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도 이젠 수출시대]베트남서 부는 금융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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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호치민지점 내부. 한글로 씌여진 이름이 눈에 띈다. 한국의 여느 지점과 다름없이 꾸며놓은 내부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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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정 기자]
우리은행 인테리어부터 유니폼까지 한국식으로 바꿔 차별화
국민銀, 캄보디아 이어 베트남서 아시아 맹주은행 기틀마련



우리은행 호치민 지점은 지난해 완공된 금호아시아나플라자 2층으로 이사오면서 은행 내부 구조와 인테리어, 직원들 유니폼까지 '한국식'으로 확 뜯어고쳤다. 고객들이 지루하게 기다리는 시간을 배려해 최신 잡지는 물론, PC실과 미니골프연습실까지 마련했다.

2007년 12월 2번째 호치민 지점장으로 발령받은 권주수 호치민 지점장 다이어리는 빈 공간이 없을 정도로 빼곡히 약속들로 차 있다. 지점 영업이 현지에서 기반을 잡으며 업무량이 많이 늘어났고 그만큼 스케쥴도 빡빡해졌기 때문이다.

금융 불모지에 가까운 베트남에서 한국의 은행들이 터전을 잡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발로 뛰는 영업'뿐이었다.

"잘 안통하더라도 아는 단어만 가지고 일단 부딪혀보자고 생각을 바꿨어요. 나부터 직접 발로 뛰기 시작하니 하나 둘씩 풀리더라구요."

얼마전 같은 건물 1층에 있는 호주뉴질랜드(ANZ)은행에서 직원실수로 거래기업이 맡긴 100만달러가 사라지는 큰 사고가 일어났다. 권 지점장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업체를 직접 찾아가 베트남에는 아직 일반화가 안된 통장을 보여주며 '이게 우리은행 시스템이다. 통장만 있으면 은행전산을 통한 모든 거래내역을 확일할 수 있다'고 설득하니 깜짝 놀라며 당장 거래하겠다고 하더라구요"

적극적인 영업마인드를 펼치다 보니 실적은 저절로 좋아졌다.

2007년 380만달러에 불과하던 수익은 2008년 1480만달러로 껑충 뛰었다. 우리은행 해외점포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글로벌금융위기가 덮쳤던 지난해에도 1340만달러의 수익을 챙겼다. 권 지점장은 올해 2000만달러 수익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직원들이 어려움을 꾹 참고 잘 따라와준 덕이 크다.

권 지점장은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고객들이 동나이, 빈증 같은 몇 시간씩 걸리는 먼 곳에서 올 때면 직원들도 밤 9~10시까지 퇴근 못하고 기다릴때도 있다"며 "연말 개인 성과에 따라 보너스를 파격적으로 지급하는 등 힘든만큼 보상도 따르기에 오히려 프라이드를 가지고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직원들이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는 '정이 넘치는' 일터 조성에 노력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매월 2ㆍ4째주 수요일을 '한국을 바로 알기 데이(day)'로 지정하고 한국영화 등을 함께 관람하며 소통에 나서고 있다. 또 한인원로 초정 경로잔치 등 한인행사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베트남 빈민어린이 돕기 등에도 적극 나서 이미지 제고에 힘쓰고 있다.

권 지점장은 점점 크고 있는 베트남의 주식시장까지 욕심내고 있다. 경제가 회복단계에 있다지만 거대한 주식시장을 통해 해외에서 들어오는 자금을 은행이 관리할 수 있는 또 다른 '수익창구'를 개발한다는 것.

"실제 베트남에서 움직이고 있는 펀드규모가 1조2000억원인데 시티와 HSBC와 같은 외국계은행들이 서로 나눠먹고 있다고 생각하니 배 아프지 않습니까. 많은 절차가 남아있지만 한국계 은행들도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생각합니다"

KB국민은행 역시 글로벌 리딩뱅크로서의 도약을 위해 베트남을 전진기지로 삼았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으로 유사성이 높을 뿐 아니라 빠른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핵심역량을 이전하고 현지화 영업을 펼치기에 적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2007년 11월 베트남 호치민에 대표사무소를 설치하고 현재 베트남 금융당국에 지점 설치를 위한 승인신청을 마친 상태로, 내년쯤이면 지점 설립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점 설립 후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한국기업의 베트남 관련 여신 지원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역량을 활용한 현지 PF에 참여하는 데 주력하다 현지 우량 중소기업 지원 및 고소득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라이빗뱅킹(PB)사업 등 점차적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한편, 국민은행은 베트남과 인접한 캄보디아에서도 활발한 영업을 펼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5월 'KB캄보디아은행'으로 수도 프놈펜에서 영업을 개시한지 1년도 채 안돼 1300만달러를 웃도는 고객예수금과 1300명에 육박하는 계좌를 유치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캄보디아에서의 영업력 확대 여세를 몰아 베트남에서도 확실한 기반을 잡고 아시아 맹주은행의 기틀을 다질 것"이라며 "현지인들과의 교류 확대와 현지 문화에 맞는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해 고품격 은행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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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생각한 대로만 흘러가지 않아"

