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데스크] 자원 빈국의 축복

입력 : 2010.04.08 23:32

차학봉 산업부 차장대우
얼마 전 현대중공업·STX 등 우리 기업인들이 이라크 바그다드를 찾았다. 석유플랜트·화력발전소·주택건설 등 전후 복구사업을 수주하기 위해서다. 의향서(MOU)를 체결한 석유플랜트사업만도 32억달러나 된다. 자살 테러의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 기업들이 이라크를 방문한 것은 석유매장량 세계 3위의 자원 부국이기 때문이다. 오일쇼크로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이라크와 같은 석유 부국은 우리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런 이라크의 지금 처지를 보면 정말 격세지감을 느낀다.

과거 석유는 우리 국민의 비원(悲願)이었다. 그래서 제7광구에서 석유가 나기를 기원하는 '제7광구'라는 노래까지 유행했다. 하지만 석유 같은 천연자원이 오히려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덫이 되기도 한다. 이라크만이 아니다. 석유·다이아몬드·코발트 등 자원이 많은 나이지리아·앙골라·차드·콩고는 끊임없는 유혈극 속에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그래서 천연자원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라는 말까지 나온다.

'천연자원의 저주'는 후진국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네덜란드는 1959년 북해에서 엄청난 천연가스를 개발하면서 샴페인을 터뜨렸지만 재앙이 됐다. 가스 판매로 인한 외환 수익은 자국 통화가치를 급등시켜 수출경쟁력을 급락시켰다. 또 노조는 더 많은 분배를 요구, 노사갈등도 심화돼 제조업 경쟁력이 급속도로 하락했다. 영국의 경제전문잡지 이코노미스트는 당시 자원이 오히려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네덜란드 병'(Dutch disease)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을 정도이다.

최근 다시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발 우려를 낳고 있는 그리스·스페인도 또다른'천연자원의 저주'에 걸려 있다. 이들 나라는 기후가 좋고 아테네신전·알람브라궁전 등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갖고 있어 국민의 수보다 훨씬 더 많은 관광객이 밀려드는 축복받은 관광국가이지만 너무 방심했다.

국가뿐만 아니라 도시의 운명도 천혜의 입지가 축복만은 아니다. 석탄·철광석 등이 많이 나는데다 사방팔방의 교통 여건을 바탕으로 20세기 전반기 성장세를 구가하던 디트로이트·버펄로 등 미국의 전통 산업도시들은 새로운 산업을 찾지 못해'녹슨 도시'(Rust belt)로 전락했다. 반면 21세기 미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RTP)의 발전은 오히려 빈약한 천연자원과 입지 덕분이다. 가진 것이 별로 없다 보니 새로운 기업과 인재를 유치, 끊임없는 혁신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버드대학 글레이저 교수는 "천연자원에 지나치게 기댄 성장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가로막는다"고 했다.

천연자원이 없다고 모두 경제 성장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더 노력하고 혁신했던 자원 빈국의 성공사례는 많다. 서유럽과 홍콩·싱가포르·일본이 그런 예이지만 대표적인 나라는 한국이다. 1950년대 전쟁으로 잿더미가 됐던 한국이 한강의 기적을 넘어, '세계 수출 순위 톱 10'으로 우뚝 선 것도 자원 빈국이라는 약점을 강점으로 승화시킨 결과이다. 유가가 폭등할 때마다 '제7광구'라는 노래가 떠오르지만, 한국은 이제 산유국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우리 아버지 세대의 피와 땀은 석유보다 값지고 위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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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 저장 김치 '제맛'..항암성분도 다량 함유>
"김치는 역시 옹기에 저장해야 제맛"
(부산=연합뉴스)= 부산대 식품영양학과 박건영 교수 연구팀은 9일 김치를 다양한 용기에 저장하는 실험을 한 결과 옹기에 담은 김치가 맛이 좋고, 저장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노화를 억제하는 항산화 물질이나 항암성분을 다량으로 함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방기사 참고 >> 2009.12.9
youngkyu@yna.co.kr

