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5.21 03:05
성지高 김채경 교사·배화여대 영어통번역과 성희재양
폭행·절도죄로 재판만 4번… 결국 중학교때 강제전학 당해
고등학교서 만난 음악 선생님 엄마처럼 "왜 안와, 언능와"
"음악 동아리 같이 해볼래?" 자신감 얻으며 대학 수시합격
성희재(19·서울)양의 학창 시절이다. 초등학교 시절 평범했던 여자아이는 중학교 1학년 때 엄마가 재혼하면서 삐뚤어지기 시작했다. 사춘기가 시작되던 나이에 새 아빠, 새 형제들과 함께 살게 됐다. 방과 후 집에 가는 것이 싫었다. 성양의 스트레스와 불만은 폭력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진이 되기까지
성양은 중학생 때 친구들을 많이 때렸다. 3주간 가출해 길거리를 배회하고 다녔다. 남의 신용카드를 주워 1400만원을 긁고, 친구 집에 들어가 엄마 반지를 훔쳐 나오기도 했다. 일진(학교의 폭력 조직) 선배들과 친하게 지내다 보니, 어느 날 자기도 일진이 되어 있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친구와 치고받고 싸우다가 강제 전학을 갔다. 성양은 "스스로 생각해도 참 쓰레기같이 살았다"고 했다.
중학교 졸업 무렵, 친한 친구한테 성지고(서울 강서구)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일반 학교에서 적응을 못 하거나 문제를 일으켜 자퇴한 학생 등이 가는 대안학교라고 했다.
성지고에 입학해서도 성양의 생활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2주에 한두 번꼴로 학교에 나갔다. 낮에는 쿨쿨 자다가 밤에 일어나 놀았다.
사고뭉치 일진이었던 성희재양(오른쪽)이 자기를 바뀌게 해준 김채경 교사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김 교사는 “아이들의 말을 들어주고, 손잡으며 예쁘다고 해주고, 칭찬하고 인정해주면 반드시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김지호 객원기자 yaho@chosun.com
![](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205/21/2012052100132_0.jpg)
성양이 2학년에 올라갈 때 김채경(39) 음악 교사가 성양의 담임을 맡겠다고 나섰다. 다루기 힘들다고 소문난 학생이었지만, 노래를 좋아한다고 했다. 음악을 같이하면 바꿀 수 있을 것 같았다. 2학년이 시작되자마자, 김 교사는 학교에 안 오는 성양과 '전쟁'을 벌였다. 김 교사는 아침에 성양이 안 보이면 "왜 안 와" "빨리 와" "언능 와"하고 문자를 보냈다. 답이 없으면 올 때까지 10개씩 문자를 날렸다. 어쩌다 학교에 오면 매점 식권을 선물로 주면서 '폭풍 칭찬'을 했다.
"보통 선생님들은 제가 하루만 학교 안 나가도 '쟤가 원래 그렇지' 하고 당연히 생각하는데 채경 선생님은 달랐어요. 꼭 '무슨 일 있니?' 하고 물어봤어요. 엄마한테 먼저 연락하지 않고 저한테 직접 물었고요. 누군가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느낌을 그때 처음 느꼈어요."
김 교사는 성양에게 방과 후 음악 동아리에 들어오라고 권했다. 평소 노래 부르기를 좋아한 성양은 '돈 내고 노래방 가는 것보다 낫겠지' 싶어 동아리에 들어갔다. 성양은 매일 방과 후 1~2시간씩 동아리에서 노래를 불렀다. 김 교사는 학생들과 어울려 직접 건반도 치고 드럼도 쳤다. 학생들이 남들 앞에서 노래할 수 있는 '무대'도 만들어줬다. 첫 공연 장소는 지하철 개화산역이었다.
◇음악에 빠진 '일진'
마을 주민, 학교 학생 수십명 앞에서 성양은 노래를 불렀다. "처음엔 떨렸죠. 그래도 '나도 이런 걸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스트레스도 풀리고 자신감도 생겼어요."
3학년이 될 무렵, 성양은 다른 교사들이 깜짝 놀랄 만큼 변해있었다. 샛노랗게 염색한 머리는 까맣게 바뀌었고, 학교도 꼬박꼬박 나왔다. 친구나 가족과 싸우는 횟수도 줄었다. 대학에도 가고 싶어졌다. 항상 "할 수 있다"고 칭찬해줬던 김 교사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성양은 고3 1년간 열심히 공부한 끝에 올 초 배화여자대학교 영어통번역과에 수시로 합격했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영어권 국가에 나가 돈도 벌고 사는 게 꿈이다.
김 교사는 "문제아라고 하면 '옛날에 너 그랬잖아' 하고 선입견을 갖고 보는데, 선생님은 그러지 말고 아이들을 꼭 믿어줘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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