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 그곳이 그림이다..봄볕 속 걷기 좋은 길은 어디?

 스포츠경향 | 엄민용 기자 |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 | 입력 2017.03.30 08:50



이천 원적산둘레길의 산수유축제
이천 원적산둘레길의 산수유축제

4월은 봄의 한가운데서 아름다운 꽃길과 초록 숲길을 만나는 시기다. 한낮의 햇볕도 잘게 부서지며 포근함을 전한다. 산과 들로 나가 무작정 걷고 싶은 때. 게다가 우리 주변에는 따뜻한 봄을 즐기기에 좋은 걷기여행길이 적지 않다. 겨우내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봄내음 가득한 길로 가족 또는 친구·연인과 함께 떠나기만 하면 된다.

남산둘레길 남측순환로
남산둘레길 남측순환로

■남산둘레길(서울 중구·용산구)=남산의 진면목은 남산둘레길에서 찾을 수 있다. 남산둘레길은 누구나 걷기 좋은 북측순환로, 이야기가 있는 역사문화길, 남산의 자연환경을 엿볼 수 있는 자연생태길과 야생화원길, 그리고 산림숲길로 이어지는 길이다. 이 길을 걸으면 ‘남산이 이렇게 좋았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4월 초부터 중순까지는 남측순환로 벚꽃이, 중순 이후부터는 다양한 꽃망울이 하나둘 터져 환상적인 봄나들이 길이 열린다. 코스는 국립극장 입구~남측 숲길 입구~남산약수터 쉼터~야외식물원~사색의 공간 입구~소월시비 쉼터~북측순환로입구(케이블카)~북측순환로 입구(버스)가 좋다(7.5㎞, 2시간30분).

부천둘레길 1코스 원미산
부천둘레길 1코스 원미산

■부천둘레길 1코스(경기도 부천시)=숲 생태와 향토유적을 탐방하기에 좋은 길이다. 청동기·철기시대 유적지인 고강선사유적공원은 봄철 철쭉이 만개한 모습을 볼 수 있고, 조선 제9대 왕인 성종의 다섯째 딸 ‘경숙옹주 묘’로 길이 이어진다. 부천시와 서울시 경계를 따라 이어진 숲길에서 녹음을 맞이하고 길 후반부에는 부천의 대표산인 원미산 진달래동산에서 분홍꽃잎으로 수를 놓은 진달래 군락을 만나게 된다. 코스는 고강선사유적지~경숙옹주묘~까치울정수장~부천무릉도원수목원~청소년수련관~진달래동산~원미정~소사역으로 잡는다(9㎞, 2시간30분).

산수유꽃
산수유꽃

■원적산둘레길(경기도 이천시)=이천 정개산과 원적산의 임도를 이용해 조성된 둘레길은 노선 폭이 넓고 난이도가 높지 않아 가족과 함께 대화하며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특히 산수유마을 입구부터는 마을을 둘러볼 수 있는 산수유 둘레길이 이어져 산수유 경치를 즐길 수 있다. 산수유는 4월 초부터 노랑 물결로 일렁여 길의 아름다움을 더해 준다. 코스가 길어 부담된다면 산수유둘레길만 걸어도 좋다. 코스는 주차장~범바위 약수터~작은재골~도리봉~미금골~원적들~낙수재~육괴정~산수유마을 입구(산수유둘레길)를 추천한다[10.7㎞(산수유둘레길 5.8㎞), 3시간30분(산수유둘레길 1시간30분)].

해파랑길39코스 경포대
해파랑길39코스 경포대

■해파랑길 39코스(강원도 강릉시)=솔바람다리를 출발해 사천진리해변공원까지 이어진다. 커피로 유명한 안목항을 비롯해 경포호수 주변을 걷게 되며, 이 과정에서 허균 허난설헌 생가와 경포대를 거쳐 가는 코스다. 경포대는 강원도를 대표하는 꽃길로 4월이면 벚꽃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꽃길은 경포호수를 따라 4.3㎞나 이어진다. 코스는 솔바람다리~허균·허난설헌기념관~경포대~사천진리해변공원이 무난하다(15.9㎞, 5시간30분).

