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박지성

생활건강 2010. 3. 23. 11:05

맨체스터에서 7박 8일, 박지성 최전방 관찰기 [조인스]

글로벌 브랜드가 된 박지성. 슈퍼스타라는 타이틀 뒤 인간 박지성은 여전히 순수하고 수줍음 많고 소탈하기 그지없다. 멋도 없고 기교는 더욱더 없는 박지성과 함께한 맨체스터에서의 7박 8일. 그는 작정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기획_박진영 기자 취재_최원창(JES 기자) 사진_이주연(프리랜서)

prologue… 11년, 박지성과의 인연을 말하다

장미꽃처럼 스스로 강렬하기보다는 다른 이들이 빛나게끔 배려하는 너른 품을 지녔다. 좀처럼 쉽게 자신을 꺼내 보이지 않지만 누구에게도 배타적이지 않다. 한 송이보다는 여러 송이가 모였을 때 비로소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안개꽃처럼 인간 박지성에게는 달콤하면서도 은은한 향기가 풍긴다.

지난 1월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발간할 박지성의 자전적 에세이(중앙북스) 작업 때문에 맨체스터를 찾았다. 일주일간 9시간의 인터뷰. 지난 11년간 그를 인터뷰한 모든 시간과 맞먹을 만큼 긴 시간을 그와 함께했다. 그곳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초특급 스타가 아닌 맨체스터 윔슬로의 평범한 청년을 만났다. 돈, 일상, 결혼, 월드컵 그리고 박지성의 또 다른 꿈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그는 무척이나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천만 달러의 사나이…
한 해 수입만 120억원, 검소함이 몸에 밴 알뜰 살림꾼


박지성에게 지갑 안을 보여 달라고 했더니 6∼7년은 족히 썼을 법한 낡은 지갑을 꺼내 들었다. 지갑 안에는 60파운드(약 12만원)가 들어 있었다. 신용카드 2개와 도핑테스트센터 출입증이 고작이었다. 흥미로운 걸 기대했던 기자의 표정을 알아차린 듯 그는 “별것이 없어 솔직히 실망했죠?”라면서 웃었다.

박지성은 ‘천만 달러 사나이’로 불린다. 70억원의 연봉에다 각종 수당과 보너스, 스폰서 후원액과 TV 광고료까지 합치면 한 해 수입이 12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한국의 스포츠 스타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수입을 올리는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다. 경기도 용인시에는 250억원을 호가하는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의 박지성 빌딩이 서 있고, 부모님을 위해 선물한 36억원에 달하는 저택도 있다. 재테크와 세무 관리 등을 전담해 주는 TFT(태스크포스팀)가 있을 만큼 박지성은 금융권에서 VIP보다 상위급인 VVIP 대우를 받는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돈에 무감하다.

“영국에서는 돈 쓸 일이 거의 없어요. 점심 식사도 가끔 구단에서 먹고 오는 경우를 빼면 거의 집에서 해결하는 편이거든요. 한국에 가서 친구, 동료들과 만나면 대부분 제가 돈을 내는 편이지만 큰돈을 쓸 일은 없어요.”

그의 절친으로 알려진 정경호 선수(강원)는 “오랜만에 만나 식당을 찾았는데 지성이가 비싼 곳에는 가지 말자고 하더라. 경제도 어려운데 구설수에 오를 수도 있다면서 조심스러워했다”고 귀띔했다.

아닌 게 아니라 박지성은 검소함이 몸에 뱄다. 2006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이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전지훈련 할 때였다. 살인적인 물가로 유명한 영국에 처음 온 후배들이 숙소에서 몇 분 통화하지 않았는데도 엄청나게 청구된 국제 전화비에 놀라자 박지성은 중국 상점에서 저렴하게 파는 국제 전화 카드 사용법을 알려줬다. 10파운드(2만원)에 국제 전화 200분을 걸 수 있는 카드를 받아든 후배들은 박지성의 알뜰함에 혀를 내둘렀을 정도.