부산대 식품영양학과 박건영 교수팀 연구결과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선조들이 해왔던 것처럼 김치는 역시 옹기(甕器, 질그릇과 유약을 바른 오지그릇)에 저장해야 제맛을 내고,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한데다 노화를 억제하는 항산화 물질과 항암 성분을 많이 함유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부산대 식품영양학과 박건영 교수팀(팀원 김영욱)은 9일 갓 담근 김치를 섭씨 4도에서 4주간 다양한 용기에 저장한 결과, 옹기에 담은 김치의 발효촉진 유산균(Leuconostoc sp, 단위 log cfu/g)수는 8.5~9.0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최근 김치저장 용기로 많이 사용하는 일반 플라스틱 용기는 8.3, 스테인리스 용기는 7.5를 기록했고, 유리 용기는 6.9에 불과했다. 김치를 옹기에 저장해야 발효가 잘되고, 맛도 좋아진다는 의미이다.

전문가들의 관능검사에서도 옹기 김치는 9점 만점에 6~7.4점을 획득했으나 일반 플라스틱 및 유리 용기는 4점을, 스테인리스 김치는 2점을 각각 받았다.
반대로 옹기 내 부패균(단위 log cfu/g)수는 7.2~7.4로 가장 낮았고, 스테인리스는 9.0에 달했으며 유리 용기와 일반 플라스틱 용기도 각각 8.4와 7.9로 분석됐다. 부패균수는 적을수록 저장성이 뛰어나다.

또 노화억제와 관련된 항산화율의 경우 옹기에 저장한 김치가 53~62%로 가장 높았고, 일반 플라스틱 용기 김치(41%), 스테인리스 용기 김치(31%), 유리용기 김치(24%)순이었다.

인체 결장암 세포(HT-29)를 대상으로 한 암세포 제거율도 옹기 김치가 73~75%로 최고였고, 유리용기 김치(52%), 일반 플라스틱 용기 및 스테인리스 김치(37%)순으로 나타났다.

박건영 교수는 "모든 실험에서 옹기가 김치 저장용기로 최적임을 확인할 수 있었고, 옹기 중에서도 유약을 바르지 않은 질그릇이 탁월한 효과를 나타냈다"면서 "옹기의 크기는 최근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김치저장 용기인 5ℓ짜리보다 선조들이 널리 사용한 20ℓ짜리가 더 좋은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는 옹기의 통풍성과 적절한 수분 흡수 및 배출 기능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선조들의 지혜를 담은 새로운 김치저장 용기의 개발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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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김치연구소 문 열어
세계김치연구소 광주 부지(자료사진)
(광주=연합뉴스) 세계김치연구소가 들어설 광주 남구 임암동 일대. 노란선 안에 김치연구소가 들어선다. <<광주시제공>> 2009.7.15
shchon@yna.co.kr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대표 한식인 김치를 세계화.명품화하기 위한 연구소가 문을 열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10일 경기도 분당의 한국식품연구원에 부설기관으로 '세계김치연구소'를 설립하고 개소식을 열었다.

이 연구소는 김치는 물론 고추장, 된장, 간장 등 각종 전통 발효식품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수행하고 시제품을 생산하는 공장(pilot plant) 구실을 하게 된다. 전시.체험 기능도 제공한다.

특히 김치 유산균을 활용해 치매 예방이나 항(抗)바이러스 효능이 있는 고부가가치 기능성 물질을 개발해 김치를 전 세계적 명품 브랜드로 키우고 한식 세계화도 지원사격을 하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전통적인 미생물 발효 산업을 현대화해 국내 식품산업을 미래 성장동력 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기여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소장에는 박완수 전 한국식품연구원 김치세계화전략단장이 임명됐다.