충청도양반길
충청도양반길

■충청도양반길 1코스, 2-1코스(충청북도 괴산군)=산막이옛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충청도양반길이 이어진다. 허공을 걷는 듯 아찔한 양반길출렁다리를 지나고, 달천을 따라 이어지는 호젓한 숲길을 만나게 된다. 강 사이로 마주보는 사모바위(신랑바위)와 선유대족두리바위(신부바위)를 보면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만나지 못하는 견우와 직녀가 생각난다. 초록 잎이 하나둘 돋아나는 4월의 달천은 마음마저 상쾌하게 만드는 한 폭의 풍경화다. 코스는 괴산댐~산막이옛길~갈론마을~양반길출렁다리~운교리 목교~덕평삼거리가 일반적이다(14.5㎞, 4시간).

서산아라메길 1구간 개심사
서산아라메길 1구간 개심사

■서산아라메길 1코스(충청남도 서산시)=수려한 자연경관과 역사문화 유적이 풍부한 곳이다. 유기방가옥, 유상묵가옥, 마애여래삼존상, 보원사지, 개심사, 해미읍성으로 이어지는 길은 우리의 전통가옥과 불교문화의 진수를 체험케 한다. 용현계곡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진 길에서는 상쾌하고 맑은 공기가 여행객의 피로를 풀어준다. 4월의 개심사는 청벚꽃·겹벚꽃·왕벚꽃 등 벚꽃놀이의 향연이 펼쳐진다(18㎞, 6시간).

■예향천리 금강변 마실길(전라북도 무주군)=봄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곳은 강이다. 무주 예향천리 금강변 마실길은 금강을 따라 펼쳐진 초록의 향연을 만끽하며 걷는 길로, 특히 금강 벼랑을 따라 걷는 벼룻길은 봄이면 ‘눈곱만큼도 지루할 틈 없는 길’로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찾아온 여행객에게 금강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코스는 도소마을~대문바위~부남면소재지~벼룻길~각시바위~상굴암마을~굴암삼거리~잠두마을~요대마을~남대천~서면마을로 펼쳐진다(19㎞, 6시간).

땅끝 천년숲 옛길 땅끝전망대
땅끝 천년숲 옛길 땅끝전망대

■땅끝천년숲 1코스(전라남도 해남군)=국토순례시발지 땅끝마을 맴섬에서 출발해 미황사까지 이르는 길이다. 도솔암을 지나 미황사를 가기 위해서는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달마산의 능선을 따라 움직여야 한다. 능선 중간에 돌멩이가 폭포수처럼 흘러내린 그림 같은 풍광을 만날 수 있다. 걷기여행은 미황사에서 출발해 땅끝마을에 도착하는 것이 걷는 이에게 더욱 큰 감동을 준다(15.4㎞, 5시간30분).

창원둘레길 드림로드
창원둘레길 드림로드

■창원둘레길 진해드림로드 1~2구간(경상남도 창원시)=‘진해’ 하면 벚꽃이다. 4월이 되면 군항제로 인해 진해 곳곳이 북적거린다. 이때 복잡함 대신 여유롭게 초록의 향연과 벚꽃의 아름다움을 즐길 곳이 있다. 진해드림로드다. 걷기 좋은 임도와 숲길을 만나면서 남해안의 아름다운 풍광은 덤이다. 드림로드는 걷다 보면 장복하늘마루길, 천자봉 해오름길, 백일아침고요산길, 소사생태길과 한 지점에서 반갑게 만나게 된다. 어디서든 자신이 가장 편한 곳에서부터 걷기 시작하면 된다. 그중 장복산공원 위(삼밀사 옆)~하늘마루입구~편백숲 쉼터~안민도로(안민휴게소) 길을 추천한다(14.5㎞, 5시간30분).

쫄븐갑마장길
쫄븐갑마장길

■쫄븐갑마장길(제주 서귀포시)=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조성된 길로, 최상급 말들을 길러내던 이곳의 지리적 특성을 잘 이용한 길이다. 제주만의 특별한 숲길인 곶자왈은 물론이고, 억새로 유명한 따라비오름과 큰사슴이오름은 풍광이 장관이다. 특히 4월이면 길의 시종점인 녹산로를 따라 벚꽃터널과 유채꽃밭이 장관을 이뤄 제주를 찾은 여행객에게 크나큰 만족을 선물한다. 길은 조랑말체험공원~가시천(곶자왈)~따라비오름~잣성길~큰사슴이오름~꽃머체~조랑말체험공원으로 내닫는다(10.3㎞, 3시간30분).