박지성은 부유하게 자라지 못했다. 부모님은 정육점과 반찬 가게를 하며 외동아들을 뒷바라지했다. 어머니 장명자씨는 어린 시절 청바지 한 벌 제대로 사주지 못해 운동복만 입고 외출하던 아들의 뒷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지금도 눈시울을 붉히곤 한다. 그는 “어린 시절 우리 집 앞에 서 있는 고급 자가용을 보고 돈 많이 벌면 어머니께 멋진 자가용을 사드리고 싶었다. 돈 욕심을 느낀 건 그때가 유일했다”고 회고한다. 그가 돈을 받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교토에 입단할 때였다. 자신이 받은 계약금으로 IMF 때 쌓인 빚을 갚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풍족하게 살지는 못했어도 돈을 좇지는 않았어요.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다 보면 돈은 크게 문제되지 않더라고요.”

최대 고민은 결혼…
사랑 한 번 못하고 보낸 20대, 노총각의 절실한 자기 홍보


박지성에게 최근 가장 큰 고민이 뭐냐고 물었다.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4연패라거나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입이라는 부담감, 보다 많은 골을 넣으라는 주변의 기대감 같은 답변을 예상한 질문이었다. 그런데 그는 “결혼이다. 주변에서 결혼을 재촉하는 잔소리 때문에 히스테리가 생길 것 같다”라면서 연신 뒷머리를 긁어댄다. 한국 나이로 서른 살. 아닌 게 아니라 운동선수치고 많이 늦은 결혼에 주변의 성화가 대단한 모양이었다.

“맨유에 막 입단할 때 빡빡한 일정을 받아들고 아버지께 ‘결혼은 다했네요’라고 농담했거든요. 진짜 눈 깜빡하는 사이에 6년이 흘러 버렸어요. 1년에 9개월 이상을 영국에 머물다 보니 좀처럼 사람을 만날 시간이 없네요.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려 아이들도 낳고 휴일에는 가족과 함께 소풍도 가는 평범한 일상을 갖고 싶어요.”

대답을 하는 그의 표정은 간절해 보였다. 주위에서는 맞선을 보라고 성화지만 내키지 않는다. 한번은 아버지가 의사와 맞선을 보라고 하자 “아침에 수술하고 온 사람과 어떻게 사느냐”고 슬며시 농을 치며 비켜갔다. “의사라는 직업이 싫은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지 않은 만남이 불편하다. 맞선 자리는 어색하고 쑥스러워서 당최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그는 맞선을 보면 결혼해야 하는 줄 안다.

맞선을 보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혹시나 상대방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난처해질 수도 있어서다. 한때 인터넷에 ‘박지성과 결혼할 여자의 25가지 조건’이 유행한 적이 있다. ‘살림에 소홀하면 태클 예상’ ‘결혼과 동시에 모든 여자의 공공의 적’ 같은 재미난 얘기도 있지만 박지성 때문에 겪어야 할 불편한 유명세에 관련한 내용이 대다수였다.

“나와 결혼하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유명세에 관련된 내용을 읽을 때면 마음이 무거워져요. 그래서인지 사람을 쉽게 만날 수가 없어요.”

사실 그가 바라는 여성상이 특별하지는 않다. 자신의 특수한 직업을 이해해 주고 어른들을 공경할 줄 아는 현명한 여성을 바란다. 물론 얼굴도 몸매도 예쁜 여자였으면 더할 나위 없다. 그의 아버지는 ‘순대국집 딸’처럼 생활력 강하고 활발한 여성을 며느리로 얻기를 원하지만. 만나는 여성이 없어 속상한 그를 더 슬프게 만드는 건 뜬금없는 스캔들의 주인공이 돼야 할 때다. 종종 연예인들과 열애설이 터져 나오곤 했고, 때로는 대기업 간부 딸, 영국 유학생 등 대상도 다양했다. 최근에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일본 배구 선수 기무라 사오리와도 열애설이 났다. 그 기사를 읽은 후에 그는 에이전트에게 “기무라가 누구야?”라고 물었단다.

