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태양열 발전은 물 필요 없고 일자리 늘리는 게 장점” [중앙일보]
2010.04.13 00:33 입력 / 2010.04.13 00:53 수정
세계적 환경전문가 레스터 브라운 지구정책연구소장
브라운 박사는 한국어로도 번역된 『플랜 B 3.0』『지구의 딜레마』『식량대란』의 저자다. 환경문제를 다룬 책을 50권 넘게 출간했다. 이 책들은 4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다. 1974년 록펠러재단 후원으로 환경연구기관인 월드워치연구소를 만들어 지금까지 이끌고 있다. ‘지속 가능한 개발’이란 개념을 창안한 사람이 바로 그다. 다음은 일문일답.
-기상이변으로 지구촌이 힘겹다. 이유가 뭔가.
“설명은 가능하다. 미 동부 폭설은 엘니뇨 탓에 따뜻한 공기와 차가운 공기가 만났기 때문이다. 폭설은 재미있는 현상이다. 3월초 퇴근 때 워싱턴 거리를 걷는데 강한 바람이 얼굴에 몰아쳤다. 북극에 선 느낌이었다. 집에 도착해 날씨 채널을 보니 북극권의 그린란드 온도가 화씨 47도(섭씨 8.3도)라고 했다. 우리는 북극 날씨를 경험하는데, 훨씬 더 북쪽인 그린란드에선 얼음이 녹고 있었다. 이례적인 역전 현상이다.”
-지난 겨울 북반구의 추위로 지구온난화에 대한 회의론자가 늘었는데.
“북반구 기온은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예컨대 알래스카나 북캐나다에선 정상기온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남쪽에선 예년 겨울보다 더 추웠다. 그렇다고 해서 전체적 패턴을 바꾸진 못했다. 평균기온은 올라가고 있고 여름엔 북쪽에서 서쪽으로 얼음이 녹고 있다. 그린란드 얼음덩어리와 빙하가 녹고 있다. 더 크게 보면 온난화의 문제다.”
-코펜하겐 기후 정상회의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국제적으로 협상된 기후협정은 더 이상 못 쓰게 됐다는 게 내 생각이다. 구조적으론 어떤 대표단도 수긍하고 인정하려는 태도보다 게임을 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표단 구성도 그렇다. 과학자가 아닌 외교관과 변호사들이 주로 협상을 한다. 외교관과 변호사가 모였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우리가 만드는 상황이 결과가 이미 성공적이지 못할 것이라고 말해준다.”
-세계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성공할 수 있을까.
“지구촌 기후 문제는 국제협상보다 각 나라의 행동에 달려 있다고 본다. 그린 경제를 만들려는 노력과 경쟁이 에너지 변화를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미국이 이산화탄소 배출 1위 국가 아닌가.
“미국에도 주목할 변화가 있다. 지난 3년간 새로운 화력발전소 건설을 금지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됐다. 이젠 기존 40개의 화력발전소가 문을 닫기 직전의 단계다. 우리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초 미국 자동차는 2억5000만 대에서 2억4600만 대로 400만 대가 줄었다. 2020년쯤엔 지금보다 10%가량 줄 것으로 예상된다. 나는 시골에서 자랐는데 움직이려면 자동차가 꼭 필요했다. 지금은 81%가 도시에 산다. 대중 교통수단을 이용하면 된다. 워싱턴만 해도 63%의 가구만이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우리 세대와 달리 인터넷과 핸드폰으로 친구를 만난다.”
-중국은 어떨까.
“중국 역시 계속해서 화력발전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풍력 발전 비율을 매년 두 배씩 증가시키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금 건축중인 풍력발전소는 10만MW급인데 완성되면 중국이 그린에너지 혁명을 주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국으로 넘어오는 중국 황사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대책은.