한편 한국관광공사가 ‘강추’하는 이 달의 추천길은 ‘걷기여행길 종합안내포털(http://www.koreatrails.or.kr/)’에서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엄민용 기자 |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

Posted by 행복자
,

여행의 반은 현지 음식 먹는 데 쓰세요

[다섯 부부의 인상파식 여행] 아! 이베리아반도 18. 이베리아 반도의 보물, 올리브와 도토리

17.01.31 11:07l최종 업데이트 17.01.31 13:13l

다섯 부부가 함께하는 길동무 여행은 문제점도 없지 않다. 그 첫째가 먹는 것이다. 열 명이라는 숫자부터 먹는 것 즐기기에 딱 알맞다. 먹는 것 앞에 두고 체면 따위 차릴 필요가 없는 사이가 된 건 이미 오래다. 그래서 어느 자리나 먹기에 자유가 넘친다. 다른 사람이 맛있게 먹으면 덩달아 먹고, 무엇이 좋다는 말만 나오면 찾아서 먹는다. 대체로 여행 일정도 길게 잡는 편이니 여행을 마칠 때쯤 되면 불어난 몸무게 때문에 걱정 하나를 떠안는다.

"거 봐, 여행은 오직 여행이야. 식사란 그저 금강산 구경 식후경 격이어야 해. 허기를 때우는 것으로 그쳐야 한다니까. 여행을 갔으면 여행을 해야지 여행."

이건 내가 지어낸 말이다. 이렇게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있다면 나는 대거리를 하자고 대들 것이다. 여행 가서 먹는 것이나 밝히는 속물이라 손가락질받아도 하는 수 없다. 그러니까 여행의 반쯤은 산재한 현지 특산음식 즐기기로 계획해도 무리가 아니라는 것이 내 주장이다. 

 입맛을 다시게 하는 올리브 전문점의 올리브로 만든 갖가지 음식. 벽에는 다양한 올리브유가  그득 진열되어 있다.
 입맛을 다시게 하는 올리브 전문점의 올리브로 만든 갖가지 음식. 벽에는 다양한 올리브유가 그득 진열되어 있다.
ⓒ 길동무

관련사진보기


음식이 뭔가? 토질과 풍광의 결실이다. 거룩한 것이다. 이 거룩한 토질과 풍광으로 맺은 결실이 지역의 특성과 역사, 그리고 바로 거기 사람의 지혜와 궤를 함께하여 이루어진 성스러운 삶의 원천이다. 사람은 그 원천을 통해 몸을 기르고 마음을 가꾼다. 그러므로 음식은 곧 사람이다. 우리 모두 최초 세포를 형성시키기 위해 음식을 취한 곳 고향을 왜 '땅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하겠는가?

그러므로 어디를 여행하든 그곳의 특징을 지닌 음식을 즐겨야 하리. 이것이 여행자가 누릴 특권이리. 시대변화로 인해 사방의 타지로 퍼진 지역 특산 음식이 부지기수지만 역시 산지의 생생함과 고유의 맛이야말로 으뜸이지 않겠는가. 식재료가 풍부하고 맛과 솜씨의 나라 스페인 여행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페인의 음식을 즐겨 이야기할 것이다. 이번 길동무 여행 또한 예외가 아니다.

 올리브 나무
 올리브 나무
ⓒ 길동무

관련사진보기


 올리브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올리브 나무
 올리브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올리브 나무
ⓒ 길동무

관련사진보기


"제 평생 먹을 빵과 올리브유를 다 먹은 거 같아요. 처음엔 몸에 좋다는 현지의 싱싱한 올리브유를 먹기 위해 빵을 먹었어요. 근데 점점 올리브오일을 먹기 위해 빵을 먹은 거예요. 발사믹 식초와 섞어 먹었는데 나중에 올리브유와 빵만 조합해 먹으면서 오히려 순수한 맛이 좋았어요."

"난 발사믹 식초와 섞어 하드롤에 찍어먹을 때가 가장 맛나던데?"

 올리브 열매와 맛깔스럽게 어우러진 샐러드
 올리브 열매와 맛깔스럽게 어우러진 샐러드
ⓒ 길동무

관련사진보기


유프카, 유니카 두 길동무의 소감이 아니래도 거두절미하고 밝히면 길동무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실감 나게 즐긴 것은 올리브다. 가장 많이 본 나무가 올리브 나무고, 가장 자주 먹은 것이 올리브유다. 올리브 열매로 만든 피클은 여행 시작 날에 몇 통을 사서 가지고 다니며 김치 대용으로 삼았다.