정부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광주시에 김치연구소 청사를 새로 지어 이전할 계획이다. 광주의 새 청사는 오는 6월 문 여는 광주 김치종합센터와 연계돼 '김치 복합단지'를 형성하고 김치 연구와 전시, 체험의 본산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김치연구소를 세계발효식품연구소로 확대 개편해 연구 영역을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또 올해 중 김치와 발효식품 산업 발전을 위한 중장기 대책도 내놓을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김치연구소는 우리나라 전통식품 산업의 발전과 한식 세계화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하게 될 것"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발효식품 연구소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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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대통령의 화려한 성공기, 미첼 바첼레트
조의준 조의준 님의 블로그 더보기
입력 : 2010.04.07 11:36

꼭 한 번은 이 사람의 이야기를 블로그에 쓰고 싶었습니다만, 제가 게으른 탓으로 여지껏 올리지를 못했었습니다. 사실몇 시간동안 열심히 블로그에 쓴 적이 있었는데, 한 순간의 제 클릭 실수로 쓴 글을 모두 날려 버린 뒤 의욕을 상실했었습니다.

지난달 10일 퇴임한 칠레의 여성 대통령 미첼 바첼레트(Bachelet)의 이야깁니다.

지난달 9일 칠레 언론들은 한 여론조사를 신문 1면에 대서 특필했습니다. 바첼레트 대통령의 지지율이 84%를 기록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여론조사가 왜 1면 거리냐구요.

그로부터 약 열흘전인 2월27일 진도 8.8의 대지진이 칠레를 덮쳤습니다. 그 10일동안 칠레 정부는 사망자 수 집계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혼선을 빚었고, 지진 초기 피해가 경미한 것으로 오판해 외국의 지원금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었습니다. 당연히 정부는 욕을 많이 먹었죠. 그런데도 퇴임을 하루 남겨 둔 바첼레트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진 이전과 같은 84%였습니다. 단 '싫어한다'는 비율이 10%에서 11%로 1%포인트 올랐더군요.

떠나가던날.JPG

<그녀가 떠나가던 날의 모습입니다. 사람들은 거리로 나와퇴임을 아쉬워했고(왼쪽, 출처 AP연합뉴스, 조선DB에서), 한수리중인 가게 앞에는'대통령 모든 것이 고마왔어요'라는 글이 쓰여 있었습니다.(오른쪽, 조의준)>

일부에선 "중도좌파 대통령이니 퍼주기를 많이 했겠지. 또 중남미 사람들은 감정적이잖아"라고 생각할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칠레'라는 나라를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칠레는 남미에 있지만, 국민성향은 독일과 비슷할 정도로 이성적입니다. LG와 삼성의 마케팅 담당자들도 칠레에서 만큼은 유럽식의 판매전략을 씁니다. 차량도 우리나라라처럼 흰색과 검은색, 은색차가 가장 많이 팔릴 정도로 보수적인 곳입니다.

피노체트 독재 경험을 가진 칠레는 우리나라 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우리보다 더 좌우대립이 심합니다. 대통령 선거를 하면 우파와 좌파 후보간의 지지율 차이가 2~3%포인트에 그칠 정도입니다. 20년만에 우파로 정권교체에 성공한 현 피녜라 대통령도 3%포인트 차이로 이겼습니다. 다른 점이라면 길거리로 쏟아져 나가거나 국회에서 멱살을 잡지 않고, 표대결로 승부한다는 것이죠.

가톨릭이 국교로 6년 전에야 이혼이 합법화된 보수적인 나라에서 무신론자에다 이혼녀로, 아빠가 다른 아이 셋을 키우는 싱글맘인 그녀는 정치인으로선 약점이 많은 사람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취임초기 지지율은 53%로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초 지지율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런 그녀가 어떻게 세계를 뒤흔든 대지진과도 싸워 이겨 84%란 경이적인 지지율로 퇴임을 했을까요. 단순히 외신에서 말하는 것처럼 호황 때 모아놓은 돈을 밑천으로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기 때문일까요.