“중국 북서쪽과 몽골 서쪽 황사의 주요 원인은 과도한 방목이다. 1978년 경제개혁 이후 중국 정부는 가축 수에 대한 통제를 잃었다. 미국의 양과 염소가 800만 마리인 반면 중국은 2억8000만 마리를 넘어섰다. 두 나라의 방목 능력은 비슷한데도 말이다. 결국, 초지와 나무가 파괴됐고 양과 염소는 먹을 게 없어지자 서로 털을 뜯어 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에선 애완견에게 옷을 입히지만 중국에선 양과 염소의 털을 보호하기 위해 베이징에서 버린 헌옷을 입힌다. 중국 정부가 가축의 수를 지금보다 반 이상 줄이지 않는다면 한국은 계속해서 황사를 겪을 것이다. 1930년대 미국도 과다한 방목으로 황사를 겪었지만 정부가 재빨리 통제했다. 지금의 중국 황사는 역사적으로 가장 심한 황사로 기록되고 있다.”
-90년대 중반부터 중국발 식량위기를 언급해 왔다. 본격적 위기는 언제쯤 닥칠까.
“콩에서 벌써 시작됐다. 중국은 그동안 곡물 자급에 신경을 많이 썼다. 하지만, 물부족의 문제가 생겼다. 지난해 중국인은 5600만t의 콩을 먹었는데 1500만t은 생산했고, 4100만t을 수입했다. 이게 아마존 벌채를 불렀다. 콩은 주로 미국·브라질·아르헨티나에서 재배된다. 미국 콩 재배지는 이제 밀 재배지 보다 더 넓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선 모든 곡물을 더한 양보다 더 많은 콩을 생산한다. 그러니 이들 국가의 다른 곡물 생산에 압박이 온다. 중국 때문이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중국은 콩을 세계에 소개한 나라다. 5000~6000년 전부터 중국은 콩을 재배했다. 하지만, 이젠 중국이 수입하는 콩 때문에 곡물 재배에 왜곡이 왔다.”
-중국 물부족은 어느 정도 심각한가.
“인도에서 물에 관한 데이터는 군사보안처럼 기밀이다. 중국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연구할만한 자료를 내놓지 않고 있다. 그래서 말하기 힘들다. 하지마 심각한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미국도 캘리포니아에서 물부족이 심각하지 않나.
“캘리포니아 인구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도시 또한 성장한다. 더 많은 물이 점점 더 필요하다. 캘리포니아가 물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농사에 필요한 물을 줄이는 거다. 그래서 올해 50만 에이커(약 2023㎦)의 땅은 재배되지 못한다. 캘리포니아의 채소 생산은 아주 생산적이지만 물부족으로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채소와 과일 공급에 영향을 줘 가격을 높일 것이다.”
-곡물가 상승의 해결 방안은 뭔가.
“미국의 경우 곡물을 자동차에 쓰는 연료로 전용하는 게 문제다. 곡물은 지난해 4억1500만t이 생산됐는데 4분의 1 이상이 에탄올을 만드는 데 사용됐다. 이게 결국 지난 3년간 곡물 가격을 급격하게 높였다. 다시 말하면 식량과 석유 경제가 통합됐다. 곡물을 석유로 만들 수 있으니 유가가 올라가면 곡물 가격 또한 따라서 올라간다. 이젠 새로운 상품을 디자인할 때 석유에 덜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처럼 원천적으로 식량을 자급할 수 없는 나라는 어떤 전략을 써야 할까.
“40~50년 전엔 한국이나 일본은 곡물의 자급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 두 나라는 섭취량의 70%만 자급한다. 이제 우리 모두 먹이사슬에서 좀 더 아래 단계로 가야 한다고 본다. 우리 모두 가축이 생산하는 육류를 너무 많이 섭취하고 있다. 식단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대체 에너지가 일자리를 줄인다는 주장은 어떻게 생각하나.
“석유 산업엔 많은 노동이 필요하지 않다. 대체로 기계화돼 있다. 그러나 풍력발전은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 태양열 발전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아직도 사람들이 모르는 대체 에너지의 가장 중요한 장점은 물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석유가 최고점을 지나고 있는 것처럼 수자원 역시 최고점에 육박했다.”
-지속가능한 성장은 가능한가.
“나는 성장이란 단어가 크게 도움이 되는 단어라고 보지 않는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고가 나면 폐기물을 처리하는 게 성장이다. 석탄 발전소에서 일하다 호흡기에 장애로 병원에 가는 것도 성장이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음식·교육·건강과 같은 우리의 기본 욕구를 지구 기후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지속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느냐의 문제다.
워싱턴=최상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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