"올리브유는 노화 방지, 암과 고혈압 그리고 성인병 등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와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스페인의 올리브는 생산량도 세계 최고를 다투거니와 맛과 향 등 질도 뛰어납니다. 양질의 올리브 나무 한 그루에 한화 2백만 원을 호가한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수령이 3천 5백 년 된 것도 있습니다. 예루살렘에는 예수님 시대에 열매를 맺었던 올리브 나무도 아직 성성이 살아 있습니다."

가이드 이 선생은 "올리브유는 엑스트라 버진일 경우 올리브 수확 후 4시간 이내에 압착을 해서 기름을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 법률로 정해져 있다."고 했다. "제조 후 시간 내에 병에 담는 것이 향과 신선도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는 이유로 제조법이 법률로 제정되어 있다니 참 놀랍다.

 하몬이 탐스럽게 걸린 하몬 전문점
 하몬이 탐스럽게 걸린 하몬 전문점
ⓒ 길동무

관련사진보기


길동무에게 올리브유는 식사 때마다 화제 만발이었다. 각기 다른 맛과 향을 선별해내는 길대장 부부의 뛰어난 감각도 그렇거니와 먹는 취향 또한 모두가 달랐기 때문이다. 올리브유 다음으로 이번 길동무의 여행 음식의 중심에 있었던 것이 하몬(Jamón)이다.

"하몬(Jamón)은 스페인에서 특화된 스페인의 전통 음식입니다. 돼지 다리를 적당한 온도 및 습도에서 천연 소금으로 덮어 염장 과정을 거친 후 일정 기간 창고에 매달아 수분을 제거합니다. 이때 건조 및 숙성이 동시에 진행이 됩니다. 이런 제조과정을 거쳐 하몬으로 완성되기까지 약 15개월에서 30개월 정도 걸립니다. 기간 차이가 나는 것은 원재료의 무게나 품질, 종류에 따른 것입니다."

 맛을 보여주기 위해 하몬을 떠내는 중. 하몬을 어떻게 떠내느냐에 따라 향과 맛이 다르므로 다년간 숙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맛을 보여주기 위해 하몬을 떠내는 중. 하몬을 어떻게 떠내느냐에 따라 향과 맛이 다르므로 다년간 숙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 길동무

관련사진보기


가이드 이 선생은 하몬에 관해서도 식견이 높았다. 그 덕분에 길동무는 마드리드에서부터 몇 곳의 하몬 전문점을 방문했다. 하몬은 전문점뿐만 아니라 마트와 시장, 고속도로 휴게소 등까지도 한 코너를 장식하고 있었다. 하몬을 파는 곳에서는 대부분 아주 능숙한 솜씨로 맛보기 하몬을 얇게 떠주며 향과 맛을 음미해보도록 했다.

"꼭 하몬 이베리코(Jamón ibérico)를 좀 사다 주세요. 항상 눈에 선하거든요."

일정 기간 스페인에서 살았던 이웃은 내가 스페인에 여행 간다고 하자 다짜고짜 하몬을 부탁했다. 하몬은 먹기 전엔 비주얼로 압도한다. 정말 듬직하고 먹음직하다. 껍질을 벗기고 속살이 드러나면 아! 그때는 색이다. 완전 탈 돼지다. 매혹적인 붉은색 살에 미색 숄을 나풀나풀 둘렀다. 그 조화가 입맛 끄는 소고기 마블링을 넘어선다. 얇게 떠낸 속살, 아! 아! 그건 향 덩이다. 향이 참 깊다.

 하몬 모듬. 이런 모듬은 값이 저렴한 편이었다.
 하몬 모듬. 이런 모듬은 값이 저렴한 편이었다.
ⓒ 길동무

관련사진보기


하몬은 적절히 얇게 떠내야만 제맛과 향을 살릴 수 있다고 했다. 자 이젠 먹을 차례다. 그래 이거다. 먹고 나면 맛이다. 비주얼과 색, 그리고 향은 맛을 위한 준비였던 거다. 익히지 않고 먹는 돼지고기 하몬, 부디 샐러드나 샌드위치에 끼워 먹지 마시라. 술안주로 드시는 것도 좋다. 다만 술을 털어 넣은 다음엔 입안에서 술맛 다 사라지도록 기다린 다음 하몬을 드시라. 그것이 하몬에 대한 예우리라.

하몬은 존재감이 분명했다. 특히 일정 기간 도토리 숲에 방목하여 도토리를 먹여 키운 검은 돼지 다리로 만든 하몬 이베리코의 맛은 특별함 그 자체였다.

"와~ 이 맛이야. 하몬의 마리아쥬는 역시 멜론이 확실해."
"난 아니야 멜론도 최고고 하몬도 최곤데 이 둘의 조합은 좀 별로야."

