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 속 신선 놀음
김자형(자카르타 거주)
깔리만탄은 왠지 멀게만 느껴지는 곳이었다
오지, 정글, 쉽게 갈 수 없는 곳…… 궁금하기도 하지만 뭔가 힘들고 불편해서 탐험가들이나 갈 수 있는 곳이라 막연히 생각하던 곳이다.
우기인데다가 불행한 비행기 사고 소식이 채 잊혀 지지 않아 불안한 마음을 애써 밀어내며 오른 여 행길이었다. 익숙지 않은 항공사 이름이 마음에 걸렸지만 수속에서 이, 착륙 모두 순조로웠고 비 행시간 한 시간 여 정도로 마음 보다 훨씬 가까이 있었다. 빵깔란 분 (Pangkalan Bun) 공항에 내리 자 시원하게 눈에 들어오는 푸른 하늘과 구름이 불안감은 간데 없이 날려버리고 스멀스멀 좋은 예 감이 밀려든다.
이번 2박3일 칼리만탄 여행의 메인 테마는 오랑 우탄과의 만남! 오랑우탄을 만날 수 있는 딴중푸 팅 국립공원 (Tanjung Puting National Park) 과 캠프 리키 (Camp Leakey)는 배로밖에 접근 이 안되기 때문에 깔리만탄 여행은 주로 뱃길을 따라 이루어지고 취식과 숙박이 가능하게끔 건조 한 모터를 단 목선을 이용하게 되는데 이를 끌로 똑 (Klotok)이라 부른다.
지붕이 있어 그늘을 만들어 주고 널찍한 테이블 과 의자뿐만 아니라 깔끔한 커버를 씌운 매트리스 가 준비되어 있다.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깨끗하 고 아늑하다.
배는 지체 없이 출발하여 세코너 (Sekonyer)강 을 거슬러 올라간다.
흙탕물 빛의 강을 조금만 헤쳐가면 양 옆으로 빽 빽한 밀림이 나타나며 강을 거슬러 올라갈 수록강 폭이 좁아지면서 물 빛도 점점 맑아진다. 물 위에 흩뿌리듯 떠 있는 수초가 운치를 더한다.
밀림이 뿜어내는 공기를 가르며 천천히 나아가는 배 위에서 바람을 맞으며 햇빛에 반짝이는 물결과 나뭇잎에 둘러싸여 있으니 불과 몇 시간 전까지 거대 도시에 있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비현실 적으로 느껴진다. 그냥 한 없이 이렇게 배만 타고 가 도 좋겠다 싶을 정도로 신선 놀음이 따로 없다. 하 지만 어디서든 먹는 즐거움을 뺄 수 있을까? 맛있 는 냄새가 나기 시작하나 싶더니 점심이 나온다.
순박한 현지 스태프들은 빳빳이 풀 먹인 셔츠에 나비 넥타이 대신 반바지 티셔츠에 맨발 바람이고 샹들리에와 은 식기는 없지만 맛깔스러운 일식 삼 찬이 푸짐하게 차려진 식탁은 호화 크루즈선이 부 럽지 않다. 후식으로 나온 과일까지 먹고 나니 배 가 딴중푸팅 선착장에 다다랐다.
울창한 나무가 만들어준 그늘로 시원한 숲 길을 따라가니 나무들과 땅이 뿜어내는 촉촉하면서도 서늘한 기운에 폐 속까지 개운해지는 기분이다.
발 디딜 때 마다 느껴지는 부드러운 땅의 쿠션 감이 얼마만인가? 단단히 벌레 물리지 않는 약을 챙겨 바르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덤벼드는 벌레도 적다.
적당히 땀이 나면서 운동이 되었다 싶을 때 즈음 널찍한 공간에 오랑우탄들이 나타났다.
인간들이 주는 먹이를 먹고 어느 정도 보호를 받 는다고는 해도 자연 속에서 보는 오랑우탄은 동물 원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경이로웠다.
식사를 마치고 어슬렁거리며 돌아가는 오랑우탄 과 헤어져 배로 돌아가는 길은 오던 길보다 훨씬 짧다. 배에 다 다를 즈음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 한다. 반나절 지낸 배를 보니 마치 집으로 돌아온 듯 기쁘다.
빗줄기를 뚫고 배가 출발하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옥수수가 간식으로 나왔다.
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비에 젖어 한 결 싱싱한 나무들을 바라보며 먹는 옥수수! 옥수 수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었나 싶다.
우리는 인원이 8명이라 씻고 화장실 사용하는 문 제로 잠은 호텔에서 잤지만 끌로톡 위에서 잠 자 는 게 가능하다. 가끔 마주치는 다른 배 위에는 모 두 서양 관광객들 일색이었는데 그들은 모두 배 위에서 숙박을 해는 듯 했다.
호텔에 짐 정리를 하고 간단히 씻은 후 다시 배 에 올랐다.
밤 배 나들이의 포인트는 반딧불과 선상 촛불 디 너다.
적당한 포인트를 찾아 배를 정박시키고 갑판 위를 밝혀두었던 불을 끄자 여기 저기 반짝이는 반딧불 에 다들 탄성이다. 이 때 반딧불 한 마리가 호기롭 게 배로 뛰어든다. 동심으로 돌아간 우리 손에 쉽 사리 반딧불이 잡혔다. 빈 물명에 가두고 실컷 구 경을 하고 나니 집으로 보내주고 싶어졌다. 잡아 가둘 때는 언제고 입구를 못 찾고 뱅뱅대는 녀석 을 모두 열심히 응원한다. 성원에 보답하듯 힘차 게 하늘로 반딧불이 솟아오르자 마술사 모자에서 토끼라도 나온 양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식탁 위에 촛불을 밝히고 둘러 앉아 선상디너가 시작되었다. 없던 사랑도 퐁퐁 샘 솟아나고 앞에 앉은 누구라도 세상 최고 미남 미녀로 보일 로맨 틱한 분위기다. 주방 아줌마를 업어가고 싶을 만 큼 모든 음식이 맛있다!
매트리스에 몸을 누이고 도란도란 일행들의 수다를 듣다 선 잠이 들었나 보다. 깨어보니 어느새 호 텔 선착장이다.
따뜻한 햇살도 담뿍 쐬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운동도 한지라 설은 자리지만 단잠을 잤다.
다음 날도 즐거운 하이킹과 오랑우탄, 큰코 원 숭이, 검은 손 원숭이 등 각종 동물들과의 만남, 맛있는 식사가 이어졌다. 맑은 하늘과 오후 끝 에 내리는 운치 있는 비로 날씨는 더 바랄 것 이 없었다.
깔리만탄! 알고 보면 그리 멀지 않은 편안하고 멋 진 이색 여행지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쉽게 갈 수 있다.
배만 예약하면 공항에 픽업에서 돌아가는 차편까 지 모든 걸 선주가 패키지로 준비해준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면 끌로톡 선주들의 연락처가 나온다. 여행 에이전시 보다는 선주들을 다이렉트 로 컨택하는 편이 좋다.
2박3일이 스탠다드 코스이지만 시간을 내기 어렵 다면 아쉬운 대로 주말을 이용해1박2일만으로도 정취를 느껴볼 수 있을 듯 하다.
조만간 같이 가지 못한 남편과 다시 한 번 깔리만 탄을 찾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