입력 : 2010.04.03 03:25 / 수정 : 2010.04.03 11:05

퍼스트레이디
커티스 시튼펠드 장편소설|이진 옮김|김영사
664쪽|1만2000원

시골의 얌전하고 책 좋아하던 소녀가 뜻하지 않은 불운으로 낙태를 경험한다. 소녀는 당황한다. 인생이 생각하고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소녀는 어른이 되어 도서관 사서라는 평범한 직업을 갖지만 훗날 대통령을 꿈꾸는 야심 찬 청년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마침내 퍼스트레이디의 자리에 오른다. 삶의 부침과 영욕, 사랑과 이별, 성공과 좌절이라는 인생의 파노라마가 격정적으로 펼쳐지는 미국판 '여자의 일생'이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를 모델로 쓴 소설이라 해서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교통사고로 애인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용서를 빌러 간 앨리스는 애인의 형인 피트의 강요에 못 이겨 동침하고 임신한다. 어린 나이에 엄청난 사건을 겪은 뒤 바라보는 세상은 이전의 그녀가 알던 그 세상이 아니었다.

이 소설은 재미있는 소설의 여러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 좌절을 맛본 여자의 멋진 인생 역전을 다룬 대중소설이자 첫사랑에 실패한 소녀가 훗날 대통령이 되는 남자와의 결혼에 이르는 로맨스 소설이고,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성숙해져 가는 과정을 다룬 성장소설이다. 사랑과 결혼, 임신과 낙태를 둘러싼 충돌을 비롯해 미국 사회의 여러 논쟁적 이슈를 다룬 정치소설적 요소도 가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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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걸어야 보여요… 삶의 빛나는 순간

  • 입력 : 2010.04.05 02:41

조은 새 시집 '생의 빛살'
가까우려면 멀어져야하고 낙엽 떨어뜨려 싹 틔우는 인생의 오묘한 이치
반어적 詩語로 노래

서울 사직동 인왕산 자락에 사는 조은(50) 시인은 몇 해 전 산길을 걷다 넘어져 다친 일을 소재 삼아 시를 썼다. 봄에 취해 산책을 하다 눈에 들어온 예쁜 복숭아꽃 가지를 하나 꺾었는데, 며칠 후 그 나무 아래에서 발을 헛디뎌 비탈 아래로 굴러 떨어졌던 것이다.

'산책길에 복숭아 꽃에 취해/ 생각 없이 한 가지 꺾고 말았다/(…)/ 가지를 꺾는 순간 후회했지만/ 그걸 꽃병에 꽂을 때쯤/ 찜찜하던 마음은 사라져버렸다/(…)/ 나는 너무 나약해서 복숭아나무에게 복수당했다// 남의 삶을 꺾으려면 회의하지 말고/ 오직 목적만 생각해야 한다!/ 그러면 삶은 늘 정당하고/ 흠 없을지니'

조은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존재가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자각을 현재의 삶에 대한 건강한 긍정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조은 시인의 새 시집 '생의 빛살'(문학과지성사)에 실린 시 '남의 삶을 꺾으려면'의 일부다. "삶이 떳떳하고 정당하려면 남에게 상처 주고도 냉정하거나 무심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실은 "생명 있는 것은 나무마저도 해치고 싶지 않다"는 식물성의 내면을 반어(反語)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생의 빛살'에 실린 68편의 시는 삶의 빛나는 가치들을 다양한 아이러니적 상황을 통해 표현한다. 사랑하는 이와의 관계를 풍요롭게 가꾸고 싶다면 철썩 눌어붙지 말고 조금은 떨어져 있어야 하는 것도 '관계의 아이러니가 부리는 마법'이 그 틈을 채워 주기 때문이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꽃과 꽃 사이에/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로 시작하는 시 '꽃과 꽃 사이'에서 시인은 두 송이 꽃이 떨어져 있음으로 해서 더 풍성해지는 아름다운 풍경화를 그린다. '꽃과 꽃 사이에 꿀벌이 난다/ 안개가 피어오른다/ 해와 달의 손길이 지나간다/ 바람이 살얼음을 걷으며 분다'(같은 시)

그녀의 시는 목표를 향해 빠르게 뛸 때보다 천천히 걸을 때 타인을 이해하고 연민할 수 있는 눈이 떠지는 삶의 오묘한 이치를 포착한다. '언제나 이 길에서 여기쯤 이르면/ 저절로 걸음이 늦춰진다/(…)/ 누군가가 여기에다 부려놓은/ 고통을 내가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시 '소용돌이'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숲은/ 융통성을 가르치는 듯 구불구불했다'는 시 '새 집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는 느리게 걷거나 멈춰야만 느낄 수 있는 삶의 가치들을 주목한다. 시인은 "일상에 매몰된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것들을 시로 보여주는 것이 내 몫으로 주어진 삶인 듯하다"고 말했다.