맛있는 것에서 맛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미각이 뛰어난 유니카, 통찰력이 남다른 장마마 두 여성 길동무의 주장, 바로 그 엇갈림이 오히려 묘미다. 그때마다 길동무는 다투어 맛 분석에 나선다. 그 이유로 먹었던 것을 또 먹는다. 각론의 당사자들도 더 먹고, 청중 길동무들도 덩달아 더 먹는다.

 소금으로 덮어 숙성한 대구 요리.
 소금으로 덮어 숙성한 대구 요리.
ⓒ 길동무

관련사진보기


 염장한 대구를 파는 상점. 스페인은 소금을 덮어 숙성을 하는 기술이 매우 발달해 있다고 한다.
 염장한 대구를 파는 상점. 스페인은 소금을 덮어 숙성을 하는 기술이 매우 발달해 있다고 한다.
ⓒ 길동무

관련사진보기


놀라운 것은 여성 길동무 누구도 비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람들 대부분이 살찐다고 피하는 빵을 놀라울 정도로 해치우는 빵순이 길동무도 호리호리하다. 이건 여성 길동무 자랑이 아니다. 솔직하지 못한 데 대한 흉보기다. 그 정도 드셨으면 뭔가 표가 나야지 않는가? 그리 먹고도 살과의 전쟁을 벌이지 않는 비결은 뭘까?

 즐기고 또 즐겼던 빵과 와인 그리고 샐러드
 즐기고 또 즐겼던 빵과 와인 그리고 샐러드
ⓒ 길동무

관련사진보기


살펴보니 여성 길동무들은 각자 몇 가지씩 특기 요리가 있다. 길동무 정기모임은 늘 다섯 집 순회인데, 그때마다 맛에 취해 많이 먹는다. 식사 후 후회막급일 정도로 많이 먹게 하는 장기를 각기 가졌다. 밝히거니와 집집을 순회하며 모임을 하는 것은 전적으로 여성 길동무들이 정한 결론이다. 요즘 세상에 어느 남자가 감히 집으로 손님을 초대할 것인가. 겨룰만한 솜씨로 무장한 여성 길동무들은 언제든지 올 테면 오라다. 아마 그 자신감이 중년인 여성 길동무들의 살 퇴치 무기일까?

 참 별미였던 리스본의 닭고기 구이
 참 별미였던 리스본의 닭고기 구이
ⓒ 길동무

관련사진보기


각설하고 이베리아 반도의 음식 맛은 특별했다. 그에 관한한 길동무 모두 이의가 없었다. 발렌시아의 밤 바닷가 먹거리 촌을 배회하며 찾고 찾아서 먹은 먹물 빠에야와, 포르투갈 옛 수도 포르토의 자존심을 이해하게 했던 염장 대구요리에 대해서도 이구동성 굿이었다. 산티아고 콤포 데 스텔라의 먹거리 골목 문어요리 뽈뽀(pulpo)와 일명 거북이발(Percebes)로 불리는 해물 요리는 그리움의 대상이다. 리스본의 저녁 시간을 황홀하게 했던 닭구이와 여기저기서 맛본 따빠스 몇 종류도 오랫동안 생각날 음식들이다. 쫄깃하면서 부드러웠던 새우 요리, 다시 맛보고 싶은 스테이크 등 다 열거하기도 어렵다.

 스페인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인 빠에야. 길동무는 오징어 먹물을 활용한 먹물 빠에야 맛을 오래 잊지 못할 것이다.
 스페인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인 빠에야. 길동무는 오징어 먹물을 활용한 먹물 빠에야 맛을 오래 잊지 못할 것이다.
ⓒ 길동무

관련사진보기


 별미의 재료 거북이발(Percebes)로 불리는 해물
 별미의 재료 거북이발(Percebes)로 불리는 해물
ⓒ 길동무

관련사진보기


그라나다에서 확인한 샹그리아(와인 이야기는 열두 번째 여행기에서 충분히 했으므로 제외)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모두를 넘어서 길동무가 가장 환호했던 것은 과일과 채소다. 푸짐하게 사서 차에 싣고 다니며 시도 때도 없이 즐길 수 있도록 값도 싸고 싱싱했다. 보드랍고 달콤하고 향기로운 멜론과 탐스러운 감, 호도, 밤, 무화과, 그리고 각종 채소 등 이 모두가 이베리아 반도 여행을 흥겹게 한 공신들이다.