제 개인적 생각으론바첼레트 특유의 '아줌마스러움', '엄마스러움'이 더해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같습니다.그녀에겐 사람을 푸근하게 만들어 주는 특별한 재능이 있습니다.

이번 칠레 대지진의 위기 상황에서 그런 그녀의 모습이 잘 나타납니다. 지진 발생 1시간 만에 TV에 출연해 지진 발생 사실과 정부의 대응을 설명한 뒤 곧바로 피해 현장 6곳을 잇달아 방문합니다. 구체적인 대책은 참모들에게 맡기고, 바로 현장으로 뛰어들어가 '엄마처럼' 피해자들을 다독였습니다.

그녀가 항상 강조하는 ‘여성적 리더십’도 빛을 발합니다.근업하게 대통령 궁에서대책발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부들이 주로 보는 TV아침 프로그램에 나가 진행자들과 아침을 먹으면서 정부 대책을 직접 설명했습니다.


임기를 마치기 하루 전인 9일 저녁에 방송된 TV프로그램에서는 “나의 어머니 집에도 물과 전기가 며칠전에야 들어왔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지진으로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 슬프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손자 자랑과 어머니와의 관계 등을 말하며 ‘수다’를 떨었고, 젊은 시절 팬이었다는 비틀스의 노래도 직접 불렀습니다.사회자가 “이런 대통령이랑 일하는 게 어떻냐”고 묻자 프란시스코 비달(Vidal) 국방부 장관은 “이제 (함께 일할 시간이) 48시간밖에 안남았네. 아주 좋네요”라고 말해 장내를 웃음 바다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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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크게 소리 내웃기도 합니다.참 자연스럽고 소탈한 면모를갖췄습니다. /AP연합뉴스, 조선DB에서>

칠레 사람들은 그녀가 쓰는 어휘나 말투가 '아줌마' 그 자체라고 합니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 장을 보러 나온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가 하도 끊이지 않고 수다를 떠는 바람에 말을 건 사람이놀랐다는 얘기도 들어봤습니다. 영어, 독일어 등 4개 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의사출신의 엘리트이지만, 그녀에게선 엘리트의 도도함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춤을 춰야 하는 자리에서는 춤도 추고, 노래를 해야하는 자리에선 노래도 합니다.

지난해 11월 제가 인터뷰를 갔을 때도, 서류는 양손에 가득 들고 비서도 없이 모네다 궁을 종종 걸음으로 다니는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젊었을 땐 골수 공산당원으로, 20여년간 반독재운동을 하다 중남미에서 첫 여성 국방부장관을 지낸 범상치 않은 이력을 가진 사람치고는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기운이 솔직히 너무 '옆집 아줌마' 같았습니다.

물론 그녀는 단점도 많습니다. 현지 언론들은 바첼레트 정권 4년동안 분배에 중점을 두다 보니재임기간 칠레의 국가 생산성은 오히려 뒷걸음질쳤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또 보육정책이나 복지정책을 빼고 실제 칠레가 새롭게 먹고 살거리를 찾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한 것은 없습니다.공공부문의 임금을 올려주다 보니, 사회 전체적으로 임금을 올려달라는 요구가 봇물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실제 제가 살고 있는 하숙집의 주인은 "무척 좋은 사람이긴 한데, 딱히 한 게 없어. 바첼레트가 잘 한게 아니라 구리값(칠레의 주요 수출상품)이 저절로 올라줘서 잘된 거지"라고 말합니다. 운 좋았고,개혁을 안하다보니 사회적 논란을덜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성장과 분배의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고, 구조조정과 일자리 창출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위대한 영도자'를 찾기란 불가능할 겁니다. 어차피 완벽한 지도자가 불가능하다면 엄마처럼 국민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지도자는 어떨까요.언젠가 한 번쯤은 우리에게도 이런 지도자가 등장했으면 합니다.

바첼레트에 대해선 한 번쯤 더 쓸 일이 있을 것같습니다. 그녀의개인적인 삶도 상당히 재미있기 때문입니다.남은 이야기는 다음에 더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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