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몸살로 지친 몸, 드디어 카트만두에 도착
네팔 카트만두로 가는 비행기 표는 출발 2주 전에 구입했습니다. 가격이 매력적이라 거부할 수 없었던 동방항공입니다. 표를 구입하기 전 중국 항공사의 배짱과 좋지 않던 후기를 읽었지만 가격 앞에 구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2번 경유를 하는 인천-시안, 시안-쿤밍, 쿤밍-카트만두 노선이었습니다. 가격은 38만원 왕복 항공권입니다. 시안에선 공항 노숙이 불가피했고 쿤밍에선 4시간 대기 시간이 있었습니다. 비행기 지연은 굳이 말하지 않겠습니다. :)
시안공항에선 아무 문제없던 제 배낭이 쿤밍에선 문제가 생겼나 봅니다. 체크인 카운터 옆 보안검색대로 갔습니다. 이상 없는지 다시 돌려보내더군요. 보딩패스를 받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무지였던 걸까요. 출국 심사에선 출국 카드를 제출하지 않자 되돌려 보냅니다. 카드 작성을 하고 또 줄을 서고 출국 심사를 합니다. 그제야 출국 게이트로 향합니다. 줄 서 있던 외국인들 대부분이 출국카드를 작성하지 않아 되돌아가기를 반복했습니다.
감기몸살로 지쳐있던 몸과 공항에서의 사투(?)로 카트만두행 비행기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12일 저녁 6시가 될 무렵 네팔 카트만두에 도착했습니다. 만 하루도 되지 않는 20시간이 정말 길더군요.
네팔은 한국에서 미리 비자를 받고 가지 않아도 도착 비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비자 신청은 기계로 할 수 있고 서면 양식도 있습니다. 금액은 15일 20, 30일 40, 90일 100달러입니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수화물을 찾고 출국장으로 나오자마자 사람들이 붙기 시작합니다.
숙소 예약은 했는지, 타멜로 가는지, 트레킹은 할 거냐 여행사 소개해줄까 등등 계속 물어봅니다.
시안공항에서 네팔 사람을 만나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공항에서 타멜 거리까지 얼마에 갈수 있냐고, 그분이 말하길 400루피라고 했습니다. 한국 돈으로 대략 4천 2, 300원쯤입니다. 공항버스도 있습니다. 20루피로 택시에 비해 아주 저렴하지만 지쳐 있던 상태라 버스는 포기했습니다.
역시나 기사들 대부분 700루피를 부릅니다. '알고 왔다, 400루피에 가자'고 몇 번의 실랑이 끝에 타멜 여행자의 거리로 이동합니다. 예약해 놓은 게스트하우스에 도착 후 지친 몸을 그제야 침대에 눕힐 수 있었습니다.
# 12일 밤 8시 카트만두 숙소 도착, 감기 몸살에 시달린 몸
▲ 카트만두 트리부반 공항 입국장 가는길 | |
ⓒ 정웅원 |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 EBC |
대부분의 트레커들은 경비행기를 타고 루클라(2880m)로 이동후 트레킹을 시작하지요. 트레커 2/3 정도는 루클라에서 시작합니다. 경비행기는 편도 기준 대략 150~180달러입니다. 해발고도 900m 카트만두에서 2880m 루클라로 도착하면 소수이긴 하지만 고산병 초기 증상인 숨이 가쁘거나 심장이 마구마구 띄는 경험을 하는 분들도 더러 있습니다. 남들이 자주 가지 않는 코스, 좀 더 솔직해지자면 경비를 아끼기 위해 살레리라는 곳으로 저는 갔습니다. 지프를 타고 13시간 천 길 낭떠러지 같은 절벽길을 다닙니다. 금액은 1500루피살레리부터입니다. 루클라까지는 3일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트레킹을 시작하기 전 모든 트레커들은 팀스, 퍼밋을 받아야 합니다. 카트만두는 네팔 투어리즘 보더에 가셔서 받을 수 있는데 EBC 외에 네팔에서 트레킹할 수 있는 모든 곳에 대해 발급이 가능합니다. 팀스, 퍼밋에 대해 잠시 설명을 하자면 포터, 가이드와 동행하지 않는 개인 트레킹을 하는 사람에게는 그린카드가 발급되며 포터, 가이드를 구해 함께 하는 트레커는 블루카드를 받게 됩니다. 팀스는 여권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트레커의 인적 사항과 이동할 루트를 적은 카드이며 퍼밋은 등산 허가증입니다. 에베레스트 트레킹의 경우 팀스 금액은 2000루피 퍼밋은 3600루피입니다. 2017년 1월 기준. 팀스 퍼밋을 발급받고 살레리로 가는 지프를 예약했습니다. 14일 새벽 5시 이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를 향해 출발합니다. |
새벽 3시 짙은 어둠이다. 동이 트기에는 아직 멀었다. 지프 매표소 직원은 새벽 4시 30분까지 오라고 했다. 애매한 시차 때문인지 3시면 눈이 떠진다. 지난밤 풀어놓은 짐들은 이미 배낭에 정리해 두었다. 씻고만 나가면 된다. 다행히도 게스트 직원이 택시를 잡아줬다. 비록 700루피를 줬지만 흥정하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 새벽 살레리 가는 지프를 기다리며 카트만두에서 | |
ⓒ 정웅원 |
갤로퍼 크기의 차량에 운전사 포함 10명이 탑승한다. 내 자리는 맨 뒤 창문 쪽. 자리 배열은 2 - 4 - 4. 13시간 동안 지치지 않을 수 있을까. 점심을 먹고 난 후 같이 탑승했던 미국인 트레커 에릭은 가이드에게 물어봤다. 얼마나 더 가야 하냐고, 30분 정도만 더 가면 되냐고. 가이드 대답에 에릭은 그저 쓴웃음 지었다.