 주렁주렁 달린 도토리
Posted by 행복자
,

아웃도어

[공감!여행스케치] 하와이로 떠나는 나만의 자유 여행②

매일경제 | 이진욱 | 입력 2017.03.29 12:08




▶ 오아후 섬 일주, 그 섬에 가고 싶다.

하와이로 비행기가 도착하고 떠나는 곳이 오아후 섬이다. 우리가 잘 아는 호놀룰루와 와이키키가 있는 섬이기도 하다. 이곳에 하와이 인구의 대부분이 살고 있다. 와이키키에서 오아후 섬 북쪽인 ‘노스 쇼어’로 가서, 동쪽 해안도로로 내려가 하나우마베이에서 스노클링하는 코스로 섬을 일주해 본다.

[돌(Dole) 플랜테이션 - 할레이바(Hale'iwa) 마을(새우 트럭) - 터들 비치(Turtle) - 선셋(Sunset)비치 - 쿠알로아(kualoa)비치파크(코올라우 ko'olau 산맥, 중국인 모자섬) - 하나우만 베이(Hanauma Bay) 스노클링]

코올리나 산맥의 산줄기는 칼날 같다. : ⓒ MK스타일
코올리나 산맥의 산줄기는 칼날 같다. : ⓒ MK스타일
▶ 서퍼(Surfer)들의 고향, 노스쇼어

섬에 가면 한 바퀴를 돌아봐야 ‘아! 섬 구경을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 중 노스쇼어는 해안선을 따라 섬을 돌 수 있는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 지역. 이곳은 높은 파도로 서핑하기에도 좋아 서핑천국으로 불리기도 한다.

드라이브 코스 중간 중간 잠시 멈추어 구경할만한 볼거리도 무궁무진한 노스쇼어에서 갈 곳을 정리해보았다.

파인애플이 자라고 있다. : ⓒ MK스타일
파인애플이 자라고 있다. : ⓒ MK스타일
‘Dole 플랜테이션’ 입구에 들어서면 입에 침이 고인다. 유명한 Dole사의 파인애플을 위한 복합공간으로 먹고 즐길 게 많은 곳이다. 플랜테이션 정원과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에서 가장 긴 미로를 걸을 수 있다. 증기 기관차를 타고 마당에 실제로 자라고 있는 파인애플을 볼 수 있다. 유지방이 전혀 들어있지 않고 상큼한 파인애플 아이스크림의 맛이 좋다.
새우트럭은 새우 요리가 맛이 좋다. : ⓒ MK스타일
새우트럭은 새우 요리가 맛이 좋다. : ⓒ MK스타일
살이 통통한 새우  : ⓒ MK스타일
살이 통통한 새우 : ⓒ MK스타일
‘할레이바 타운’은 복고풍의 상점이 많은 올드타운이며, 해안의 파도가 높아 서퍼(Surfer)들의 아지트이기도 하다. 할레이바 마을 새우 트럭에서 파는 새우요리 맛이 좋다. 주변에 새우 양식하는 곳이 있어 새우 요리하는 트럭이 하나둘씩 생기면서 유명해졌다고 한다. 여러 트럭 중 낙서가 가득하고 한국어가 쓰여 있는 Honos라는 트럭에 음식을 주문한다. 새우가 싱싱하고 소스가 입맛에 딱 맞아 트럭 안을 쑥 들여다보니 주인이 한국 사람이다. 주인장의 훌륭한 음식 솜씨가 느껴진다. 트럭 정면에 ‘무한도전(MBC)’, ‘생생정보통(KBS2)’에서 이미 다녀간 흔적도 있다. 새우 트럭의 마늘 새우나 매운 양념 새우가 맛이 좋다. 밥과 샐러드가 함께 나오며 12불이다.
터틀비치에 거북이  : ⓒ MK스타일
터틀비치에 거북이 : ⓒ MK스타일
‘터들비치’에서 관광객이 웅성웅성 모여 있는 곳에 가보니 큰 바다거북이 해변에 나와 있다. 거북이를 보면 복이 온다고도 하고 거북이 눈을 마주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일몰이 예쁘다는 ‘선셋 비치’는 파도가 높아 전 세계 서퍼들의 가보고 싶어 하는 꿈의 해변이다.
중국인 모자섬은 이민 온 중국인 모자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 ⓒ MK스타일
중국인 모자섬은 이민 온 중국인 모자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 ⓒ MK스타일
‘쿠알로아 피치파크’에서 ‘중국인 모자 섬’이 보인다. 원래 ‘모콜리이’ 섬인데 중국인 이민자 모자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오아후 섬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코올라우(Koulau) 산맥’이 장관이다. 산줄기가 칼날처럼 서 있는 험준하고 기묘한 산새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할리우드 영화의 단골 촬영지로 쥐라기 공원, 고질라, 로스트 등을 촬영한 곳이다. 72번 해안도로를 따라 돌아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더 멋진 광경이 펼쳐져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 스노클링의 천국, 하나우마베이