조은은 '흙의 시인'이다. 전작 '따뜻한 흙'(2003)에서 흙의 이미지를 삶에 빗댄 다양한 시편을 선보였던 그녀는 이번 시집에서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가는 시작과 끝이 우리가 사는 것이란 생각을 적극적으로 긍정하는 시들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수록시 '가을 은행나무 밑을'에서 '사람들의 발길에 씨앗이 뭉개져도/ 흙으로 완성될 잎들은 화사하다'고 한 이유도 그런 긍정과 위로를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은행잎은 비록 흙으로 돌아가지만 여름에는 초록빛 싱그러운 그늘이 되어 주었고, 가을에는 온누리를 노랗게 물들이며 아름다웠다. 문학평론가 이광호씨는 "생의 아름답고도 뼈아픈 아이러니를, 정말 어떻게 알았을까"라는 말로, 소멸이라는 영원한 허무를 유한한 존재의 빛으로 극복해 내는 조은 시인의 새 시집을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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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자식의 노예 '하이누(孩奴)'

  • 입력 : 2010.01.26 23:13
1998년 중국에서 '초생(超生)유격대'라는 TV 코믹극이 인기를 끌었다. 딸 하나를 둔 부부가 아들을 낳으려고 정부의 '한 자녀 정책'을 넘어 '초과 출산 유격전'을 벌인다는 얘기다. 부부는 자식이 둘까지 허용되는 소수민족을 가장해 신장위구르로 이사 가 출산한다. 그런데 딸이다. 한족(漢族)이라는 게 들통나 이번엔 남쪽 하이난다오(海南島)로 건너간다. 또 딸이다. 부부는 호구조사를 피해 상하이로 숨어든다….

▶중국은 폭발적 인구 증가를 누르려고 1980년부터 55개 소수민족과 농촌을 빼곤 한 자녀만 낳게 했다. 어기면 우리 돈 450만원쯤 되는 큰돈을 물리고 낙태까지 시켰다. 그래도 몰래 둘 넘게 자식을 낳는 집이 많았다. 호적에 올리지 않은 아이들 '헤이하이쯔(黑孩子)'가 90년대 말 2000만명에 이르렀다. 부유층 임신부들은 홍콩은 물론 미국까지 원정출산을 떠났다.

▶중국 속담에 "돈이 많아도 자식이 없으면 부자라 할 수 없고, 돈 없어도 자식 많으면 가난하지 않다"고 했다. "세 가지 불효 중 대를 못 잇는 불효가 가장 크다(不孝有三 無後爲大)"는 남아 선호가 뿌리 깊다. 그런 중국에 요즘 '하이누(孩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고 한다. '어린아이' 해(孩) 자를 써서 자식의 노예라는 뜻이다. 양육비가 치솟아 뼈 빠지게 벌어봐야 자식 하나 키우기도 버거운 현실을 꼬집는다.

▶하이누는 중국에 일고 있는 출산 기피풍조의 또 다른 표현이다. 학벌 좋고 직업 좋은 대도시 30대들은 결혼을 미루고 '단신귀족(單身貴族)'의 삶을 누린다. 우리 식으로 말해 '화려한 싱글'이다. '무자식 상팔자'를 즐기는 맞벌이 딩커쭈(丁克族)도 늘어간다. 1980년대 미국에서 시작돼 세계에 퍼진 딩크족(DINK·Double Income No Kids)의 중국식 이름이다.

▶'자식의 노예' 처지를 누구보다 절절하게 실감할 이가 우리네 부모들이다. 키우고 가르치느라 허리 휘는 건 고사하고, 사회에 내보내 결혼시키고도 자식에 얽매인 삶은 끝나지 않는다. 평생 애프터서비스를 해야 하니 '자식 공포증'이 생길 만도 하다. 그렇다고 아이를 낳지 않는 건 삶에서 사랑의 참맛을 포기하는 일이다. 국가는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를 만들고, 사회는 부모의 무한책임을 덜 수 있는 새 가족문화를 고민할 때다.

Posted by 행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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