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대 장애인 만학도의 포부는 '여대생'
  • 입력 : 2006.01.07 17:13 / 수정 : 2006.01.07 17:13
    • “장애 아동들이 꿈을 당당하게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다음달 9일 4년제 대안학교인 성지중ㆍ고를 졸업한 뒤 3월에 호원대 아동복지학과에 진학할 예정인 1급 장애인 양진수(46ㆍ여)씨의 올해 포부다.

      한 살 때 소아마비 장애인이 된 뒤 초등학교 입학조차 포기하고 집에서만 지내다 결혼해 아이까지 낳은 양씨가 만학도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것은 외아들 유석이가 두 돌이 되던 1999년이었다.

      “유석이가 커서 ‘엄마 어느 학교 나왔어’하고 물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들었어요. 공부를 시작조차 못 했던 것에 대한 한(恨)도 있었고요”

      검정고시로 초등학교 졸업자격을 얻은 뒤 마흔이 넘은 나이에야 처음 학교에 다니게 된 된 양씨는 대중교통조차 이용할 수 없는 처지여서 직접 전동휠체어를 몰고 집에서 4㎞ 떨어진 학교까지 매일 오가야 했다.

      휠체어를 몰면서 손목 신경의 일부가 망가져 수술을 해야될 처지에 놓이기도 했지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학교를 거르지 않았다.

      양씨는 “첫 날 교과서를 받아 든 감동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동안 꿈에서나 그리던 소풍이나 수학여행, 시험 등을 경험할 수 있어서 행복했고 공부의 즐거움도 맛봤다”고 지난 학창생활을 회상했다.

      “뒤늦게 시작한 공부의 어려움도 있었고 장거리를 휠체어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지만 배우고 싶은 욕심이 이 모든 것을 극복하게 해 주더라”는 양씨는 장애 아동들과 학부모들을 위한 카운슬러가 돼 이들이 꿈을 당당하게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게 남은 인생의 목표다.

      장애인 스스로 움츠러들게 하는 사회의 편견과 어려운 가정 환경 때문에 공부를 하지 못했던 자신의 쓰라린 후회를 되풀이하는 장애인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이런 꿈을 키웠다.

      그는 “장애 아동들이 꿈을 당당하게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앞으로 사회복지사나 보육교사 자격증도 따서 장애인들과 배움의 때를 놓친 사람들 모두에게 힘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Posted by 행복자
,
  • [사람들] 대안학교 성지高 늦깎이 졸업생들
  • 손자 안고 받는 '빛나는 졸업장'…"대학 진학해 공부 더 할래요"
  • 崔賢默기자 seanch@chosun.com
    崔寶允기자 spica@chosun.com
    입력 : 2003.02.07 19:46 / 수정 : 2003.02.07 19:46
    • 만학의 꿈을 이룬 성지고 졸업생들이 7일 졸업식장에서 활짝 웃고 있다.최효순 박해숙이점순 백현옥 이태인씨(오른쪽부터)/전기병기자
    • 7일 오전 서울 강서문화회관 대강당. 일반학교에 적응 못한 청소년들과

      만학(晩學)의 길에 나선 학생들을 위한 대안학교인 성지고(서울 강서구

      화곡동 소재) 졸업식이 열렸다. 60대 할머니부터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10대 청소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졸업생 500명이 졸업장을 받았다.

      늦깎이 졸업생의 두 팔에 안긴 손자 손녀들 모습도 보였다.

      충북 옥천군 두메산골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나온 뒤 상경한 이점순

      (李点順·53)씨. 배움의 열망을 못 이겨, 학원에서 검정고시를 본 후

      2000년 성지고에 입학했다. 올해 가톨릭대학 아동학과 입학이 확정된

      이씨는 “대학을 졸업한 뒤 딸과 함께 유아원을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졸업장을 받은 백현옥(白鉉玉·55)씨도 남편의 적극적 뒷바라지로 올해

      경기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게 됐다. 그녀는 “처음엔 보험회사에

      다니며 밤 12시에 들어와 오전 3시까지 공부하는 생활이 힘들었지만 곧

      자신감이 들었다”며 “내가 열심히 공부하니까 고등학교 다니던

      막내아들도 맘잡고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남편 김영근(57)씨는

      “여보, 정말 수고했어”라는 말을 연신 내뱉으며 백씨를 꼭 껴안았다.

      이날 졸업생 중 최고령인 최효순(崔孝淳·68)씨는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공부를 계속해서 박사학위까지 받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루 3시간만

      자고 나머지 시간엔 늘 공부에 매달렸다고 한다. 최씨는 “막상 졸업장을

      받고 나니 기쁜 마음과 6년 동안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과 헤어지게 돼서

      서운하기도 하다”며 아들들과 함께 식장을 나섰다.

      이태인(李太仁·63)씨는 60~70년대 남녀 혼성 ‘시온선교단’에서

      아코디언 주자로 활약했던 ‘멋쟁이’다. 올해로 10년째 교도소와

      경로당을 돌며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어린이집 원장인 딸 신희정씨는

      “제가 이 일을 하는 것도 어머니 영향이 크다”며 “어머니 보면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계속한다”고 말했다.