하나우마베이로 내려가는 길의 절경 : ⓒ MK스타일
하나우마베이로 내려가는 길의 절경 : ⓒ MK스타일
하나우마베이의 바다 속은 멀리서도 바닥이 보인다.  : ⓒ MK스타일
하나우마베이의 바다 속은 멀리서도 바닥이 보인다. : ⓒ MK스타일
만(Bay)은 최고의 스노클 자리이다.  : ⓒ MK스타일
만(Bay)은 최고의 스노클 자리이다. : ⓒ MK스타일
하나우마베이는 만(Bay)이 파도를 막아주어 바다가 늘 잔잔하고 물이 깊지 않아 스노클링을 하기에 적격이다. 스노클링의 천국이라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는 법. 물속에 고개만 넣어도 알록달록 열대어와 푸른 바다거북을 만날 수 있다. 손을 저어도 물고기가 도망가지 않고 같이 놀자 한다.

수심이 깊지 않아 처음 스노클링을 하는 이들도 쉽게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스노클링 장비는 대여할 수 있고, 샤워시설도 잘 마련되어 있다. 입장권을 사면 교육시간표를 나눠주며 10분 정도 교육을 받고 들어간다. 교육내용은 하나우마 베이 생성과정, 볼 수 있는 열대어 종류와 유의사항 등이다. 입장 인원제한 뿐만 아니라 철저한 관리와 보호 속에 바다 생태계를 잘 지키고 있다.

▶ Tip

하나우마 베이 주차료 1불, 입장료 7.7불이며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오픈하고 아침 7시 전에는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선크림과 모자를 꼭 챙기고 식당이 없으므로 물과 간식을 미리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또한 산호초에 발을 다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아쿠아슈즈를 신을 것을 권한다. 오전에 더 많은 물고기를 볼 수 있다고 하지만 오후 2시쯤 가는 것은 혼잡하지 않아 좋다.

[MK 스타일] 글·사진 / 김미선(여행작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Posted by 행복자
,

[공감! 여행스케치] 봄철 먹거리 여행① 봄나물 맛잔치 ‘정선 오일장’

  • 입력 : 2017.03.21 10:51:44
  • ▶ 향긋한 봄나물의 박람회장 ‘정선 오일장’

    어디선가 향긋한 냄새가 난다. 흰 눈이 살포시 녹은 양지바른 논둑에서 봄의 전령사가 비죽이 얼굴을 내민다. 야들야들 연초록의 잎사귀는 생기를 가득 담고 있으니 밥상 위에 봄나물이 오를 때가 되었다.

    태백산맥의 천 미터가 넘는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져있는 정선, 앞산과 뒷산을 이어 빨래 줄을 걸었다는 강원도 정선 땅은 산이 절반이다.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온통 산인 정선은 봄이면 그 자체로 보물상자가 되어 조심스레 그 모습을 내어 놓는다. 냉이와 달래, 쑥, 쑥부쟁이가 고개를 들고 원추리와 취나물, 고사리, 두릅, 참나물과 얼레지…. 꽁꽁 얼었던 땅이 포실포실 해지면 그 사이를 헤집고 나와 순박한 정선 아주머니의 손에 이끌려 세상구경을 나오는 곳이 있으니 바로 정선 오일장이다.

 기사의 0번째 이미지

병방치에서 내려다본 굽은 물길 : ⓒ MK스타일

 기사의 3번째 이미지

구례 계곡에서 떠내려오는 산수유 꽃 : ⓒ MK스타일



▶ 자연이 주는 밥상, 봄나물

시장 통을 거닐면 생닭을 직접 튀겨주는 통닭집이 정겹고 진공 포장된 야채가 아닌 흙이 잔뜩 묻은 푸성귀가 얼굴을 내밀며 사람들을 반긴다. 싱싱한 땅위의 날것들이 내는 아우성이 들린다. 사람냄새·비린내·밥냄새·땀 냄새가 진동하며 생생한 삶의 모습이 그대로 전해진다.

“어머, 이거 냉이네요. 맛있겠다.”

