작했고 발걸음도 가벼워졌다. 고레파니를 지나 타다파니에선 치킨 달밧도 먹었다. 산과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으니 산행이 즐겁다.

살아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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