      3년 개근상을 받은 박해숙(朴海淑·65)씨. 지난 1989년 남편이 병환으로

      숨진 뒤 식당일로 자녀를 키우면서 성지학교를 졸업한그녀는

      “손자들한테 공부 못하는 할머니라고 무시당하기 싫어 딸이 사준

      녹음기로 밤마다 수업내용을 복습해가며 공부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번에 서울정보기능대학 패션디자인학과에 합격했다. 그녀는

      “독거노인들에게도 폼나는 옷을 입혀주고 싶다”고 말했다.

Posted by 행복자
,

성지고(高)엔 '부활의 가르침'이 있다

  • 입력 : 2009.02.06 04:01 / 수정 : 2009.02.06 08:43

'자퇴·가출·신체장애'… 公교육이 버린 학생들 '위대한 졸업'
"선생님 덕에 어둠 잊어"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사춘기에 접어든 중1 때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오토바이 폭주족 생활도 했고, 공부와는 담을 쌓아 결국 고1 때 자퇴를 했다. 2005년 1월의 일이다.

그랬던 추형주(20)군이 5일 성지고 졸업식에서 국회의원상을 받았다. 경희대 스포츠지도학과의 합격통지서도 받아놓은 상태다. 작년 10월 전국체전에서 보디빌딩 금메달을 따낸 추군은 한국 최고의 보디빌더와 트레이너가 될 꿈을 갖고 있다.

이날 서울 강서구민회관에서 열린 대안학교 성지중·고의 졸업식은 자퇴·가출·신체 장애 등의 역경을 딛고 졸업장을 따낸 이들의 패자 부활 스토리로 가득차 있었다. 명문대 입학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들은 누구보다 큰 성취를 해낸 자부심에 뿌듯해 했다. 기존의 공교육에서 탈락한 이들이 어떻게 이곳에서 부활에 성공했을까.
5일 식장에서 삼삼오오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성지고 21회 졸업생과 교사들. 제자들의 얼굴이 굳어있자 이종진 교사(신민철군의 담임)가 춤을 추어 표정을 환 하게 해주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란₩김선진양, 추형주군, 고진희 교사, 신 민철군, 박진철 교사, 이승헌군. 휠체어에 앉은 화사한 한복 차림의 박영옥씨는 하 반신 장애에도 4년간 개근하며 졸업했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문자 메시지 보내는 선생님

160cm 조금 넘는 앳된 체구의 신민철(18)군이 살아온 역정은 참으로 기구했다. 열세살 때 아버지는 부도를 낸 뒤 10억원의 빚을 남긴 채 중국으로 도피했고 어머니는 가출했다. 그에게 남은 것은 월세 15만원짜리 단칸방과 거동도 힘든 할머니(75)뿐이었다.

신군은 "내가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는지 너무 억울해 한달 간 가출도 했다"고 말했다. 이날 졸업식에서 신군은 남부지검소년장학재단 이사장상을 받았다. 그는 호서전문학교의 e비즈니스학과에 진학할 예정이다.

"3년 동안 거의 매일 선생님이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줬어요. '밥은 먹었니' '잘 지내니' 이렇게 관심을 가져 주셨죠."

그는 한 달에 6일밖에 학교에 나가지 못했다. 빚쟁이들 독촉으로 월 50만원의 이자를 갚아야 했기 때문에 매일 일을 해야 했다.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에서 쇼핑 고객의 짐을 주차장까지 옮겨주는 '짐꾼' 아르바이트를 한 그는 한 달에 주어지는 휴무일 6일을 모두 평일로 돌려 학교에 갔다.

"일반 고교였다면 불가능했겠죠. 선생님들이 과목별로 노트 정리를 해서 저에게 주셨어요."

19년째 재직하는 함익주 교사는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누군가 사랑해주고 관심을 가져준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과거는 과거, 오늘은 오늘

이날 졸업한 김선진(여·22)씨는 가정 불화로 초등학교 5학년 때 가출을 했다. 그는 오는 3월 간호조무사 자격증 획득을 눈앞에 두고 있다. 대학 진학을 노릴 실력이지만 학비가 없어 우선 자격증을 딴 뒤 돈을 벌어 내년에 도전할 계획이다.

김씨는 "중2 때 학교를 떠난 뒤 험한 경험도 많아 쉽게 마음을 열기 힘들었다"면서 "하지만 성지고 선생님들과는 친구보다 더 편하게 얘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준비할 형편도 안 됐지만 담임선생님이 국비로 보조받는 프로그램을 찾아내 알려줬다"고 말했다.