“이거는 낭구(나무)하다가 산에서 캔 거래요!”

냉이라고 다 같은 냉이가 아니다. 비닐하우스에서 곱게 자란 냉이와 흰 눈 덮여있던 밭둑과 양지바른 산비탈에서 온갖 추위와 바람을 이겨내고 따스한 봄 햇살에 기지개를 펴며 자라난 냉이는 향부터가 다르다. 진한 야생의 봄향기가 묻어있다.

이파리가 오밀조밀한 냉이를 사다가 하얀 뿌리와 잎 사이 흙을 말끔히 씻어내 뚝배기에 안치고 된장을 알맞게 풀어 바글바글 끓이면 봄맞이가 따로 없다. 멸치를 몇 마리 넣으면 더욱 좋고 바지락이나 모시조개를 몇 알 넣으면 금상첨화, 험한 역경을 이겨낸 강인한 면역력과 봄의 생기(生氣)가 온 몸에 퍼진다. 잔설 남아있던 밭둑의 조각 햇살과 풋풋하고 구수한 흙 냄새, 알싸한 계곡바람이 느껴진다.
 기사의 9번째 이미지

상큼한 달래 : ⓒ MK스타일



▶임금님도 드셨던 봄나물 다섯 가지

자글자글 주름진 이마가 푸근한 할머니의 무릎 팍에는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먹으면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두릅이 한 바구니 놓여 있다. 그 앞에는 소복하고 정선 아가씨 손목보다 부드러운 달래가 다소곳하게 담겨 있다. 취할 정도로 맛이 좋다는 곤드레나물 옆 취나물은 알싸한 향이 일품이다. 비타민 C의 함량이 월등히 높은 봄나물은 봄철 춘곤증을 극복하고 겨우내 잠재해 있던 인체 속의 생기를 일깨워주는 촉진제 역할을 한다.

봄나물은 먹는 의식도 따로 있을 정도다. 오신채(五辛菜)를 먹는 입춘절식(立春節食)이 그것이다. 시대와 지방에 따라 종류가 다르지만 파, 마늘, 자총이, 달래, 평지, 부추, 무릇, 미나리의 새순 가운데 노랗고 희고 붉고 파랗고 검은 다섯 가지색의 봄나물을 오신이라하며 험한 세상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인생오고(人生五苦, 다섯 가지 인생의 괴로움)를 상징했다. 계절을 알리는 봄나물은 세상을 움직이는 자연의 이치(理致)마저 담고 있음이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쌉싸름한 고들배기 : ⓒ MK스타일



▶ 후루룩 뚝딱, 올챙이국수와 수수부꾸미

끝자리가 2와 7인 날에 열리는 정선장은 1966년에 개설됐다. 인구 감소로 쇠퇴하던 장이 1999년 3월 ‘정선오일장 관광열차’가 운행되면서 다시 살아났으니 뽕짝 메들리가 신명나게 흐르고 엿장수의 가위질 소리가 정겹다. 장터 좌판에서는 너도나도 올챙이국수를 먹는다. 양념간장 얹어 한 그릇 후루룩 먹으면 씹을 것도 없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며 올챙이마냥 배가 불뚝해진다.

 기사의 4번째 이미지

후루룩 올챙이 국수 한그릇과 메밀전병 : ⓒ MK스타일

 기사의 5번째 이미지

곤드레 나물밥 한 그릇 : ⓒ MK스타일

 기사의 6번째 이미지

봄나물이 나오는 정선오일장터 : ⓒ MK스타일



바르기만 하면 뭐든 낫는다는 만병통치약을 파는 떠돌이 약장수부터 시골 할아버지가 끼고 나온 오리, 토끼, 강아지, 씨암탉에 흑염소가 봄볕에 나른한 눈을 끔벅인다. 좁쌀 수수 팥을 가지고 나온 할머니는 자투리 공간에서 수수부꾸미와 찹쌀 부꾸미를 부쳐 판다. ‘사람’을 맞이하고 ‘정과 추억’을 나누는 정선 오일장이다. ‘행복’ 한 보따리에 ‘인정’은 덤이다.

 기사의 7번째 이미지

레일 바이크가 즐거운 구절리역 : ⓒ MK스타일

 기사의 8번째 이미지

아우라지 강가의 전경 : ⓒ MK스타일





▶ 정선오일장

위치 :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봉양리에 위치한 정선오일장은 정선군청에서 500m거리다.





[MK스타일] 글·사진/ 이동미(여행작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Posted by 행복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