“그분은 나보다 키도 큰 것 같던데, 난 나보다 큰 여자와 사귈 생각은 없어요(웃음). 이제는 제발 열애설 말고 진짜 열애를 해야 할 텐데 걱정이에요. “이제껏 살면서 아직 뜨거운 사랑을 해보지 못했다. 애틋한 사랑을 해보지 못하고 20대를 보냈다는 게 가끔은 슬플 때가 있다”는 그의 말을 들을 때는 괜스레 측은해졌다. “내 스스로 평가해도 난 그다지 까다로운 성격은 아니에요. 누구에게 의존하지 않고 내가 알아서 다 잘하거든요. 나도 자상하고 속 깊고 누구보다 가정적인 남편이 될 자신이 있어요.” 결혼이 간절한 노총각 박지성의 자기 홍보는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더 자세한 인터뷰 내용은 여성중앙 4월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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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프런트] 음식쓰레기 수거 즉시 배출정보 시청에 온라인 전송 [중앙일보]

2010.03.23 01:27 입력 / 2010.03.23 02:30 수정

종량제 첫 시행 전주시 … 현장 동행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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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3시 전북 전주시 삼천동 완산소방서 사거리. 찬바람이 몰아치는 새벽 거리를 달려온 음식물 전용 수거차량이 해물 음식점 앞에 섰다. 도로변에는 밥·반찬 찌꺼기가 뒤섞인 플라스틱 통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음식점이 전날 오후 11시쯤 내놓은 것이다.

차량 리프트에 통을 올리자 110㎏, 85㎏이라는 중량 표시가 나타났다. 이 숫자는 배출 날짜와 시간, 음식점 주소지, 업주 이름 등과 함께 운전석 옆 PC 모니터에 자동으로 떴다. 이후 시내를 1시간가량 돈 수거차량은 전주시 팔복동 음식물자원화센터에 들어가 음식물 쓰레기를 쏟았다. 이렇게 모아진 음식폐기물은 물기를 뺀 뒤 말려 퇴비로 만들어졌다.

오후 9시에 나와 새벽 6시까지 근무한다는 이진선(34)씨는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과 장소·일시 등 정보가 자동으로 한꺼번에 처리돼 작업이 편리해졌다”며 “음식점의 경우 지난해보다 폐기물이 30% 이상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에는 음식물 비닐봉투가 거리·골목 곳곳에 버려져 지저분하고 악취가 코를 찌르곤 했는데, 지금은 통을 사용하기 때문에 거리가 깨끗하고 악취도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쓰레기를 배출한 양만큼 돈을 내는’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국 지자체 중 이를 처음 실시한 전주시의 경우 음식물 쓰레기가 전년보다 12% 줄었다. 배출량이 매년 7~8%씩 증가하던 것을 감안하면 실제 감소효과는 20%나 된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주시가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를 도입한 것은 지난해 4월. 김형준 자원관리과장은 “음식점이 5300여 개로 타 지역보다 훨씬 많고, 반찬이 20~30가지나 될 만큼 상차림이 푸짐한 탓에 음식물 쓰레기가 급증해 골머리를 앓았다”고 말했다. 실제 전주시민 1인당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은 연평균 108㎏으로 전국 평균보다 20㎏ 정도가 많다.

전주시는 종량제에 첨단 정보기술(IT)을 접목했다. 개인주택·음식점·공동주택용으로 구분해 지급한 음식물 통에는 RFID(무선주파수인식장치) 시스템을 활용한 전자태그가 부착돼 있다. 음식물 통이 수거차량에 올라가면 전자저울이 그 무게를 자동 계산하고 전자태그 속에 든 개인정보를 읽어 PC에 저장한다. 이 정보는 곧바로 시청의 서버로 전송된다. 시청은 이들 자료를 근거로 수수료(가정용 L당 30.7원, 업소용 ㎏당 37.4원)를 부과한다. 수거 방법도 예전에는 20~30가구씩 한 지역에 거점별로 모았으나 지금은 가구별로 문 앞에서 수거한다.