김씨의 담임 김채경 교사는 "예전에 그랬으니 지금도 이럴 거야 라고 보는 단정은 절대 금물"이라며 "늘 '과거는 과거, 오늘은 오늘'이라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눈높이 맞춰주는 선생님들

경북 영주 출신의 김란(여·20)양은 아버지의 주벽(酒癖)에다 어머니의 사채 빚으로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자 고모집과 삼촌집을 전전했다. 사채업자들이 학교로 찾아와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학교도 그만두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하지만 그는 3년 동안 성지고에서 내리 반장을 맡으며 신구전문대 치위생학과에 합격했다. 김양은 "나처럼 중학교 과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학생에게 선생님들이 중학 교재를 가져와 가르쳐줬다"면서 "선생님들이 우리에게 눈높이를 맞춰주던 모습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고교를 3곳이나 전전했고 우울증 치료까지 받았던 이승헌(19)군은 성지고로 옮겨 한양대 체육학과에 합격했다. 그는 "입시 준비하기에 기초가 너무 부족하고 학원 다닐 형편도 안돼 방과 후 영어·수학 선생님들을 교무실로 찾아가 배웠다"면서 "중학교 과정부터 가르쳐 준 선생님들이 무척 고맙다"고 말했다.

성지중·고등학교

다른 학교에서 자퇴했거나 방황하는 아이들, 뒤늦게 학업을 시작한 중·장년층이 다니는 대안학교. 학력이 인정되는 서울의 3개 대안학교 중 하나다. 1972년 빈민층을 위한 야학시설로 출발해 모두 1만20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역경을 딛고 졸업하는 서울 성지고 학생들의 졸업식이 5일 서울 강서구민회관에서 열렸습니다. /조인원 기자
Posted by 행복자
,

스토리

뉴스, 스크럽 2012. 5. 21. 18:17
대안학교 성지고 학생들 '인생 그라운드' 필승 스토리
● 고교 축구 선수권
최근 고교축구 신흥 강호
"16강 진출엔 실패했지만 우린 꼭 되살아나죠"
해남=윤희영 기자 hyyoo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에이, XX!"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또 한 명이 그라운드를 빠져 나왔다. 그 뒤로 주심이 빨강색 카드를 높이 들었다. 벌써 3명째 퇴장. "별로 심한 반칙도 아닌데 오늘따라 판정이 너무 엄격하네요."

지난 17일 해남에서 벌어진 제63회 전국 고교축구 선수권대회(조선일보·스포츠조선·대한축구협회 공동 주최) 7조 경기. 성지고는 3명이 퇴장당해 8명이 싸우는 불리한 상황에서 안동고에 0대3으로 졌다.

1승1패로 동대부고와 함께 3팀이 동률을 이뤘지만 골득실차로 16강 진출 실패. 그래도 선수들은 기 죽은 표정이 아니었다. "우린 실망하지 않아요. 워낙 당하면서 살아 왔거든요. 하지만 꼭 되살아나죠. 그래서 우리 별명이 '악돌이'잖아요." 3년생 포워드 김정섭의 말처럼 이날 경기장엔 '우리는 악돌이다. 성지 파이팅!'이란 플래카드가 펄럭였다.

서울 화곡동에 있는 성지고는 대안학교다. 다른 학교에서 퇴학당하거나 방황하던 '문제아'들, 그리고 뒤늦게 학업을 시작한 중·장년층이 다니는 '서울시교육감 지정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이다. 70년대 초 빈민층을 상대로 한 야학시설이었다가 1978년 강서청소년직업학교가 됐고, 1982년 성지중·고등학교로 학교 이름이 바뀐 뒤 2001년 대안학교로 지정됐다.
▲ 16강 진출엔 실패했지만 그들은 실망 대신 더 나은 미래를 꿈꾼다. 해남에서 열리고 있는 전국고교축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성지고 선수들. 성지고 제공

지난 2006년 7월 창단된 축구팀도 '외인구단'이다. 다른 학교에서 축구를 하다 포기했거나, 주전 경쟁에서 밀려난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전체 40명의 선수 중 생활보호대상자가 5명이다. 학교엔 운동장도 없다. 경기도 파주시립 운동장을 빌려 쓰고 있다. 감독 김인배씨 역시 다른 학교에서 쫓겨난(?) 사람이다. 전 소속 팀을 6차례나 결승에 진출시켰지만 학교 재단에 밉보여 떠밀리다시피 나왔다.

학교 특성상 특기생을 받을 여건이 안 되지만 성지고는 고교축구 신흥 강호로 인정 받고 있다. 작년 청주 직지배 초청대회 준우승, 부산MBC대회 4강, 서울시 교육감배 준우승을 차지했다. 부산MBC대회 때는 페어플레이상까지 받았다. 축구팀이 정규학교들을 잇달아 누르고 좋은 성적을 내자 그 동안 이 학교 출신임을 숨기고 싶어했던 선배들이 모여들었고 자연스럽게 동문회가 결성됐다. 여의도에 사무실을 냈고, 일부 동문들은 대회 때마다 깃발을 만들어와 응원을 하고 선수들 회식자리까지 마련해주고 있다.

김한태 성지고 교장은 "우리 학교는 거대한 용광로"라고 말한다. "못 쓰게 된 숟가락부터 녹 슨 고철, 버려진 폐철까지 모두 녹여 새로운 훌륭한 제품으로 만들어내고 싶다"고 했다.

Posted by 행복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