"이제 반 왔어."
이제 절반이구나. 힘들면 힘든 대로 지치면 지친대로 마음을 비웠다.
▲ 지프 살레리 가는 지프 | |
ⓒ 정웅원 |
▲ 점심 후 살레리 가는길 | |
ⓒ 정웅원 |
차량은 살레리보다 더 위 마을인 파블루에서 멈췄다. 5km는 더 왔을 거다. 또 지쳤다. 아니 지칠 수밖에 없었다.
흥정할 새도 없이 보이는 롯지로 바로 들어갔다. 방을 배정받고 가장 빨리 먹을 수 있었던 볶음밥을 시켰다. 먹는 둥 마는 둥 했던. 첫날 저녁은 그렇게 끝이 났다. 내일이면 걷는구나. 9시가 되기도 전에 잠들었다.
▲ 첫 날 롯지 출발하기 전 | |
ⓒ 정웅원 |
▲ 아침 파블루 마을 | |
ⓒ 정웅원 |
▲ 말 짐꾼 | |
ⓒ 정웅원 |
첫날이 지났다. 걷는구나. 드디어 설산을 볼 수 있겠지.
한국에선 가끔은 아니더라도 생각이 날 때면 산에 올랐다. 급히 올랐다. 이곳은 히말라야. 다르겠지. 가이드가 말해준 대로 천천히 그리고 일정한 호흡으로 걸어야 한다는 말을 기억해뒀다. 숨이 찰 때쯤 잠시 쉬며 차를 마셨고 다시 걷기를 반복했다.
성급한 마음인지 좀처럼 빠른 걸음을 늦추지 못할 땐 가이드가 알려줬다. 아직 멀었다고, 5일은 더 가야 설산이 눈앞에 보일 거라고. 나는 아직도 한국에서 가지고 있던 텐션을 벗어 버리질 못했다. 급하고 급하던 긴장을 내려놓으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 휴식 점심 식사 전 | |
ⓒ 정웅원 |
▲ 점심 달밧 | |
ⓒ 정웅원 |
▲ 희미한 설산 멀리 보이는 설산 | |
ⓒ 정웅원 |
▲ 롯지 롯지 앞마당 | |
ⓒ 정웅원 |
네팔에서 하루의 시작은 새벽 3~4시. 일찍 일어나는 이유는 일찍 잠들기 때문이다. 9시가 되기도 전에 잠드는 이유일 테다. 아침 7시 30분이면 아침을 먹고 8시에 출발 12시가 되면 점심을 먹고 1시쯤 다시 출발. 2시나 3시쯤 트레킹을 마무리한다. 그 이후엔 트레킹 일지를 쓰고 음악 듣고 책을 읽다 저녁 먹으며 트레커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8시면 각자의 방으로 들어간다. 때론 카드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지만 9시가 넘어가는 경우는 드물다. 이 생활을 2주 또는 3주가량 하면서 오르고 내려간다. 그 사이에 만나는 트레커들은 셀 수 없을 정도다.
파블루에서 시작된 트레킹은 눈탈라, 붑사를 지나 루클라로 향했고 3일이 지나 있었다.
▲ 루클라 3일차 루클라 도착 | |
ⓒ 정웅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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