전주시는 1년간 종량제 시행 결과,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4월 이후)이 하루 평균 233t으로 전년 동기(261t)보다 28t이 줄었다. 이 같은 성과 덕분에 우수행정 사례로 뽑혀 행안부장관상과 특별교부세 2억원을 받기도 했다. 이를 벤치마킹하려는 다른 지자체 관계자들의 발길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전국 80여 개 시·구청 공무원들이 찾아와 현장 견학을 했다. 올 1월에는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실이 마련한 음식물 쓰레기 감량 대책 회의에 전주시 관계자들이 초청받기도 했다.

송하진 전주시장은 “처음에는 주민들이 불편하다며 반발하기도 했지만, 지속적인 설득 결과 이제는 적극적인 동참자로 바뀌었다”며 “ 전주시를 전국에서 가장 청결한 문화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사진=오종찬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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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들 엄마

생활건강 2010. 3. 23. 10:09
미혼모들 엄마’ 한상순 애란원 원장 [중앙일보]

2010.03.23 01:24 입력 / 2010.03.23 02:23 수정

“10대 미혼모 학교서 내치면 안 돼
공부해야 취업 … 그래야 자립하죠”

청소년 미혼모의 학습권이 주목 받고 있다. 지난 16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임신을 이유로 자퇴를 강요하는 것은 명백한 학습권 침해”라며 “청소년 미혼모에게도 교육 받을 권리는 예외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임신 때문에 K여고에서 자퇴해야 했던 김수현(19)양이 제기한 진정 결과도 공개했다.

인권위 권고에 따라 김양은 재입학했고 학교장은 관할 교육청으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다. 김양은 지난해 12월 딸을 출산한 뒤 올해 K여고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했다.

인권위는 미혼모 시설인 ‘애란원’ 한상순(60) 원장에게 K여고와 협의해 달라고 도움을 청한 사실도 밝혔다. 한 원장은 28년 동안 미혼모들과 함께한 ‘미혼모들의 어머니’다.

지난 28년 동안 미혼모의 자립을 도운 ‘애란원’ 한상순 원장. 한 원장은 “미혼모가 학업을 마치지 못하면 자립하기 더 어렵다”며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김경빈 기자]
19일 서울 서대문구 대신동에 있는 애란원에서 한 원장을 만났다. 그는 “10대 미혼모들이 공부를 해야 취업할 수 있고, 취업을 해야 자립할 수 있다”며 “자립만이 청소년 미혼모가 재임신을 반복하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여고와 협의가 쉽지 않았지요.

“재입학을 요청하자 ‘어떻게 임신한 학생이 우리 학교를 다닐 수 있느냐’며 펄펄 뛰더군요. 아, 우리 식구들(미혼모)이 이런 학교 현장에서 왔구나, 그러니까 알아서 자퇴를 할 수밖에 없었구나….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애란원에 오는 미혼모들은 이미 자퇴를 하고 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퇴학 안 당하고 소문 안 나려면 자퇴밖에 방법이 없다고들 하더니….”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교사의 75%가 임신 학생이 주위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는데요.

“저는 그 반대라고 생각해요. 어린 학생이 아기를 가졌으니 얼마나 힘들겠어요. 주변의 친구들이 보면 ‘어릴 때 임신하면 저렇게 고생하는구나. 나는 절대로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지 않겠어요? 살아 있는 성교육이지요.”

-출산과 공부를 병행하는 게 쉽지 않지요.

“하지만 공부하지 않으면 자립할 수 없어요. 저희 애란원도 처음엔 미혼모들에게 공부를 못 시켰어요. 학력을 갖추고 직업 훈련을 하려면 돈과 시간이 많이 드니까 간단한 직업 훈련만 했죠. 그랬더니 사회에 나가 유지를 못하는 거예요. 낮은 학력으로는 간호사라든지 자기가 원하는 일을 못 해요. 노동 집약적인 일밖에 구할 수 없죠. 하고 싶지 않은 일인데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기까지 하니까 자꾸 그만두는 거예요.”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습니까.

“먼저 고졸 학력을 갖춘 다음 기술을 익히게 했어요. 그래야 적성에 맞춰 직업을 선택할 수 있으니까요. 간호사·사회복지사·세무 행정직·컴퓨터그래픽디자이너 등 다양한 직업을 갖게 되니까 자립이 되더라고요.”

-주로 검정고시를 보나요.

“검정고시, 학력 인정 대안학교, 일반 학교 중 본인이 원하는 걸 선택하게 합니다. 저는 가능하면 학교에 다니라고 권해요. 검정고시로도 학력은 얻을 수 있지만, 학교 생활은 꿈을 찾아가는 과정이라서 큰 의미가 있지요. 수학을 너무 싫어하던 한 미혼모는 학교 선생님 덕분에 수학이 제일 좋아졌대요. 자기도 그런 선생님이 되겠다면서 올해 수학 전공으로 대학에 들어갔어요.”

한 원장은 “미혼모들에게 공부할 기회를 줘서 자립하도록 도와주면 사회에도 도움이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미혼모들이 자립하지 못하면 그 자녀들까지 어렵게 살 수밖에 없어요. 미래의 빈곤으로 직결되는 거죠. 그 사회적 비용은 어떻게 감당할 건가요. 또 미혼모들이 공부해 취업하면 당장 기초생활수급자에서 벗어나요. 도리어 국가에 세금을 낸다고요. 게다가 요즘 같은 저출산 시대에 아이를 낳아 건강하게 잘 기르겠다는데 도와줘야지요.”

-최근에 아이를 직접 기르는 미혼모들이 늘어났지요.

“지난해 82%가 양육을 선택했어요. 2000년까지만 해도 20~30%에 불과했거든요. 입양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지요.”

-양육을 선택하면서 공부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겠군요.

“아이 기르기가 힘드니까 공부를 못할 것 같지요? 오히려 반대예요. 목적 의식을 가지고 더 열심히 공부해요. 학력이 있어야 직업을 가지고 아이를 키울 수 있으니까요. 자기 아이한테 ‘엄마는 중학교 중퇴’라고 하기 싫은 마음도 있고요. ”

한 원장은 “청소년 미혼모들은 금세 ‘두 번째 임신’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를 입양 보내고 6개월~1년 정도 정말 심하게 방황을 해요. 밥 대신 술을 먹고 피를 토하거나 정신 질환을 앓기도 하죠. 열다섯 살이라도 엄마는 엄마예요. 첫아이를 남에게 보낸 심정이 어떻겠어요. 그것도 자기 잘못으로. ‘우리 부모는 그래도 자식은 안 버렸는데 나는 더 나쁜 부모’라며 자신을 학대하다가 또 임신을 하죠. 어린 친구들이 임신하는 것은 사회의 구조적인 결함 때문이에요. 성적으로 문란해서가 아니고요. 가정에 있을 곳이 없어서 거리에 나온 아이들에게 남자들이 접근하는 거죠. 열일곱에 두 번째 임신을 한 친구가 ‘난 너무 외로웠을 뿐’이라고 울더군요. 아이들에게 책임 지우는 건 기성 세대가 비겁한 거죠. 꿈을 다시 찾고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의무가 어른들에게 있어요.”

애란원은 다음 달이면 설립 50년이 된다. 10일엔 50주년 기념식, 13일엔 기념 세미나를 연다. 고된 50년이었다. 미국인 선교사(한국이름 반애란)가 애란원을 처음 세웠을 때 ‘처녀가 애를 낳아도 할 말이 있다더니…’ 하는 신문기사가 나올 정도였다. 대기업의 후원은 한번도 받지 못했다. ‘윗분들이 싫어한다’는 이유였다.

한 원장은 딸만 셋이다. ‘당신 딸이면 애 낳게 하겠느냐’는 비난 때문에 잠 못 이룬 밤도 많았다. “미혼모를 도우면 미혼모를 조장한다는데 가정폭력 피해자를 도우면 가정폭력을 조장하나요. 공교육에선 10대 미혼모들을 쫓아내고 언제까지 우리 같은 시설이 편견 많은 사회에서 후원금을 걷어야 하나요. 이제는 사회와 국가에서 감당해야 합니다.”

글=구희령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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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가 추천한 명의] 박중원 국립암센터 간암센터장 → 윤동섭 강남세브란스 외과 교수(췌담
살릴 확률 10%라는 췌장암 … 그럴수록 구하고 싶은 마음 더하죠
[중앙일보]2010.03.22 04:08 입력 / 2010.03.22 06:37 수정
암 치료 성공률 50%인 시대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생존율 10%를 밑도는 난치성 암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췌장암이다. 10년 전만 해도 비슷하게 결과가 나빴던 간암은 현재 생존율이 20% 선이며 폐암도 15%를 넘어섰다. 하지만 췌장암은 여전히 10% 미만이다. 그래도 환자 치료를 위해 매달리는 의사가 있다. 강남세브란스 외과 윤동섭 교수(48)가 주인공이다. 그는 ‘처음부터 치료 결과가 좋은 수술은 없다. 가장 간단한 수술인 맹장 수술도 처음엔 수술 후 사망자가 적지 않았다. 완치의 결실은 집념을 가진 외과의사들의 노력이 더해질 때 얻을 수 있는 열매’란 신념을 가지고 있다.

원양 어선 기관장이었던 아버지는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적었다. 소년 윤동섭은 저녁때면 자녀와 함께 지내면서 동네 사람들로부터 ‘의사 선생님’으로 존경받는 친구 아버지가 부러웠다. 입시 공부로 지칠 때도 항상 친구 아버지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고, 결국 의대 입학에 성공했다.

의예과 2학년 때, 일본에 체류하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은 그를 외과의사의 길로 이끌었다.

“할 일 많을 것 같아” 담도·췌장암 전공 선택

“식구들은 아버지가 병든 사실도 몰랐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피를 토하며 쓰러지신 후 곧바로 사망하셨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죠. 마음속엔 ‘수술로 피 나오는 자리를 묶어주기만 했어도 사시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가득했습니다.” 의학적으로 부친의 사인은 간경변증 합병증 때문에 초래된 식도 정맥류 파열이다.

졸업 후 외과 의사가 된 그는 세부전공을 외과 수술 중 가장 힘든 분야로 꼽히는 담도와 췌장암 분야를 택했다. 미개척분야라 할 일이 많을 것 같아서였다. 의지를 갖고 전공을 정했지만 막상 본격적인 수술을 진행하면서 좌절감이 밀려 왔다. 특히 교수 발령 후 수술한 43세 여자 환자 사연은 지금도 가슴을 저리게 한다.

“췌장 머리 부분에 생긴 2㎝ 크기의 초기 암이었어요. 6시간에 걸친 수술도 성공적이었습니다. 수술 후 재발을 막기 위해 항암 치료도 했죠. 하지만 반 년 후 간에 전이가 된 사실이 확인됐고, 환자는 결국 수술 후 1년 반이 지나 사망했습니다.”(윤 교수)

음식물 분해 효소를 분비하는 췌장과 담도에 생긴 암은 한 덩어리로 취급된다. 수술법도 같은 ‘췌두십이지장 절제술(췌장의 머리 부분·십이지장·담도·담낭 등을 절제한 뒤 남은 담도와 췌장, 그리고 위를 소장과 연결시켜 주는 수술법)’이다.

하지만 5년 생존율은 달라 췌장암은 10% 미만인 반면 담낭·담도암은 30~40%다. 췌장암 예후가 나쁜 이유는 암 세포가 빨리 자라 주변 조직·혈관·림프절 침범도 잦은 데다 위 뒤쪽에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난치성 암을 치료하기에 힘든 점도 많지만 한 명의 생명이라도 건졌을 경우엔 보람도 크다.

“췌장암 생존율이 10%란 건 수술 안 하면 100% 사망했을 환자 100명 중 열 명은 수술 덕분에 살게 됐다는 뜻이죠. 난치병 앞에서도 의사가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입니다.”(윤 교수)

윤 교수는 수술법 개발에도 열심이다. 실제 그는 2년 전 전신 상태가 나쁜 67세 담낭암 환자를 간의 일부를 제거하는 대신 췌장과 십이지장을 살리는 수술을 세계 최초로 시도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 이 수술법은 ‘외과종양학회지(Journal of Surgical Oncology)’에 게재되면서 학계의 인정도 받았다.

로봇을 이용, 췌두십이지장절제술 때 췌장과 소장을 연결하는 수술법 역시 윤 교수가 국내 최초로 시도해 성공했다.

췌장을 살린 담낭암 수술 세계 첫 시도

“의사가 환자를 대할 때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당신과 함께 하겠다’는 마음을 가지면 환자는 힘든 상황에서도 결코 삶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습니다. 생명은 인간이 포기할 영역에 있지 않습니다.” 난치성 암 치료에 평생을 바치겠다는 윤 교수는 환자 치료에 대해 갖고 있는 자신의 소신을 이렇게 요약했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윤동섭 교수 프로필 

▶1987년: 연세대 의대 졸업

▶1987~1992년: 세브란스병원 수련의 및 외과 전공의 수료, 외과 전문의 취득

▶1995~1997: 연세대 의대 외과 전임의

▶1997년 3월~현재: 연세대 의대 외과학교실 교수

▶1999~2001년: 미국 엠디 앤더슨 암센터 연수. 일본 도쿄대학 및 교토대학 외과 단기 연수

▶저술: 2009년, SCI 논문인 『Surgery』에 실린 ‘Clinical validation and risk factors for delayed Gastric emptying based on the International Study Group of Pancreatic Surgery(ISGPS) Classification’를 비롯해 국내외 논문 40편.


박중원 센터장은 이래서 추천했다
“합병증 두려운 노인환자 수술도 망설임 없어”


“의사는 사람 살리는 게 직업이에요. 생명을 경외시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 그런데 윤동섭 교수는 여기에 특별한 뭔가가 더해집니다. 바로 노인 환자에 대한 완치 노력입니다. 현대의학이 발달하면서 최근 10~20년 사이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이전과 달리 고령 암 환자도 전신 상태만 괜찮으면 완치 노력을 기울이는 추세예요. 하지만 췌장암이나 담도계암완치술은 워낙 큰 수술이잖아요? 자연 환자·보호자는 물론 집도의조차 ‘고령자에게 수술까지 해야 할까’란 의문을 품기 쉽습니다. 하지만 윤 교수는 생명을 구하는 일에 연령이 문제될 여지는 없다는 신념을 갖고 있어요.

사실 노인 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예기치 못했던 합병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젊은 사람보다 많습니다. 또 결과가 나쁠 때 가족들로부터 ‘노인을 괜히 고생만 시키다 돌아가시게 했다’는 원망을 받기도 쉽지요. 젊은 환자에 대해선 결과가 나쁠 때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과 대조되는 상황입니다. 이 모든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의사가 치료에 대한 자신감과 생명 존중 사상이 깊어야 합니다. 윤 교수는 이 조건을 모두 갖춘 명의입니다. “국립암센터 박중원 간암센터장은 윤 교수를 명의로 추천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실제 윤 교수가 췌두십이지장 수술을 하는 환자 중 70대 이상 고령자가 30% 이상이며 이들의 5년 생존율 또한 30%를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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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물의 등장순서는 기사에 등장하는 순서와 동일합니다.
사진이름소속기관생년
윤동섭
(尹東燮)
[現]연세대학교 교수
1961년
박중원
(朴重遠)
[現]국립암센터 부장
1958년
Posted by 행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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